【 앵커멘트 】
일선 시군들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매일 1건 꼴로 용역을 남발하면서 한 해 동안 지출하는 용역비만 100억원 씩에 달합니다.
문제는 상당 수 용역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지 않고 조사로만 끝나고 있는데, 대부분 단체장 공약 사업들입니다.
예산이 없다면서도 단체장의 치적을 위해서는 물 쓰듯 낭비하고 있는 시군의 용역사업 실태를 양세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구례군은 지난 2014년 공인야구장 조성을 위해 2천만원을 들여 용역에 나섰습니다.
각종 대회 유치를 통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사업비가 없단 이유로 용역 이후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습니다.
▶ 스탠딩 : 양세열
- "구례군이 야구장을 조성하려고 했던 땅입니다. 과거 축사가 있던 이곳에 야구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은 반겼지만 현재는 무산된 상탭니다."
지난 2013년 곡성군은 송아지 값이 폭락하자 5천만 원을 들여 암소 고급육 브랜드화 용역을 실시했습니다.
암소를 송아지 생산 대신 고급육으로 판매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듬해 송아지 값이 오르면서 사업 자체가 없던 일이 됐습니다.
▶ 싱크 : 곡성군청 관계자
- "송아지 값이 300~400만 원 가버리니깐 송아지 생산쪽으로 돌아가버렸어요. 그래서 추진이 안 되고 있습니다."
같은 해 기차마을 정원을 조성하겠다며 2천 만원 짜리 용역을 실시했지만,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중단됐습니다.
1년 뒤, 테마파크로 이름만 바꿔 또다시 3천만 원을 주고 타당성 조사에 나섰지만, 이번에도 용역으로만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 인터뷰 : 김종서 / 곡성군 관광개발팀장
- "용역타당성 결과 저희들이 원하는 식의 결과물을 보면 과도한 예산이 투입되다 보니까 저희들 기초자치단체에서 추진하기에는 좀 무리수가 있을 거 같고요."
모두 군수들의 공약 사업으로 일단 용역을 통해 시늉이라도 내겠다는 식입니다.
비용과 실효성도 의문입니다.
지난 2013년 구례군이 1억원이나 들여 지리산나들이장터 활성화 용역을 했는데, 로고를 만들고 인테리어를 제안한 게 전부였습니다.
▶ 싱크 : 지리산나들이장터 인근 상인
- "제가 여기서만 15년 있었는데 1억 원이면 엄청나게 큰 돈이잖아요. 잘 이해가 안 되죠 우리한테는."
▶ 싱크 : 함평군 관계자
- "디자인 하시는 분들이야 부르는 게 값이겠죠."
CG 1
민선 6기 들어 지난해 말까지 곡성군이 실시한 용역은 5백여 건. 여기에 들어간 비용만 150억여 원으로 한 해 예산의 5%가 넘습니다.
CG 2
구례가 한 달간 34건을 발주하는 등 매일 용역을 한 꼴인데, 장성과 함평 등 다른 시군들도 마찬가집니다.
CG 끝
▶ 인터뷰 : 나주몽 / 전남대 교수
- "결국은 수요자 측면의 것을 냉정하게 보고 평가를 하고 그러한 것을 측정해서 보고서를 만들기보다 개발계획서의 논리를 개발하는 측면에서 접근을 하기 때문에 결국은 그러한 용역 보고서가 많아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각 시군이 한 해 용역비로만 100억 원 넘게 쓰고 있는데, 상당 수는 용역으로만 끝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책임은 지지 않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양세열
-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이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마구잡이 용역으로 이어지면서 그렇잖아도 어려운 시군의 재정을 더욱 압박하고 있습니다. kbc양세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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