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현장]속 타는 농심..잔인한 가을

    작성 : 2014-10-20 20:50:50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요즘, 농민들의 가슴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병충해에다 과잉생산으로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서, 벌써부터 내년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김재현 기잡니다.







    저장 창고에 출하를 마치지 못한 배들이

    가득 쌓여 있습니다.



    추석 대목 이후 상품성 좋은 물량들이 쏟아지면서 지난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헐값에 상품을 내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정병호 / 나주시 금천면

    "15년 다니던 직장 때려 치우고 올해 처음 귀농해서 이것 저것 모아둔 돈 다 들여 농사지었는데 생산비도 못 건지고 일 년 만에 빚지게 된 상황.."



    그나마 저장창고를 갖춘 농가들의 사정은 나은 편입니다.



    저장시설이 없는 농가들은 일 년 내내 애써 키운 배들을 그대로 썩힐 수 없어 적자를 보더라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배를 내놓고 있습니다.



    채소 재배 농가들 역시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가격에 울상입니다.



    올해 사상 최고 수준의 생산량을 기록한 양파의 경우 아직까지도 재고 물량이 60만 톤이상 남은 상황입니다.



    본격적인 김장철이 되더라도 양파 가격은 지난해 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면서 농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구성찬 / 무안군 무안읍

    "이거 한 망이 2천 원, 3천 원 하니까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되버린 거죠. 서울 공판장 가져가면 그냥 버려요."



    벌써부터 내년 농사를 포기하는 농민들도 속출하고 있습니다.



    인터뷰-윤윤석 / 무안군 해제면

    "앞으로 양파농사 안 짓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다. 밭도 벌써부터 비어있는 곳도 많고 답이 없는 상황이다."



    평년보다 최대 18만톤 이상 더 생산될 것으로 보이는 배추는 정부가 일찌감치 10만 톤 격리조치 계획을 발표한데 이어 추가 격리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상탭니다.



    마른고추는 생산량이 줄었지만 중국산 수입물량의 증가로 가격상승을 기대하기 어렵고 대파와 쪽파 역시 전남지역 작황이 좋아

    김장철 수요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가격 부진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분석됩니다.



    쌀은 풍년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전남지역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도열병과 잎마름병 각종 병충해가 기승을 부려 수확량도 큰 폭으로 줄게 됐습니다.



    인터뷰-박원기 / 나주시 동강면

    "성한 논이 없어 수확도 못하고 50%는 그냥 말라 죽을 상황.. 인건비도 못 건지게 생긴 상황에서 사람들 고용할 수도 없고 대부분 나이든 노인들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



    풍성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할 가을이지만 그 어느 해보다 농민들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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