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편 수록..독보적인 시적 경지 구현
깊은 사유와 청신한 언어 감각 돋보여
장학관·초등교장 역임 '교육자 외길'
깊은 사유와 청신한 언어 감각 돋보여
장학관·초등교장 역임 '교육자 외길'
전라남도 화순 출신 정순영 시인이 첫 시집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시와사람)를 펴냈습니다.
고희에 이르러 문단에 나온 늦깎이 시인이지만 그의 시 세계는 웅숭깊은 사유와 청신한 언어 감각이 어우러져 고고한 아우라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아마도 정 시인이 교육계에 평생을 몸담으면서 학문을 가까이하고 사물을 남다르게 보려는 안목을 일찍부터 길러온 결과로 보입니다.
시인이란 무릇 사물을 상상 속으로 끌어들여 언어를 통한 마법의 권능을 행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시집 해설을 쓴 김종 시인은 "정순영 시인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시적 의문을 하나하나 이야기의 형식으로 흐름을 만들었다"면서 "자신만의 언어로 상상을 통한 사물의 감각화를 도모하고 독자적인 의미를 담아냈다"고 평했습니다.
모두 74편이 수록된 이번 시집에는 그가 경험하고 관찰한 일상의 풍경을 새롭고도 경이롭게 그려내며 독보적인 시적 경지를 구현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표제 시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는 거미의 생존법을 통해 인간의 치열한 삶의 한 장면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그 길에 들어서면
저 너머, 우주가 보인다
딛는 곳이 길이 되고 삶이 된다
산다는 것은 누구도 걷지 않는 허공에 길을 내는 일
…
걸어온 길을 거울삼아
오늘도 길 위에서 길을 간다
아직 한 번도 걷지 않은 인생길이 남아 있다
거미 한 마리
허공 위에 새로이 길을 낸다
- 허공을 오르는 클라이머 中
허공에 길을 내는 거미의 운명처럼 인간 역시나 불가능한 경계를 넘어 새로운 길을 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살아갑니다.
허공에 길을 내며 오르는 곳에는 무한의 '우주가 보이고' 그곳을 오르다 보면 그 또한 길이 되는 이치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딛는 곳이 길이 되고 삶이 되'는 이치에 도달하면서 우리는 새삼 세상을 살아가는 경륜과 정신을 배우게 됩니다.
또 다른 시 '망초 간이역'은 고향 간이역을 배경으로 그리움으로 물든 시인의 옛 시절을 회상하고 있습니다.
학창 시절 북적이던 역의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망초꽃만 무성하게 핀 농촌 현실을 극명하게 드러내 아련한 울림을 전해줍니다.
정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제 시작하는 마음으로 단 한 사람이라도 가슴에 젖을 수 있는 시를 쓰고 싶다"고 초심을 다독였습니다.
한편, 정순영 시인은 조선대, 인천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하고 인천시교육청 장학관과 초등교장을 역임했으며, 경기·인천사도대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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