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조온윤 시인 "시를 쓸 때는 반드시 '혼자'란 감각"(2편)

    작성 : 2024-08-11 09:00:01
    문학관의 강좌와 문예지 출판 기획 담당
    시낭독은 원형의 시인상을 되찾는 과정
    문학동인 '공통점' 동인 시집 발간 준비
    "시작품과 독자 잇는 매개자로 일하고파"
    [예·탐·인]조온윤 시인 "시를 쓸 때는 반드시 '혼자'란 감각"(2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 문학 연구생에 선정
    ▲조온윤 시인이 2021년 11월 자신의 시 낭독 음원을 녹음하는 모습

    - 등단 전의 습작 과정은.

    "2019년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투고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해이기도 했고, 몇 년째 신춘문예에 응모했지만 최종심에 오른 적도 없어서 시와 생활 사이에서의 고민이 깊었거든요. 지금도 그 고민은 이어지고 있어서, 등단한 이후로는 줄곧 시 쓰기와 생업을 병행해오고 있습니다."

    - 첫 시집의 출간 과정.

    "첫 시집 출간 희망 출판사가 창비였어요. '창비시선'이 여러 출판사의 시인선 중에서도 판형이나 표지 디자인, 글자 크기 등 만듦새가 가장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마침 한 선생님께서 투고해보라고 권유하셨고, 3년 동안 원고를 열심히 모아서 편집부에 투고했습니다. 다행히도 출간이 결정되어서 원하던 출판사에서 첫 시집을 받아볼 수 있었습니다."


    ▲창작과비평사의 '창비시선'으로 출간된 조온윤 시인의 첫 시집 '햇볕 쬐기' 표지

    - 시집 발간 이후 활동.

    "다른 작가들을 보면 책을 낸 다음 낭독회나 책담회 같은 행사를 많이 하는 것 같지만, 저는 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편은 아니라서 크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습니다. 낭독회에 참여한 적도 손에 꼽고요. 그저 이전과 같이 퇴근 후 조용한 밤에 시를 쓰고 이따금 들어오는 원고 청탁에 시를 보내고 있습니다."

    - 기억에 남는 활동.

    "재작년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의 문학 연구생에 선정되어 1년 동안 원하는 책을 실컷 사 읽었던 것,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초대받아 처음으로 여러 청중 앞에서 제 시를 소리 내어 낭독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 "문학과 가까운 공간에서 일해 만족"
    ▲2023년 8월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는 조온윤 시인

    - 지금 하고 있는 일.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문학관에서 강좌와 문예지 출판을 기획하는 문화기획 업무, 작은도서관 운영 관리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서른 살까지 광주에서만 살다가 작년 연희문학창작촌에 입주작가로 들어가게 되면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 상경을 하게 됐어요. 제 전공을 살려서 생업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았는데, 그래도 문학과 가까운 공간에서 일하게 되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 시 창작 과정에 대해.

    "저는 낮의 일상에서 문장을 채집하고, 이걸 밤으로 가져가서 시로 쓰는 것 같습니다. 생활 속에서 발견하는 풍경들이나 공상에 빠져 떠오르는 것들을 문장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밤이 되면 책상 앞에 앉아 시를 만들어보는 거죠. 특히 시를 쓸 때는 반드시 '혼자'라는 감각 속에 있는 게 중요하다고 여겨요. 그래서 세상에 저만 남은 것처럼 느껴지는 늦은 밤이나 새벽에 주로 시를 씁니다."

    ▲2023년 9월 온라인 문학 전시 프로젝트 '활자낭독공간'의 홍보 영상을 촬영 중인 모습

    - 첫 시집에서 가장 아끼는 시.

    "시집 마지막에 실린 '무족영원'을 얘기하고 싶습니다. 제 문학적 지향점이 드러나 있는 시거든요. 시에서는 도마뱀이라고 나오지만, 사실 무족영원은 양서류의 한 종류입니다. 무족영원은 꼬리는 물론 팔다리까지 떼고 달아난 도마뱀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부터 쓰게 됐습니다. 그 모습이 고통을 느끼기 싫어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대한 공감을 차단하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 같았어요."

    - 생활인으로서 계획은.

    "시를 쓰는 창작자뿐만 아니라 작품과 독자를 잇는 매개자로도 계속 일하고 싶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동료 작가를 조명하고 독자들과 연결해주는 매개자로서 일할 수 있다면 기쁠 것 같아요. 지금은 직장과 동인 내에서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지만, 어떤 모습이든 문학과는 가까이 지내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2023년 10월 일산 위드위로 서점에서 정다연 시인의 사회로 진행한 첫 시집 '햇볕 쬐기' 낭독회 모습

    - 문헌정보학과 석사과정을 밟았는데.

    "대학 시절에 3년여 동안 도서관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그때 제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또 물리적으로 책과 가깝게 지낼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문학을 계속해서 배우고 싶기도 했지만, 문헌정보학도 즐겁게 배울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대학원을 결정하게 됐습니다."

    - 이 시대 시인의 역할은.

    "공교롭게도 작년부터 시 낭독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시인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서양의 고대 시민사회에서는 시인이 광장에서 낭송을 하며 시민들을 한데 모으는 역할을 했잖아요. 최근 시인의 활동 양상이 지면에서 실제적인 공간으로 변화하는 건 바로 그 원형의 시인상을 되찾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두 번째 시집 출간 준비..시창작 몰두
    ▲2022년 10월 광주극장에서 이서영 작가와 함께했던 영화 '퍼스트 카우' 시네토크 모습

    - 독자들과 소통은 어떤 식으로 하는지.

    "저는 SNS를 하지 않아서 독자들과 소통해본 경험이 많지는 않습니다. 가끔씩 행사에 참여했을 때 몇 분 뵙고 인사를 나누었던 게 전부예요. 원주에서 당일치기로 열차를 타고 낭독회에 와주셨던 분이 기억에 남아요. 제 시집을 읽고 위로를 많이 받았다는 편지를 받았거든요. 또 일본에서 사온 과자를 주신 분도 있었어요. 모두들 마음 써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 앞으로 시창작 계획.

    "한 가지 목표이자 소원이 있다면, 함께 시를 써온 공통점 문우들과 동인 시집을 발간하는 것입니다. 공통점이 2016년에 시작됐으니 내후년이면 10주년을 맞게 됩니다. 10주년이 되기 전에 꼭 이 친구들과 동인 시집을 내고 싶습니다. 제 두 번째 시집도 내년 중에는 늦지 않게 출간하고 싶고요."

    ▲2023년 10월 조온윤 시인의 기획으로 진행된 낭독회 '포에틱-사운드-스테이지' 진행 모습

    - 자신의 시평을 소개한다면.

    "제 시를 다루는 평론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서영 작가가 제 첫 시집에 대해 짧은 비평을 써주었던 적이 있습니다. 제 문학세계의 변화와 인생의 변곡점도 잘 알고 있는 친구라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큰 글이었습니다. 이서영 작가의 비평은 '공통점 아카이브'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 10년 뒤 조온윤 시인은 어떤 모습일지.

    "스무 살 때 친구에게 10년 뒤에도 건강하게 시를 쓰면서 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이제 다시 10년 후면 40대가 되는데, 제 바람은 10년 전과 똑같은 것 같아요. 그때도 지금과 같이 건강하게 시를 쓰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제가 가치 있다고 믿고 있는 것들을 여전히 믿으면서요."

    ※ 시인 조온윤

    ▲2022년 2월 첫 시집 '햇볕 쬐기'가 나온 뒤 동료가 찍어준 기념 사진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조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이후, 2019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시인으로 작품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2022년에 첫 시집 <햇볕 쬐기>(창비)를 펴냈고, 내년 출간을 목표로 두 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시인으로서의 활동 외에도 문우들과 함께하는 문학동인 '공통점'에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고, 노작 홍사용문학관에서 일하며 강좌와 출판 등의 문화기획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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