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화순읍 하광1길 임금남 시인의 집을 찾아가는 길.
요즘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길게 이어지는 골목길 담벼락에 알록달록 그려진 화사한 그림들이 눈길을 끕니다.
이곳은 다름 아닌 '심장이 쿵 하는 화순, 쿵쾅이 벽화마을'입니다.
몸집이 큰 공룡의 '쿵'하는 발걸음 소리에 달팽이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도망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냅니다.
◇ 담장 너머에 만연천이 졸졸벽화를 그린 작가는 어떤 생각으로 공룡을 주인공으로 삼았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아마도 화순 북면 서유리에서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과 아기공룡 둘리를 상상하며 마을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화순 공룡발자국 화석지는 1999년 화순온천지구를 답사하던 중 발견됐습니다.
공룡발자국 화석은 주로 해남, 보성 등의 해안 지역에서 발견됐던 전남 내륙에서 발견되기는 이곳이 처음입니다.
공룡의 출현(?)은 어르신들이 대부분인 시골 마을을 동화 속 풍경으로 산뜻하게 바꿔놓았습니다.
골목 끝자락에 이르니 당산나무 그늘 아래 돌담집이 고즈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만연 천이 졸졸 흐르고 있어 가을의 운치를 물씬 자아냅니다.
예전에는 이 개천에서 물놀이를 하고 빨래를 하며 여름 한 철을 지냈을 것입니다.
◇ 도회지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자투리 공간에는 코스모스가 한 무더기 피어 하늘거립니다.
시인이 사는 동네여서 그런지 눈길 닿는 데마다 정겨운 느낌을 돋웁니다.
골목 중간쯤에 임금남 시인의 집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한옥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 시인의 집은 문간방과 안채, 텃밭과 헛간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리고 빈 돼지우리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칠순이 훌쩍 넘은 시인은 이곳에서 50년 가까이 살고 있습니다.
자녀들 공부 뒷바라지를 위해 광주 도회지로 떠나 있다가 다시 돌아온 지 10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시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지금은 홀로 부업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습니다.
화단에는 시인이 가꾼 노랑과 흰색 소국이 소담스럽게 피었고, 텃밭에는 초록빛을 띤 열무와 쪽파가 무성하게 자라고 있습니다.
문간방은 서재 겸 집필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시인은 5평 남짓한 서재에서 틈틈이 시를 써서 지금까지 모두 6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2018년 아시아서석문학으로 등단한 이후 매년 한 권씩 시집을 내고 있으며, 최근 제6 시집 『모란꽃 필 때면』(서석刊)을 선보였습니다.
◇ 텃밭의 꽃 한 송이에도 시심이그동안 상재한 시집마다 자연 친화적인 정서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독자로 하여금 친근감을 느끼게 한 작품이 탄생됐습니다.
시인은 이 집에 살면서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이거나 텃밭의 꽃 한 송이에도 시심이 솟아나 자기만의 사유가 담긴 향기 나는 시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래서 평론가들로부터 자기만의 개성을 구축하여 새로운 표현으로 맛깔나는 시를 빚는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동안 신정문학상, 서석문학 작품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임금남 시인은 "저의 삶과 주변의 사물로부터 생각과 눈이 사유를 낳아 종이 위에 옮겨져 시가 완성됐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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