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정년퇴직한 직원을 일정 기간 계약직으로 재고용해주는 제도가 있다면 부당해고가 인정된 근로자에게 해당 기간의 임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A씨가 자신이 일하던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을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이달 1일 확정했습니다.
한 제철소에서 방호·보안 업무를 수행하던 A씨는 2013년 해고됐으나 노동위원회와 법원에서 부당해고로 인정받았습니다.
이후 A씨는 해고가 무효임을 확인하고 밀린 임금을 지급해 달라고 소송을 냈습니다.
부당해고가 인정된 만큼 밀린 임금을 얼마로 인정할지가 재판의 쟁점이 됐습니다.
이 회사는 근로자의 정년을 만 57세로 정하되 정년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다시 고용해 만 60세까지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용했습니다.
A씨는 정년 이후 기간제 근로자로 취업할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계약직으로 일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까지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1심은 재고용 시 별도 평가 절차가 있는 것을 근거로 회사가 A씨를 재고용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고 판단해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2심은 계약직 임금분도 A씨에게 지급하라고 판단을 뒤집었고, 대법원 역시 2심 판단이 타당하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이 재고용 제도가 도입된 이래 A씨보다 먼저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들은 모두 기간제로 재고용됐다"며 "회사와 근로자들 사이에 정년에 이르더라도 재고용될 수 있다는 신뢰 관계가 형성돼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A씨에게 재고용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계약직 임금분까지 '밀린 임금'으로 간주해 회사가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정년에 도달한 근로자가 정년 후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되리라는 기대권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선언하고, 기대권이 인정되는 요건이 무엇인지에 관해 최초로 설시한 판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법원이 제시한 요건은 '근로계약 등에 관련 규정이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규정이 없더라도 △ 재고용 실시 경위 및 기간 △ 해당 분야에서 재고용된 사람의 비율 △ 사업장 내 확립된 재고용 관행 △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재고용과 관련한 신뢰 관계 등을 바탕으로 이같은 기대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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