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수 칼럼]'전라도 오천년사' 식민사관 논란, 조속히 바로잡아야

    작성 : 2023-05-15 14:53:39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가 전북도의회 앞에서 ‘전라도 천년사’의 왜곡을 주장하며 항의집회를 갖고 있다. 사진 : 500만 전라도민연대

    지난 2018년 전라도 정도 천년을 기념하기 위해 추진된 ‘전라도 천년사 편찬’ 사업이 5년에 걸쳐 집필 작업을 마쳤지만, 역사 논쟁으로 비화하면서 책 출간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라도의 역사적 동질성을 확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광주·전남·북의 화합과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한 취지와 달리 식민사관 논란에 휩싸여 파열음을 낳고 있는 것입니다.

    ‘전라도 천년사 편찬’ 사업은 5년 전 광주광역시·전라남·북도 3개 시도가 전라도 행정구역 탄생 1천 년을 기념하기 위한 공동협력사업으로 선정, 전북도의 주관 하에 진행됐습니다.

    당초 전라도 천년사의 기술범위는 전라도 정도 원년인 고려 현종대(1018년)부터 현재(2018년)까지 1천 년으로 상정하였습니다.

    그러나, 전북도는 한반도 역사와 궤를 같이 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전라도 오천년사’로 범위를 확대하고, 예산을 24억 원으로 증액시켜 전북연구원에게 이 사업을 맡겼습니다.

    이어 전북도는 전라권의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분야별 권위가 있는 집필진 213명을 위촉하고, 21명의 편찬위원회와 공조를 통해 오천년사 발간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추진해왔습니다.

    ◇시민단체들, “임나일본부설 수용 등 왜곡 많아” 주장

    그런데, 지난해 말 최종 심의를 마친 역사기술에 대해 광주·전남·북지역 시민단체들로부터 식민사관 지적이 제기돼 논란이 일면서 봉정식이 연기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습니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 ‘광주역사바로세우기 시민모임’을 비롯한 광주·전남·북지역 시민단체들은 ‘전라도 오천년사’ 전체 34권 중 고대사와 현대사 일부 내용이 일제 식민사관 프레임에 기초해 서술됐다며 검증위원의 교체와 집필진 등의 공식사과를 요구했습니다.

    시민단체들이 문제로 삼고 있는 부분은 고대사 기술에서 △고조선의 강역축소와 시기후퇴 △마한·백제 역사의 왜곡 △임나일본부 기정사실화와 ‘일본서기’ 지명 비정(比定, 미상의 물체를 다른 것과 비교하여 그 성질이나 위치를 정하는 것) 등입니다.

    첫째, 고조선과 관련해서 집필진이 단군조선을 부인하고 고조선의 건국시기를 기원전 8~7세기로 기술, 중국 사료 등에서 서기전 12세기에 조선이 있었다고 기술한 것보다 뒤늦은 시기로 후퇴시켰으며, 고조선 강역을 한반도로 국한해 설정함으로써 만주지역을 고조선이 아니라 산융동호라고 우기는 중국 동북공정과 다를 바 없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둘째, 마한·백제 역사의 왜곡-삼국사기 마한 관련 기록을 부정하고 일본서기에 백제 근초고왕이 왜에 충성을 맹세했다는 내용을 인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야마토왜의 땅인 임나4현이 전라도에 있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영산강 유역을 야마토왜에서 쫓겨온 세력이 지배한 것으로 보았습니다.

    영산강 유역의 히고형 석실 장고분의 주인공들은 6세기 야마토 정권의 큐슈지역 지배를 피해 아리아케해(海) 지역의 세력자가 주류를 이룬 것으로 추정된다고 기술한 것입니다.

    셋째, 일본서기에 언급되는 지명인 기문, 대사, 반파, 침미다례를 한반도 남부지방인 남원, 하동, 장수, 해남군 등으로 비정하고 있는데, 이는 일본제국주의 학자 이마니시류(今西龍)가 주장한 학설을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일본학자 이마니시류는 조선총독부 조선사 편수회의 회원으로 한국고대사의 시간과 공간을 축소·왜곡·폄하하는데 앞장선 인물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들 지명은 삼국유사를 비롯한 우리 역사서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오직 임나일본부설에서만 등장하는 지명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일본서기는 기본적으로 일본열도에서 발생했던 사건들에 대한 기록으로서, 일본서기의 한국고대 국가명을 한반도 고대국가로 볼 수 없고 일본열도로 이주한 이주민들이 세운 소국들로 해석해야 한다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했습니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 회원들이 전북도의회 국주영 의장을 방문해 ‘전라도 천년사’ 왜곡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500만 전라도민연대

    ◇편찬위원회 측, “새삼스러운 주장 아니다” 반박

    이에 대해 편찬위원회 측은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사항들이 그동안 항시 있었던 것들로서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라고 치부했습니다.

    일본 야마토 왜가 4세기 후반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배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의 경우 학자들 사이에서 사실상 폐기된 학설로서 논란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기문이라는 지명표기는 일본서기 외에도 6세기 중국 양나라 때 제작된 사신도 ‘양직공도’ 등에도 명시돼 있어 단순히 식민사관에 기초한 기술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북연구원 전북학연구센터 홈페이지를 통해 오천년사 E-BOOK을 공개해 일정기간 의견을 접수하고 검증을 통해 결론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쳐 오는 7월 10일까지 공식화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광주·전남 의회와 전남 시장·군수협의회, 서울 호남향우회, 호남지역 국회의원 등이 잇따라 비판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올바른 역사탐구로 호남정신 확립해야

    ‘전라도 오천년사 편찬’은 비록 전북도가 주관하고 있지만 광주광역시·전라남·북도 3개 시·도가 참여하고 있는 공동협력사업입니다.

    그리고 이 사업의 궁극적인 목적은 올바른 역사 탐구를 통한 호남정신의 정립이 핵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사의 해석에서 일본사서인 ‘일본서기’와 일본학자 이마니시류의 학설에 의존해 기술함으로써 식민사관 논란을 초래한 것은 올바른 역사인식이라 할 수 없습니다.

    또한 문화재청도 문제의 ‘다라’와 ‘기문’을 운봉고원 일대의 가야정치체와 쌍책지역 일대 가야정치체로 수정하여 표현한다고 밝혀 시민단체의 주장을 수용하였습니다.

    따라서 전북연구원과 집필진은 시민단체들이 지적한 부분을 다시 한번 깊이 성찰해서 왜곡된 부분은 바로잡고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부분은 시정해서 진실되고 자랑스러운 ‘전라도 오천년사’를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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