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지도 눕지도 못했는데”…수막척수류 필리핀 소녀, 세브란스에서 새 삶

    작성 : 2025-12-26 13:13:02
    ▲'수막척수류'를 앓던 필리핀의 10세 소녀 조안나(왼쪽) [연합뉴스]

    척추뼈 결손으로 신경 조직이 외부로 돌출돼 하반신 마비는 물론 제대로 앉거나 눕기도 어려웠던 필리핀 소녀가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생활이 크게 호전됐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출생아 1천명 중 1명 이하에서 발생하는 선천성 질환 ‘수막척수류’를 앓던 필리핀의 10세 소녀 조안나를 초청해 치료했다고 26일 밝혔습니다.

    수막척수류는 척수를 둘러싼 척추뼈와 경막에 선천적 결손이 생기면서, 그 안의 신경 조직이 바깥으로 돌출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임신 초기 3~4주 무렵 닫혀야 하는 척수관(신경관)이 열린 채로 태어날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신경관 결손 질환입니다.

    조안나는 등 부위에서 척수 신경이 돌출된 상태로 태어나 하반신 마비와 근력 저하, 배설 장애 등을 겪어 왔습니다. 

    통상 출생 직후 봉합 수술이 필요하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친 채 10년 가까이 지나는 동안 증상이 악화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최근에는 등에 돌출된 신경 조직의 통증이 심해져 휠체어에 앉거나 침대에 눕는 것조차 어려워졌고, 정상적인 수면과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겪었습니다.

    필리핀 빈민촌에서 사역하던 이정현 선교사가 조안나의 사정을 세브란스병원에 알리면서 치료가 연결됐습니다.

    세브란스병원은 조안나를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 프로그램 대상자로 선정해 국내로 초청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의료 취약국 환자를 한국으로 초청해 수술비 전액을 지원하고 치료하는 사업입니다.

    ▲조안나와 기념사진 촬영하는 의료진 [연합뉴스]

    수술은 김동석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외과 교수가 맡았습니다. 

    의료진은 돌출된 수막류를 본래 위치인 척추 안쪽으로 복원하고, 외부 자극에 따른 추가 신경 손상과 통증, 감염 위험을 줄이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안나는 수술 전에는 돌출된 수막류 때문에 똑바로 눕지 못했지만, 수술 후에는 바른 자세로 잠을 잘 수 있을 정도로 호전됐습니다. 

    다만 오랜 기간 신경 손상이 진행된 탓에 하반신 마비는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으나, 휠체어에 앉는 등 생활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조안나의 수술비는 JYP엔터테인먼트가 전액 후원했습니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월 연세의료원과 취약계층 소아·청소년 환자 치료비 지원을 위한 사회공헌 협약을 맺고, 현재까지 누적 7억원을 기부했다고 세브란스병원은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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