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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골목을 지나 주택가 안쪽으로 발길을 옮기면 새로 페인트를 칠해 산뜻해진 건물들과 정반대로 아무도 살지 않는 빈 집들이 한데 모여 앙상블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 골목 한 켠에 오래된 공중전화 부스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그리고 건너에는 코로나 발생 때 영업이 중단된 실내야구장의 문이 아직도 굳게 닫혀있습니다.
방직공장과 주택가 사이 큰 도로로 나와 걷다 보면 크고 사이사이에 작은 골목들이 구불구불 미로처럼 숨바꼭질을 합니다.
무심코 골목에 들어서면 시간의 뒤안에 웅크리고 있는 낡은 건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세월의 무게에 짓눌린 공장, 일본식 주택 '눈길'골목 이곳저곳에 한때 무언가를 만들어냈던 공장들이 뼈와 속살을 드러낸 채 세월의 무게에 짓눌려 있습니다.
뒤꿈치를 한껏 올려 담벼락을 넘어다보면 마치 비밀스러운 아지트인 것처럼 허름한 건물 안에 수상한 기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주물공장이었을까, 유리공장이었을까, 양말공장이었을까 아니면 과자공장이었을까.
어떤 건물이었을지 호기심을 자아냅니다.
이 동네에서 60년 째 살고 있는 김복순 씨가 궁금증을 풀어줍니다.
"옛날에 이곳에 공장들이 수두룩했제. 과자공장도 세 군데나 있었고, 양말공장, 성냥공장 등 공장이 많았어."
1960년대 후반 제작된 임동 지도를 보면 버드리마을 일대에는 동흥주물, 광주제지공장, 대한연탄 등 공장들이 있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골목에는 다른 주택들과 모양이 다르게 생긴 오래된 일본식 건물이 눈길을 끕니다.
대문은 굳게 닫혀있고, 마당에 커다란 태산목이 건물 대부분을 가리고 있어 전체 모습은 볼 수 없으나, 지붕과 벽면 등 외관이 적산가옥을 닮았습니다.
주민들은 "일본인이 살던 집인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어릴 적부터 그 가옥이 있었다"고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리모델링해서 카페로 운영하면 좋겠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 해태 원년 멤버 강만식 선수, 1년에 한두 번 찾아와동네 한바퀴를 돌아 다시 적십자사 봉사관으로 오면, 야구마을답게 야구용품점과 생활체육야구연합회가 머무는 건물이 있습니다.
임동은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젊은 시절 합숙 생활을 하며 땀을 흘렸던 향수가 물씬 나는 곳입니다.
은퇴 후에도 그 시절의 추억이 그리워 때때로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 중 한 사람이 해태타이거즈 원년 멤버 강만식 선수로 1년에 한두 번 꼭 이곳에 들려 주민들과 옛날이야기를 나누고, 정다운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고 합니다.
임동은 야구만으로도 특별함을 간직한 곳이지만, 1980년 5·18 항쟁의 현장으로서 그 의미를 더합니다.
시민군들이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사람을 검열하는 검문소이자 계엄군의 시내 진입을 막기 위한 전초기지였습니다.
또한 택시기사들이 무등경기장 정문에 집결해 일제히 라이트를 켜고 도청을 향해 진군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를 기념해 정문은 지금까지도 철거하지 않고 옛 모습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 스포츠 역동적 에너지로 지역 활성화 기대버드리 마을은 2020년 방직공장이 완전히 떠난 후 이제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가 그 공간의 중심에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주변에는 야구의거리, 서림마을 행복주택 등 도심 관광거점 활성화 및 새로운 경제기능 도입을 위한 사업이 추진됐습니다.
그리고 '행복공간, 버드리 야구마을'을 꿈꾸며 2020~2022년 3년간 도시재생사업이 시행됐습니다.
사업비 484억 4천만 원을 들여 노후주택정비, 주차장 조성 등 주거환경 개선과 행복한 공동체 만들기를 진행했습니다.
산업화 시대의 그늘을 벗겨내고 프로야구 등 스포츠의 역동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행복공간, 버드리 야구마을'로 새로운 도시 이미지를 창출하는 노력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옛 방직공장 부지에 더현대가 복합쇼핑몰을 비롯 300실 규모의 특급호텔과 공동주택 4천여 세대를 건립하는 개발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낙수효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성하게 우거진 숲을 의미하는 임동(林洞)에는 사람과 재화가 모이는 곳이라는 뜻 또한 내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임동은 다양한 사람, 꿈, 활력으로 채워지며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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