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전남 무안 글쟁이 '7공주'.."농촌에서 유일한 사치는 문학"

    작성 : 2024-05-26 10:00:01
    50~70대 주부 매주 일요일 합평회 모임
    생업 종사하면서도 식지 않는 문학 열정
    초보 문학도부터 문학상 수상자까지 다양
    [남·별·이]전남 무안 글쟁이 '7공주'.."농촌에서 유일한 사치는 문학"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무안성당 동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무안 가람문학회 회원들

    양파와 고구마 산지로 유명한 전남 무안읍 면성2길 한국문인협회 무안지부 사무실.

    무안성당 인근에 위치한 이곳은 매주 일요일 오후 4시가 되면 5평 남짓한 공간이 부산해지기 시작합니다.

    무안 가람문학회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작품을 서로 공유하며 토론하는 합평회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회원들은 5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의 여성들로 공삼임, 심경숙, 김미, 윤미화, 최연심, 박은정, 배성희 씨 등 모두 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취재차 방문한 날, 합평회에는 7명의 회원 가운데 박은정, 배성희 씨의 불참으로 모두 5명과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 프로작가 못지 않는 성실함과 열정

    회원 대부분은 농사일을 하거나 급식 조리사, 혹은 자영업 일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자리에 모이면 금세 일상의 수다가 왁자하게 펼쳐집니다.

    ▲한국문인협회 무안지부 사무실에서 합평회를 갖고 있는 모습

    "요새 나는 농업인TV 보는 재미로 산당께. 100번 채널에서 하는디 보면 볼수록 재미져 죽겄어."

    "나는 오늘도 농사일 하느라 허리 한번 못폈어. 마늘 뽑느라 정신 없었제."

    저마다 일주일간 있었던 갖가지 사연 보따리를 경쟁하듯 풀어놓으며 인사를 대신합니다.

    하지만 글 쓰는 태도는 여느 프로작가 못지 않는 성실함과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의 두께만큼이나 쓰고 싶은 또는 써야 할 이야기 거리가 많기 때문입니다.

    74살로 가장 왕언니인 공삼임 씨는 올해로 등단 23년째입니다.

    무안문학에 수필로, 아동문학에 동시로 각각 당선됐습니다.

    "22살 때 광주 송정리에서 시집왔는데 선본 지 12일 만에 결혼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공삼임 씨는 올해 안에 첫 수필집을 낼 예정입니다.

    24편의 수필 원고에는 초스피드 결혼 이야기를 비롯해 시댁살이, 고향 추억 등 평생에 걸친 인생 역정을 담을 예정입니다.

    ◇ 회원마다 각종 공모에서 다수 수상 경력

    심경숙 씨는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51살에 처음 써본 소설이 신춘문예에 뽑혀 문학의 길에 들어선 늦깎이 소설가입니다.

    종합병원 간병인으로 일하면서 목격한 죽음의 문제를 종교적 관점에서 풀어쓴 쓴 첫 소설 '단속사 가는 길'이 2006년 불교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는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무안문인협회가 발행한 작품집


    이어 최근 4년 연속 잇달아 현진건문학상, 여수해양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에 당선돼 지역문단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무안 토박이인 김미 씨는 3권의 수필집을 낸 수필가입니다.

    전라도닷컴 '그리운 나의 고향 이야기' 공모에서 대상(질로존상) 수상을 비롯 각종 공모에서 다수 수상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로 자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나 가족, 그리고 이웃들의 이야기를 정겹고 게미지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윤미화 씨는 충북 음성 출신으로 경기도 군포에서 살다가 목회자인 남편을 따라 전라도에 내려와 10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처음에 진도에 발을 딛었으나 4년 만에 무안으로 옮겨와 6년째 살고 있습니다.

    젊은 시절 라디오 방송사에 보낸 글들이 채택돼 낭송된 행복한 경험이 있어 글쓰기를 갈망해왔으며, 올해부터 무안 가람문학회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 "무안, 살기좋은 고장" 예찬론

    윤 씨는 "무안에 살아보니 기후가 온화하고 사람들이 유순해서 좋다"고 말했습니다.

    가장 막내 격인 58살 최연심 씨는 강원도 강릉에서 시집왔으며, 무안 해제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무안문학 수필부문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한동안 글쓰기가 두려워 휴식기간을 갖다가 2022년부터 무안 가람문학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무안 가람문학회 회원들의 작품이 수록된 작품집

    최 씨는 하루 종일 문학만을 생각하며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밭일을 하면서도 소설이나 수필 낭송을 들으며 자연스레 문학적 감성에 젖어듭니다.

    스토리가 재미있기도 하지만 한마디씩 얻어듣는 게 표현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내가 농촌에 살면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사치는 문학"이라며 "세상을 보는 안목이 넓어지고 정서적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회원 가운데 김미 씨를 제외하곤 모두 외지 출신이어서 억양이 각기 달랐지만 불쑥 튀어나오는 전라도 사투리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무안이 평화롭고 바다, 들, 산이 모두 갖춰져 있어 살기좋은 고장"이라고 예찬론을 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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