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수필가 박연식 씨가 제2수필집 『울림을 녹음하다』(서석)를 출간했습니다.
박 작가는 2000년 4월 한국수필에 '강낭콩과 장마', '나는 장날이면 고향을 만난다'가 신인상으로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2016년 첫 번째 수필집 함께 밟는 페달을 출간했으며, 그해 아시아서석문학 수필부문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박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닮고 싶어 수필을 쓰기 시작하였다고 밝혔습니다.
"어머니는 저의 스승이었습니다. 어머니의 문장은 참으로 아름다웠습니다. 편지글 속에는 언제나 가슴 뭉클한 구절들이 담겨 있어 나는 늘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었습니다"라고 소회를 피력했습니다.
◇ 어머니 닮고 싶어 수필 쓰기 시작제2 수필집에는 5부로 나뉘어 모두 47편의 수필이 담겨 있습니다.
제1부는 유년시절 고향의 추억과 부모님 사랑, 제2부와 제3부는 가족 이야기, 제4부는 문학기행, 제5부는 가족들의 편지를 모아 엮었습니다.
팔순이 넘은 박 작가는 살아온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마음속에 간직된 사연들을 정겹고도 서정적인 문체로 수를 놓았습니다.
이 가운데 표제작 '울림을 녹음하다'는 4대에 걸쳐 이어지는 집안의 책 읽는 소리를 정감있게 표현해 화목한 가정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합니다.
본인도 이야기 할머니로서 아이들에게 선현들의 미담을 통해 꿈과 용기를 심어주며 보람을 얻고 있습니다.
"할머니는 장화홍련전, 춘향전, 홍길동전, 유충렬전 등을 희미한 등잔불 밑에서 자주 읽으셨다. 그 소리가 좋아서 새벽잠이 부족하여도 벌떡 일어나곤 하였다. 어느덧 내가 벌써 할머니 나이가 되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세살 적 버릇이 여든간다'는 속담처럼 내 어릴적의 버릇일 것이다"
'울림을 녹음하다' 中
◇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회상또한 집 뒤뜰에서 친구와 소꿉놀이를 하던 유년시절의 추억을 그리움으로 소환했습니다.
"찔레꽃 피는 봄날이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대로 정은이랑 우리 집 뒤뜰에서 소꿉놀이를 했다. 대밭 밑 양지쪽엔 나뭇가지와 볏짚가리가 무더기로 쌓여 있어 아늑하였다. 몽글몽글한 흙으로 소반짓고 하얀 꽃잎 따서 화전을 만들었다. 봄볕을 두드리는 소꿉놀이에 뒤뜰의 오후는 늘 설레였다."
'찔레꽃 추억1' 中
그리고 아버지에 대한 애틋한 회상도 진한 여운을 전해줍니다.
"아버지가 면회 오셨으니 수위실로 오라는 방송이 운동장으로 울려 퍼지자 학생들이 와-아하고 웃어버렸다. 급한 마음에 운동화도 신지않고 덧버선만 신은 채로 달려나간 나에게 '풋콩을 쪄왔으니 먹어보아라'하고 어색하게 내미셨다. 그 말씀이 채 끝나기도 전에 창피하다며 신문지에 싼 콩뭉치를 낚아 채듯 빼앗아 수위아저씨에게 주어버렸다."
'아버지의 따뜻한 풋콩' 中
◇ "밝고 향긋한 글 쓰겠다" 다짐평론가들은 박 작가의 글에 대해 "일상적인 체험과 과거의 기억이나 상념을 무리없이 구성하는 차분한 문장력, 온후한 향기를 지닌 기품 있는 수필"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박 작가는 "척박한 땅에서도 해마다 피어나는 고향의 진달래꽃처럼 밝고 향긋한 글을 쓰겠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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