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지만, 적법하지 않은 절차였다면 무효 처리될 수 있다는 행정 심판 결과가 나왔습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달 11일 운전자 A씨가 경찰의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처분 취소 판단을 내렸습니다.
A씨는 지난 6월 4일 음주운전 단속에 적발되면서 운전면허 취소 처분 사전통지서를 받았습니다.
통지서에는 같은 달 24일까지 가까운 경찰서로 출석해 의견을 제출하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이 통지한 의견 제출일 보다 엿새 빠른 18일, A씨의 면허 취소 절차가 마무리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A씨 측은 "출석요구일 전에 사건을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제시한 진술서 하단에는 의견제출 기한이 지나지 않더라도 이의가 없음을 인정하고 행정 처분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문구가 추가로 기재돼 있었다"며, "이 문구가 도로교통법과 맞지 않는 내용이고 이는 의견을 진술할 기회 자체를 상실하게 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행정심판위는 "통지서에 처분 진행 동의 여부를 묻는 문구가 있었지만, 이는 규정된 서식과 달리 임의적으로 추가된 것"이라며 "A씨가 의미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동의 표시를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습니다.
또 "도로교통법은 해당 진술서 문구처럼 임의로 추가된 내용에 대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의견 제출 기한 전 이뤄진 행정 처분은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A씨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대륜 박상범 변호사는 "사전통지 제도의 취지는 당사자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함"이라면서, "경찰이 의견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은 것은 행정절차법 제21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진술서 하단에 있던 문구 역시, 피의자 신분이던 A씨가 동의 표시를 하라는 경찰의 요구를 쉽게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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