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시절 선임병의 잦은 구타로 정신 질환을 갖게 된 예비역은 보훈 보상 대상자라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습니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는 육군 예비역 A씨가 광주보훈청장을 상대로 낸 국가유공자·보훈보상 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한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15일 밝혔습니다.
A씨는 1978년 육군 포병부대에 배치받아 관측병으로 복무하다 1980년 5월 조현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이후 군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다가 석 달여 만에 전환 신경증 진단에 따라 복무 기간을 마치지 못하고 의병전역했습니다.
A씨는 당시 훈련 강요를 비롯해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습니다.
정신 이상 증상을 보였는데도 부대 공사 작업에 투입됐고,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습니다.
A씨는 '군 복무 중 겪은 심한 육체적 노동, 사고와 폭행 등 육체적·심리적 외상 경험으로 정신질환이 악화됐다'며 2005년부터 2021년 사이 4차례에 걸쳐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이에 A씨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1심은 국가유공자·재해 부상군경 모두 해당되지 않는다는 보훈청의 처분은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국가유공자 대상은 아니지만 보훈보상 대상자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부대 배속 전까지는 건강 상태가 양호했고 조현병 관련 증상도 없었다. 1979년 초 훈련 이후부터 조현병 관련 증세들이 뚜렷해졌고 전역 이후 1985년부터 현재까지 관련 치료를 받고 있다"며 "의료 기록을 봐도 '군대에서 구타당한 뒤 피해망상과 가족에 대한 폭력성 등이 나타났다'고 줄곧 주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함께 복무한 전우가 선임병 구타 피해 사실을 확인서와 국민권익위 진술로 밝힌 바 있다. 당시 병영 문화에 비춰 구체적인 조사나 공식 자료의 작성이 아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부대 안에서 '심한 육체 작업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는 처방을 받는 등 제대로 된 치료나 관리도 받지 못했다"고 봤습니다.
또 "의무복무 중 해당 질병의 발생 또는 악화가 직무수행 또는 교육훈련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돼 상이를 입었다고 볼 수 있다. A씨는 재해 부상군경 요건은 충족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 타당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다만 국가 수호·안전 보장 또는 국민 생명·재산 보호와 직접 관련이 있는 직무 수행 또는 교육훈련 과정에서 조현병까지 이르게 된 스트레스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워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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