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 암각화, 한국 17번째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1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47차 회의에서 한국의 두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로 최종 결정했습니다.

정식 명칭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입니다.

암각화는 바위나 동굴 벽면 등에 새기거나 그린 그림, 즉 바위그림을 의미합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한반도 선사 문화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유산으로, 국보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구성돼 있습니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평가 결과를 토대로 "'반구천의 암각화'는 선사시대부터 약 6천 년에 걸쳐 지속된 암각화의 전통을 증명하는 독보적인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어 "탁월한 관찰력을 바탕으로 그려진 사실적인 그림과 독특한 구도는 한반도에 살았던 사람들의 예술성을 보여준다"며 "선사인의 창의성으로 풀어낸 걸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971년 발견된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흔히 '반구대 암각화'로 불립니다.

울산 태화강 상류의 지류 하천인 반구천 절벽 바위 면 높이 약 4.5ｍ, 너비 8ｍ(주 암면 기준)에 바다 동물과 육지 동물, 사냥 그림 등이 빼곡히 새겨져 있습니다.

울산광역시 반구천암각화세계유산추진단이 3차원(3D) 스캔 도면, 실측 자료 등을 분석해 2023년 펴낸 도면 자료집에 따르면 모두 312점의 그림이 확인됩니다.

특히, 넓은 바다를 내려다본 듯한 시선을 바탕으로 어미 고래와 새끼 고래, 작살 맞은 고래, 잠수하는 고래를 등 50마리 이상의 고래를 생생히 표현한 것이 특징입니다.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는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로부터 약 2km 떨어져 있습니다.

1970년 존재가 알려졌으며, 높이 약 2.7ｍ, 너비 10ｍ 바위 면을 따라 각종 도형과 글, 그림 등 620여 점이 새겨져 있습니다.

청동기 시대에 새긴 것으로 추정되는 마름모, 원형 등의 추상적 문양이 인상적입니다.

또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 시기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도 남아 있어 6세기 무렵 신라 사회상을 연구할 때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향후 보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지 주목됩니다.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는 수십 년 동안 침수와 노출이 반복됐습니다.

반구대 지점보다 하류에 있는 사연댐 수위가 53ｍ를 넘으면 암각화가 물에 잠기는데, 최근 10년 동안에도 연평균 40일 넘게 물에 잠겨 있었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암각화 훼손을 막기 위해 댐 수위 조절, 임시 제방 설치, 임시 물막이 설치 등 여러 안이 나왔으나 쉽사리 해결책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에 세계유산위원회는 신규 유산 등재를 결정하면서 "사연댐 공사의 진척 사항을 세계유산센터에 보고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암각화 보존·관리를 위한) 반구천세계암각화센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개발 계획은 알려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설치해 수위를 낮추는 방안이 진행 중인 만큼, 향후 국가유산청과 울산시는 공사 상황을 유네스코와 공유하며 추진할 것으로 보입니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 목록에 새로 이름을 올리면서 우리나라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이후 모두 17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