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광주비엔날레]본전시 '겹침 소리' 섹션..오감을 즐기는 시청각 파노라마(3편)

    작성 : 2024-09-17 09:00:01
    제3전시실 '겹침소리(polyphony)' 감상
    다층적 세계관 주목하는 작가의 작품들
    음향 탐사로 자연 용암동굴 소리 채집
    설치와 영상작품에 현실적 입체감 재현
    ◇ 생태적 시선으로 바라본 지구촌 세상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의 제3전시실 입구에 들어서면 마주하는 필립 자흐 작 '부드러운 폐허'의 광경 일부

    제3전시실은 '겹침 소리'(polyphony) 섹션으로 관객은 다양한 출처에서 나오는 소리들이 합쳐진 소리의 패턴을 만나게 됩니다.

    여기에서는 기계에서 동물에 이르는 여러 비인간 영역들과 다양한 대화가 펼쳐지게 됩니다.

    작가들은 '생태적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사물보다는 존재들 간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인간이 처한 황경의 복잡성을 다루면서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행위로 공간을 표현합니다.

    ▲본전시 제3전시실 필립 자흐 작 '부드러운 폐허', 2024. 캔버스 및 리넨에 유채와 아크릴, 450×840×840cm,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기후변화가 예술에 끼친 주된 영향은, 작가들이 환경을 인간의 활동 무대라기보다 복잡하고 버거운 상황에 처해 있는 취약한 곳으로 새로이 바라보게 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시장에 발을 들이면서 마주치는 작품은 마치 어느 해안가 마을에서 미역을 채취해 매달아 말려 놓은 듯한 이미지와 형상이 공간을 꽉 채우고 있다.

    아니면 남도의 천연염색천을 주렁주렁 늘려 놓아 역시 햇볕에 널어놓은 듯한 친숙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 인간과 비인간을 관통하는 상상의 세계
    ▲본전시 제3전시실의 블라디슬라프 마르코프 작 '나는 손톱을 먹는다', 캔버스에 아크릴 안료, 182.8X213.3cm, 2024.

    이 작품은 여러 초점을 가진 다층적 세계관에 주목하는 작가들의 작업이 전시된 가운데 필립 자흐(Phillip Zach)의 '부드러운 폐허'(soft ruin)(2024)로 시작됩니다.

    작가가 산책하다 본 부화된 고치로 가득한 실크 거미줄이 공원의 나무들을 에워싸고 있는 장면과 옷을 공개적으로 교환하는 도시 문화인 프리 파일에 착안한 작품입니다.

    인간과 비인간, 폐기된 외피, 물질과 비물질을 관통하며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합니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 '용해의 들판', 2024. 키네틱 모래 분화구, 담수 생태계와 인공 쓰레기 폭포, 구리로 전기 도금된 식물, 재배되는 결정체,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낸 오브제와 지역 폐기물, 분해된 화강암 덮개, 가변 크기 [작가 및 프랑수아 게발리 갤러리(로스앤젤레스), 하이 아트(파리), 모린 팔레이(런던) 제공],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미국 출신의 맥스 후퍼 슈나이더(Max Hooper Schneider)의 '용해의 들판'(LYSIS FIELD)(2024)은 분해된 유기 요소나 주운 물건, 합성 폐기물에 혁신적인 재료 기술을 결합한 설치 작품으로 동식물과 비인간 개체가 공존하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듭니다.

    생태학적 역동성을 탐구하는 슈나이더의 대형 설치작업은 인류세 이후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권혜원(Hyewon Kwon)의 다채널 비디오와 소리로 구성된 설치 작업 '포털의 동굴'(Cave of Portals)(2024)은 음향 탐사 도구로 채집한 제주도 서부 용암 동굴의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들려줍니다.
    ◇ 공간구획과 활용 돋보이는 전시공학
    ▲본전시 제3전시실의 해리슨 피어스 작 '원자가', 2024. 모듈형 키네틱 조각 및 사운드 설치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강, 실리콘, 나일론, 공압 자동화 시스템, 사운드 시스템), 가변 설치, 10분. [작가],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제3전시실은 좌우 공간을 양분하여 좌측으로는 평면작품을 걸고 우측으로 공간을 확대하여 설치작품을 배열하였습니다.

    그리고 맞은 편 부분에 부스를 만들어 영상작품을 배치함으로써 공간구획과 활용이 돋보이는 전시공학을 엿보게 됩니다.

    이처럼 전시공간을 격자 모양으로 구획하여 직사각형의 긴 공간에 시그니처 작품으로 여겨지는 대형 설치 작품들을 전시함으로써 각 작품의 동선이 조화롭게 흐르도록 유도한 것으로 보입니다.

    ▲본전시 제3전시실의 신하오 청 작 '지층과 표석', 2023-2024.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71분 58초. 작가 및 타불라 라사 갤러리 제공 [광주비엔날레]

    '겹침소리'의 제3전시실이 단일 공간으로 구성되는 특징과 함께 전시실 맨 안쪽 벽이 투명 유리벽으로 시선이 열려 있는 점을 충분히 감안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맥스 후퍼 슈나이더의 작품 '용해의 들판'은 키네틱 모래 분화구를 비롯 담수 생태계와 인공 쓰레기 폭포, 구리로 전기 도금된 식물, 재배되는 결정체, 쓰레기 더미에서 찾아낸 오브제와 지역 폐기물, 분해된 화강암 덮개 등으로 제작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인공 설치물과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소나무 숲 자연풍경이 좌화를 이루듯 소통하여 하나의 장면을 만들어내는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 빠른 영상 작품은 느슨한 관객에게 긴장감
    ▲본전시 제3전시실의 프랭크 스컬티 작 '광주기록', 혼합매체, 조각, 130X60X60cm, 2024.

    때문에 제3전시실은 긴 통로와 각각의 부스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넓고 밝고 시야가 툭 트이는 공간감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현대미술이 추구하는 시각적 미감은 물론 청각과 공간감, 생동감을 주며 관객이 작품의 일부인 양 작품 사이사이를 활보하며 감상하도록 하였습니다.

    부스 안의 영상 작품도 흔히 천천히 흘러가듯이 스토리와 화면이 전개되는 여타의 작품과는 달리 빠르게 움직이며 순간순간을 포착하듯 지나가면서 관객들의 느슨해진 오감을 더욱 긴장감 있게 조여줍니다.

    ※ 이 기사는 4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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