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광주비엔날레]본전시 '부딪침 소리' 섹션..'지구의 불협화음' 본전시의 화두(2편)

    작성 : 2024-09-16 09:00:02
    3개 섹션 구성..비엔날레전시관 1·2 전시실
    세 가지 소리 패턴 중 피드백 효과 다뤄
    수신기 가까울 때 발생하는 독특한 소리
    평면회화·사진·영상·조각·설치 등 교차 배치
    ◇ 평면과 입체 설치작품의 반복적 동선
    ▲제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는 비엔날레관 1층 로비에서 시작하여 시계 반대방향으로 동선을 구성했다. 사진은 제1 전시장 입구 모습

    제15회 광주비엔날레는 세 가지 소리 유형을 따라갈 수 있도록 광주비엔날레 전시관의 동선을 구성해 놓았습니다.

    관람객들은 '부딪침 소리', '겹침 소리', '처음 소리'라는 세 가지 소리 패턴이 바탕이 된 전시를 경험하며 인류세 변이를 목격하게 됩니다.

    먼저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전시실 1, 2) 섹션은 피드백 효과를 다룬 곳으로, 모든 것이 서로 인접한, 모든 것이 전염되는, 그리고 즉각적인 반향실(echo chamber)이 되어버린 행성을 의미합니다.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제1 전시실 초입에 설치된 안내판을 관람객들이 살펴보고 있다

    즉 인간 활동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사람 간, 종간 관계는 더욱 고밀도화 되고, 이 밀도 높은 공간을 음성 이미지로 보여주려는 것입니다.

    '부딪침 소리'는 수신기가 가까울 때 발생하는 독특한 소리이며 이는 공간 부족으로 인해 벌어지는 지구의 불협화음이라는 본전시의 화두와 상응합니다.

    전시의 첫 문을 여는 작품은 나이지리아의 역동적인 도시 라고스 거리에서 녹음한 소리를 바탕으로 작업한 에메카 오그보(Emeka Ogboh)의 작품 'Oju 2.0'(2022)입니다.
    ◇ 환경과의 불협화음으로 고통 받는 현대인
    ▲본전시 제1전시실의 신시아 마르셀 작 '요소들의 결합- 모으는 사람들', 종이에 2패널 잉크젯 프린트, 104X130cm, 2019~2024.

    어두운 복도를 따라 걸으며 듣는 도시의 소음만으로도 라고스라는 도시의 성격과 현장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산업화와 세계화, 팬데믹, 기후변화로 인한 혼란을 겪은 인간은 환경과 불협화음을 내며 살고 있습니다.

    순간순간 반복되는 불일치의 출현은 전 지구적인 과잉을 시각화 한 작품으로 자각할 수 있습니다.

    ▲본전시 제1전시실 신시아 마르셀 작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 2019-2024. 카펫, 금속, 폼, 램프, 796×1,101×230cm. [작가 및 루이사 스트리나 갤러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개작 커미션

    이어 브라질 출신 신시아 마르셀(Cinthia Marcelle)의 대형 설치 작업 '여기에는 더 이상 자리가 없어요'(There is No More Place in This Place)(2019-2024)는 형광등이 켜진 텅 빈 방, 버려진 사무실이라는 거대한 공간을 형상화했습니다.

    천장과 튀어나와 있는 패널이 유령 같은 공간의 과거 모습을 암시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낯설지 않을 흰색 배경의 차가운 사무실을 암시하는 설치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일상을 사회 구조와 조직 원리를 발굴하고 교란하는 현장으로 변모시킵니다.
    ◇ 식민지와 역사의 트라우마 탐구 시도
    ▲본전시 제1전시실 캔디스 윌리엄스 작'백인들이 우리를 모두 죽이기 위해 만들어 낸 신과 괴물들' 시리즈, 2024. [작가 및 하이디 갤러리],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제1전시실의 미국 출신의 나 미라(Na Mira)의 홀로그램 유리, 2채널 비디오, 사운드로 구성된 14분 분량의 영상 작품 '수궁가'(Suggunga, 2024)는 서울과 광주 여행에서 수집한 장면들을 투사합니다.

    영상의 중심 장소는 용산에 위치한 미군기지로, 이곳을 통해 식민지와 역사적 트라우마를 탐구합니다.

    피터 부겐후트(Peter Buggenhout)의 작품은 동물의 털이나 피 같은 유기물, 플라스틱과 고철 같은 합성물 등 흔히 폐기물로 분류되는 재료로 만들어 집니다.

    ▲본전시 제1전시실 피터 부겐후트 작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 #91', 2018-2023. 집먼지로 덮인 혼합 매체, 270×389×295cm. [작가 및 부겐후트 스튜디오]

    '맹인을 인도하는 맹인'(The Blind Leading the Blind)(2018-2023) 시리즈는 작품의 재료로 쓰인 낡고 해진 폐기물의 어두운 색감으로 단순히 우울함이나 암담한 미래만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자연에서 노화와 쇠락은 오히려 생성과 변화와 연결되는 중요한 지점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노엘 W. 앤더슨(Noel W. Anderson)은 영화 '블루스 브라더스'(1980)에서 목사 역으로 분한 제임스 브라운이 설교를 하는 장면에 영감을 받아 제작한 태피스트리에 사운드 설치를 결합한 세 점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 세계여성작가들의 저항을 향한 '외침'
    ▲본전시 제1전시실의 미라 만 작 '바람의 사물', 2024. 거울, 조명, 스테인리스 강 선반, 진도 북, 다양한 사물 및 인쇄물, 110×960×35cm, 40분. [작가 및 드라이 갤러리 (쾰른), N/A 갤러리 (서울)], 제15회 광주비엔날레 커미션

    사운드는 판소리와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섞여 흘러나오는데, 판소리가 서민의 음악이었던 것처럼 백인 우월주의 속 흑인의 존재와 투쟁을 상징하는 제임스 브라운의 노래가 교차하며 소리의 연대를 이루고 있습니다.

    안드리스우스 아루티우니안(Andrius Arutiunian)의 '아래'(Below)(2024)는 석유 추출의 부산물인 천연 역청이 실용적 목적과 제의적 목적을 오가는 재료라는 것에 주목하고 역청이 지표면으로 올라올 때 발생하는 소리를 활용한 사운드 설치 작품을 제작했습니다.

    신화와 현대를 오가는 물성의 유동성과 정지된 형태감이 저주파 신호음과 어우러져 매혹적인 재료의 특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본전시 제1전시실의 최하늘 작 '우는 삼촌의 방' 작품을 관람객들이 돌아보고 있다

    기존 사회와 규범에 저항하거나 세상과의 소통을 지향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울림'을 이야기하는 여성작가의 작품도 대거 선보입니다.

    건축가 출신의 도라 부도르(Dora Budor)는 단채널 비디오 등의 설치 작품 '수동적 레크리에이션'(Passive Recreation)(2024)을 통해 레저 장소가 쉼을 주는 곳이 아닌, 감시와 시각 자본주의를 위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표명합니다.

    한국 출신으로 유럽에서 외국인으로 살았던 이예인은 연작 '사이-상태 시스템'(System of In-between State)(2024)은 혼종성과 취약성을 시사하는 여러 신체 조각으로 구성됩니다.

    이 복잡한 조형물은 인간과 기술 구조가 결합된 사이보그의 형태를 띱니다.

    불확실한 유동적 상태에 놓인 채, 기술과 현대 사회의 모호한 관계를 암시하며 쉽게 버리고, 교체하는 사회에 대한 반기를 든 의미를 전달합니다.

    ※ 이 기사는 3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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