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공무원들이 해외연수를 가는 이유는 뭘까요?
외국의 좋은 정책을 배워서 우리 지역에 적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공무원 중견 간부를 양성하는 광주시의 교육 프로그램에도 이런 해외연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 연수를 다녀온 공무원들이 제출하는 연수 보고서와 일정을 확인했더니 한마디로
엉터리였습니다.
탐사리포트 뉴스in, 천정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도입- 사진 찰칵)
(화면전환 effect)
지난해 10월, 광주시와 5개 구청 소속 공무원 16명이 해외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영국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등 서유럽 4개국, 11일간 일정이었습니다.
연수에 들어간 예산은 1인당 5백만 원씩, 모두 8천여만 원.
광주시와 5개 구청이 전액 지원했습니다.
▶ 싱크 : 광주시 공무원교육원 관계자
-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해서 교육 끝나고 실질적으로 현업으로 돌아가서 대입하려는 (취지입니다)"
연수를 다녀온 이들 공무원들이 남긴 39페이지짜리 해외연수 보고섭니다.
먼저 유명 관광지를 기술한 부분입니다.
영국의 대영박물관: 그리스 문화와 고대 이집트 문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국내 대표적인 여행사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내용 그대롭니다.
성당의 천장을 언급하는 부분엔 '척장'이라는 오타가 있습니다.
오타까지 확인도 않고 그대로 베껴 놓았습니다.
(화면전환)
같은 보고서의 느낀점 부분입니다.
"장시간 비행으로 피로가 많이 쌓였지만 기쁨과 새로움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웃나라들을 무자비하게 짓밟은 그들의 잔인성과 이중성도 생각해본다"
영국을 방문하고 느낀 소감을 A4 용지 한 장 분량으로 생생하게 써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개인적인 소감마저 모두 베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3년 전 충남도 공무원들이 먼저 다녀온 뒤 작성한 해외연수 보고서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습니다.
나머지 이탈리아와 스위스를 방문하고 쓴 소감문 역시 충남도 보고서와 완전히 일치합니다.
보고서의 핵심인 정책제안 역시 다르지 않습니다.
충남도의 보고서에서 '충남도'를 '남도'로 단어 하나만 슬쩍 바꿔서 내용을 통째로 가져왔습니다.
▶ 인터뷰 : 김명성 / 광주 백운동
- "국민 세금으로 해외 연수를 갔다는 건 우리 도시를 더 잘 살게 하기 위해서 간 것인데 (보고서를 베끼면) 국민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보고서의 맨 마지막 10문단 짜리 결론은
'베끼기'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8문단을, 앞서 연수를 다녀온 광주시 공무원 교육원의 전임 기수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그대로
베꼈습니다.
전임 기수의 보고서는 그 전 기수가 제출한
보고서를 또 그대로 베낀 것이었습니다.
누가 처음 쓴지도 모른채 반복해서 베껴왔다는 얘깁니다.
▶ 싱크 : 해당 보고서 작성 공무원
- "여러 자료를 취합하다보니까 인용해서 쓰고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서... "
(전환)
지난해 상반기에 작성된 해외연수 보고서도
마찬가집니다.
역시 광주시와 5개 구청 소속 공무원 11명이
노르웨이와 스웨덴 핀란드 등 북유럽으로 연수를 갔다왔습니다.
보고서는 스웨덴의 중소도시 하마비 허스타드를 친환경 도시로 주목했습니다.
하마비 환경정보센터 관계자와 관련 정책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취재결과 제주도 모 일간지에 게재된
르포 기사를 그대로 베껴 쓴 것이었습니다.
하마비를 벤치마킹하자는 정책 제안 역시
국토연구원이 지난 2009년 발표한 연구결과를 그대로 도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전환)
보고서 작성만 엉터리인 건 아닙니다.
일정을 살펴봤더니 주로 런던과 로마, 파리, 베니스 등의 유명 관광지 일색입니다.
중견 간부 양성 과정을 밟는 공무원들이
다녀온 곳 치고는 선진 정책을 배우겠다는 당초 취지와는 한참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 인터뷰 : 전광섭 / 호남대 교수
- "정책을 담당하는 (현지) 시 공무원들과의 면담이나 네트워킹을 통한 직접적인 선진국의 사례를 보고 배우고 오는 게 보다 현실적일 것 같습니다. "
외유성 해외연수와 엉터리 보고서 제출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광주시 공무국외 여행규정상 연수 보고서만 제출하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해마다 거액의 혈세로 공무원들을 해외연수를 보내면서도 광주시가 사후 심사나 평가는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얘깁니다.
▶ 싱크 : 광주시 공무원교육원 관계자
- "평가 규정도 없고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이런 것들도 난해하고..."
2004년부터 지금까지 12년 동안 중견간부 양성 과정으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광주시와 5개 구청 6급 공무원은 모두 700여명.
1인당 평균 500만원씩, 모두 35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두 시민이 낸 세금입니다.
▶ 스탠딩 : 천정인
- "공무원 해외연수의 유일한 결과물인 보고서가 짜깁기 식으로 작성되는 한 시민들의 혈세로 관광만 하고 왔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보입니다. KBC 천정인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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