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in]실체 없는 브랜드화 사업..전시행정

    작성 : 2016-01-17 20:50:50

    【 앵커멘트 】
    민선 시대 이후 지자체들이 지역 브랜드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근거도 실체도 없이 우선 시작하고 보자는 식으로 추진되면서 혈세만 낭비되고 있습니다.

    '탐사리포트, 뉴스-in', 일선 시군의 브랜드 사업의 실태와 문제점을 양세열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장성군이 3백여 억원을 들여 만든 홍길동 테마파큽니다.

    민선 초기 조선시대 장성 출신의 홍길동이란 실존 인물에 소설 속 홍길동의 이미지를 덧씌워 대표 문화콘텐츠로 추진했습니다.

    매년 유지 관리비만 5억 원 넘게 쏟아 붓고 있지만, 시설은 고장난 채 방치돼 있고 찾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 싱크 : 홍길동 테마파크 관람객
    - "(홍길동)생가라고 써졌더라고요. 저는 이게 생가인지도 몰랐죠."

    지난 2011년에는 18억 원을 투자해 홍길동을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도 제작했지만 관람객은 5천여 명에 그쳤습니다.

    담당 공무원도 무리한 사업이었음을 인정합니다.

    ▶ 인터뷰 : 김수영 / 장성군 문화관광과
    - "문화콘텐츠사업 자체가 행정에서 추진하기에는 조금 버거운 사업들이고"

    ---------
    곡성군도 관음사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심청전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지난 2008년 심청을 실존 인물로 브랜드화를 추진했습니다.

    ▶ 인터뷰 : 김선준 / 곡성군청 문화과
    - "심청이 살았을 만한 곳. 예를 들면 쇠가 많이 나와서 중국과 교류가 있었던 곳을 찾았는데 오곡 송정이 제일 적합하다고 해가지고 그쪽을 심청이야기 마을로 조성하게 됐습니다."

    57억 원을 들여 문을 연 심청이야기마을은 군수가 바뀌면서 펜션으로 변했습니다.

    ▶ 스탠딩 : 양세열
    - "곡성군이 만든 심청이야기마을에서 심청과 관련된 내용은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석상 몇 개가 전붑니다."

    실체도 없는 소재를 무리하게 지역과 연결시켜 브랜드화 하면서 문제가 된 겁니다.

    ▶ 인터뷰 : 강신겸 / 전남대 문화전문대학원 교수
    - "소재를 찾는 것은 독창적이었다고 보지만 시장 군수가 바뀌면서 소위 말해 일관된 브랜드 정책을 가지고 가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실패 요인이 되겠죠."

    -------------
    이같은 행태는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고흥군은 얼마 전 타계한 지역 출신 고 천경자 화백의 생가 복원한다며, 부지 매입과 리모델링 비용 6천만 원을 내년 예산으로 책정했습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빈집으로 방치되면서 천 화백과 관련된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 싱크 : 생가 주변 주민
    - "그 집을 찾는 거 자체부터가 이상하더라고. 그 집에는 아무(것도 없는데). 군청에서 천경자 기념관 만들어서 천경자 씨 그림을 몇 점 갖다놨는데 찾아가버렸잖아요. 관리 상태가 안 좋다고. 그 따위로 해놓고 요즘 와서 천경자가 죽어서 언론에 좀 타니까 그걸 가지고 복원(하겠다고)"

    유족의 동의나 유품, 작품도 확보하지 못했지만 우선 매입부터 하겠다는 겁니다.

    ▶ 싱크 : 고흥군 관계자
    - "(예산 확보)하고 나서 계획 세워야 할 사항이죠. 지금 이 단계에서 어떻게 한다 안한다 말씀드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몇 년 전 경기도 양주시가 천 화백 측과 사전 협의까지 하고 미술관을 지었지만, 무산됐을 정도로 쉽지 않은 일입니다.

    ▶ 싱크 : 양주시청 관계자
    - "이런이런 걸 주겠다고 했는데 가면서 점점 말이 바뀌는 거예요. 이것도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 그리고 나중에 다 지어지면 주겠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미국으로 가서는 일방적으로 안 하겠다고 통보하고 끝을 낸 거죠."

    충분한 고민없이 당장의 실적만을 쫓는 민선 단체장들의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열악한 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양세열
    - "지역에서 만든 브랜드는 수십여 개. 우후죽순으로 생겼지만 예산만 낭비한 채 용두사미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KBC양세열입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