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 없는 감옥이었다"..사용자 중심 고용허가제 바꿔야

    작성 : 2025-06-29 21:03:14

    【 앵커멘트 】
    지난 2월 영암의 한 돼지농장에서 네팔인 노동자가 숨지면서 그곳에서 벌어진 폭행·협박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죠.

    업체 사장이 구속된 지 한 달여 만에 이 업체가 고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외국인 고용허가제의 맹점이 드러났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그 내용을 조경원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 기자 】
    영암의 한 돼지농장이 고용허가 취소 처분을 받으면서 앞으로 3년간 외국인 노동자를 새로 고용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폭행과 임금체불 등의 혐의로 업체 사장이 구속된 지 한 달여 만입니다.

    농장에서 일했던 네팔인 노동자 뚤시는 사장의 괴롭힘에 시달리다 지난 2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목포고용노동지청 외국인팀장
    - "해당 사업장에서 발생한 일의 심각성 등을 감안해서 적법한 처분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지역 외국인 고용 사업장에도 어느 정도 경각심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저희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이런 피해를 감수하는 원인은 사업주에게 있는 '사업장 변경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관련법은 사업주의 원활한 경영을 위해 외국인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직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사업주들은 이런 제도를 악용해 서슴없이 인권 유린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직을 위해 반복되는 폭행을 견뎌야 했고 문제가 불거지면 사업주들은 거짓 합의서를 쓰게 하거나 감금 등 사적 제재를 한 뒤에야 이직을 허락했습니다.

    노동자들이 그곳을 '철창 없는 감옥'이라고 부른 이유입니다.

    ▶ 람 / 전 직원 (故 뚤시 동료)
    - "거기에서 회사를 옮기고 싶었는데 사장님이 사인도 안 해주고, 거기는 감옥이에요."

    사업장 변경권이 오히려 사용자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지적에 이미 21대 국회에서 관련 개정안이 논의됐습니다.

    노동자의 이직 요청을 사용자가 아닌 노동당국이 승인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당시 환노위는 긍정 의견의 검토보고서를 냈지만, 작년 5월 국회 임기가 끝나면서 이 법안도 자동 폐기됐습니다.

    ▶ 우다야 라이 /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위원장
    - "사업주의 협박, 부당한 대우를 참아야 되고, 당해야 되고.. 사업장 변경 자유롭게 하려면 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외국 인력 확보라는 현실적 요구와, 이제는 공동체의 일원이 된 이주 노동자들의 기본권을 조화시킬 방안이 필요한 상황.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보호를 위해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KBC 조경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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