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가 20년 넘게 첨단동에 살고 있는데 우리 동네에 이렇게 예쁜 홍매화가 피는 줄 미처 몰랐어요."
봄기운이 완연한 3월 둘째 주 주말, 광주광역시 광산구 첨단동 주민 십여 명이 동네 한 켠에 피어 있는 매화를 향해 카메라 포커스를 맞추며 너나없이 감탄사를 연발합니다.
이상기온으로 예년보다 개화 시기가 늦어진 가운데, 첨단동 곳곳에는 매화, 목련, 산수유, 애기동백 등 각양각색 봄꽃들이 일제히 화사한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꽃구경에 나선 주민들은 문화생태 동아리 '첨단소풍'을 비롯 '향토사랑연구회', 그리고 '동네방송 홍보서포터즈' 회원 등 15명.
◇ 지역사회 변화를 기록하는 일에 열정이들은 대부분 직장을 정년퇴직한 시니어들로 평소 다져온 사진과 영상, 글쓰기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사회의 변화하는 모습을 기록하는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말을 맞아 첨단소풍 소정호 회장의 안내로 3시간 동안 첨단동 관내 주택가와 무양서원, 남부대학, 첨단중, 생태공원 등 매화군락지를 순회하며 꽃과 나무에 얽힌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소정호 회장은 "첨단에 매화가 3천 그루가 있어 가히 동네 브랜드로 삼을 만하지만, 관심을 갖는 주민들이 많지 않아 이번 투어를 계획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맨 처음 찾은 곳은 어느 철물점 입구에 핀 매화나무 한 그루.
꽃과 나무를 사랑하는 주인이 10년 전 심은 매화나무는 이날 백옥같은 꽃잎을 만개하며 탐방객들을 반겨주었습니다.
주인 김경숙 씨는 갑작스레 몰려든 관중에 놀라 "오매, 뭔일이당가!" 연신 탄성을 지르면서도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집니다.
한 자리에 30년째 철물점을 경영하고 있다는 주인은 "봄에 제일 먼저 피는 꽃이라 매화를 심었는데 손님들이 좋아해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탐진 최씨 문중의 무양서원으로 발걸음을 옮겨 양지바른 언덕에 심어진 매화나무 군락을 감상하였습니다.
조선시대 표해록의 저자 최부 등 5인의 선비를 배향하고 있는 이곳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봄맞이 명소입니다.

◇ 어린이들의 친구 '나 홀로 홍매화'다음으로는 남부대학 존심원 앞뜰을 붉게 물들인 홍매화를 둘러보고, 인근 첨단중에 핀 수양매의 진한 향기에 싱그러운 봄을 코끝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행은 주택가 이숍 어린이집 앞 가로수 자리에 심어진 '나 홀로 홍매화'에 얽힌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훈훈해졌습니다.
사연인즉 가로수가 뜻하지 않게 말라 죽자 어린이집 원장이 2000년 새천년을 맞아 그 자리에 매화를 심었는데 어린이들로부터 사랑받는 나무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봄날 꽃이 피면 어린이들이 모여들어 사진도 찍고 친구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한다고 전해주었습니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호반2차 아파트 206동 앞 첨단에서 가장 먼저 피는 매화나무에 눈인사를 건네고, 마지막 코스인 첨단 생태광장으로 향했습니다.
◇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 진정한 힐링기능이 상실돼 나대지로 방치된 공간을 숲과 개울이 어우러진 공원으로 탈바꿈된 생태광장에는 청매화 5그루와 백매화 12그루가 장관을 이루어 봄의 향연을 즐기려는 주민들로 북적였습니다.

이날 동네 한 바퀴를 싸묵싸묵 걸으며 봄꽃을 감상한 회원들은 "곳곳에 꽃들이 보석처럼 박혀 있는 것을 보고 새삼 놀랐다"며 "앞으로 내가 발을 딛고 사는 동네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고 각오를 밝혔습니다.
아울러 "겨우내 회색빛 건물에 갇혀 지내느라 지친 심신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낸 진정한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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