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병원 보안팀에 근무하는 심홍섭 시인 "시는 삶이 어려울 때마다 위로가 됩니다"

    작성 : 2024-06-26 16:47:24
    야학 시절 공원 시비 보며 시인 꿈 가져
    크리스찬문학 등단 30년, 시집 6권 출간
    29일 30주년 시집 출판 기념 행사
    광주시민방송에서 진행자로 봉사 활동
    [남·별·이]병원 보안팀에 근무하는 심홍섭 시인 "시는 삶이 어려울 때마다 위로가 됩니다"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광주광역시 수완지구 KS병원에서 고객의 수납을 돕고 있는 심홍섭 시인

    "가끔 고객분이 다짜고짜 화를 내는 경우가 있는데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설득해서 보내야 하니까 그런 점이 힘듭니다."

    올해 64살 심홍섭 시인은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 KS병원에서 5년째 보안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민원인이 병원 근무자들에게 위해를 가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먼저 나서서 조치하고 설득해서 진정시키는 일을 합니다.

    그리고 처음 방문한 환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하고 고객 전화응대와 무인수납도 돕는 등 업무과 일을 보조하는 일을 합니다.

    그는 이전에 인근 첨단병원에서 근무하다가 정년퇴직 후 2020년 이곳에 재취업하게 되어 새로운 마음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심홍섭 시인이 펴낸 시집들 가운데 일부

    ◇ 어려운 가정형편..신문배달 하면서 '주경야독'
    특히 "고객이 현금 300만 원을 분실한 일이 발생했을 때 보안팀 도움으로 찾아서 돌려주자 고맙다며 차 한잔 사주실 때 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심홍섭 시인은 병원 보안팀에 근무하면서 틈틈이 시상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예전 코로나19 시기에는 야간 응급센터에서 늦게까지 당직근무할 때 잠을 이겨내려고 이 생각 저 생각 하다 보면 좋은 시 소재들이 탄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가 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중학교 때부터였습니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낮에는 신문배달을 하면서 야간에 호남신학대 대학생이 가르치는 중학교에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준비했습니다.

    신문배달 구역이 양림동과 사직공원 부근이라 송강 정철 등 여러 시인의 시비가 세워져 있어 그것을 보면서 존경하는 마음으로 시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작문반 수업 후 학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

    특히 김현승 시인의 영향을 받아 삼중당 문고판 소설과 시집을 사서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국어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그의 글쓰기 자질을 발견하고 칠판에 시를 써보라고 해서 '가을하늘'이라는 시를 썼던 것이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 김현승 시인 영향..문고판 소설과 시집 애독
    또한 중학교 3년 동안 일기를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썼으며, 백일장대회에 나가서 상도 타면서 그때부터 문학가의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가 문단에 등단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습니다.

    1994년에 북구청 앞 커피숍에서 선교시화전을 했는데 호응이 좋았고 이익금은 필리핀 선교비로 보냈습니다.

    그때 지인 한 분이 크리스찬문학사에 시를 한번 보내보라고 해서 시 10편을 보낸 것이 시 부문에 당선돼 등단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첫 시집 『뼈아픈 참회』(1994년)를 내게 되었고, 지금까지 모두 6권의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등단 30주년 기념시집 '나의 삶 그리고 은혜'(밀라드刊) 표지

    또한 크리스찬문학작가상(2012년), 한국아동문화대상(2013년), 김영일다람쥐문학상(2018년), 이청준소설가현장공모 우수상(2019년), 희여재문학상(2020년), 서울아동문학상(2024년)을 잇따라 수상했습니다.

    시를 쓰면서 좋은 점에 대해 그는 "시는 삶이 어려울 때마다 위로가 되고 진통제 역할을 해주곤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나 자신을 위해 문학을 향해 급하게 서두르지 말고 꺾이지 말라고 계속 주문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은 심홍섭 시인은 오는 29일 오후 2시 반, 광주시 북구 양산로 주빛교회에서 기념시집 '나의 삶 그리고 은혜' 출판 기념회를 갖습니다.
    ◇ 병원 퇴직 후 동시(童詩)창작연구소 설립
    그는 또한 광주시민방송에서 방송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광주시민방송은 광주 일원을 청취권역으로 시민제작자들이 참여해 1일 16시간(08:00~24:00) 방송을 송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 진로체험, 학교로 찾아가는 FM 라디오방송, 어르신 이주민 장애인 방송체험 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제문학 문학상 수상 기념사진

    그는 매주 월요일 저녁 8시~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시(詩)와 낭만이 있는 음악' 코너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7080 추억의 가요 팝송부터 최신곡까지 음악과 시 낭독으로 시청자들의 피곤한 일상을 달달하게 풀어 주는 시간입니다.

    만학도인 그는 2017년도 방송통신대 국문학과에 늦깎이 입학, 7년 만에 올해 가을학기에 졸업을 앞두고 있으며, 현재 대학원 문예창작콘테츠학과에 지원한 상태입니다.

    병원에서 퇴직하면 3층 건물을 구입해 동시(童詩)창작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입니다.

    1층에는 문학카페, 2층 글쓰기교실, 3층 자택 및 자원봉사(성인 시창작지도)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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