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를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사실혼 동성 배우자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첫 판결입니다.
"이성 동반자와 달리 동성 동반자인 원고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고 이 사건 처분을 한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원고에게 불이익을 줬고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차별한 것으로 헌법상 평등 원칙 위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은 이어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 볼 수 없고 특별히 고려해야 할 공익도 상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지난 40여 년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 제도가 불평등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시행되어 온 것과 마찬가지로 소득요건, 부양요건 등이 동일하다면 불평등 해소를 위해 오늘날 가족 결합이 변하는 모습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소성욱 씨는 지난 2019년 동성 동반자인 김용민 씨와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2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로 등록됐습니다.
하지만 그해 10월 '피부양자 인정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단에서 보험료를 내라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동성 배우자를 직장 가입자의 피부양자로 인정할 수 없고, 등록 조치가 실수였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공단은 이어 소 씨의 지위를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보험료를 새로 청구했고, 소 씨는 이에 지난 2021년 건보공단을 상대로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2022년 1월 1심은 "건강보험 영역에서 특히 사실혼의 개념을 동성 간 결합에까지 확대해야 할 특별한 사정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결정을 내렸지만, 지난 2월 항소심 재판부는 "설령 동성 커플 사이에는 사실혼 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보더라도, 혼인의 의사로 실질적인 혼인생활을 하는 동성 커플은 사실혼 관계로 인정되는 이성 커플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므로, 단지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차별취급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날 대법원 판결 이후 소 씨와 배우자인 김 씨는 "3년 반이 넘는 지난 시간동안, 서로가 가족이고 배우자라는 것을 계속 증명받고 건보공단 측의 불인정을 계속 마주해야 했던 현실 속에서 또 다시 사랑이 이긴 것을 기뻐하고 함께 축하한다"며 "부부로서, 가족으로서 가질 수 있는 수많은 것들 중 하나를 얻어낸 지금, 이 다음은 평등하게 혼인제도를 이용하며 배우자로서의 모든 권리를 가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본 사건을 대리했던 장서연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이 특히 피부양자에서 배제되는 것이 단지 경제적인 불이익만이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 침해로서 중대한 차별행위라는 점을 확인한 점이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민단체 모두의결혼은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다른 동성 커플들에게도 희망을 주는 판결이자, 성소수자의 제도적 평등과 혼인평등을 향한 여정의 큰 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동성부부들이 이번 사건처럼 가족으로서의 권리를 하나씩 얻어내기 위해서 수 년 간의 지난한 소송을 해야 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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