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나주 해피니스 골프장이 지자체로부터 허가를 받았던 것보다 세 배 이상 큰 저류지를 무단 증축했다는 사실을 보도해 드렸는데요.
당초 관할 지자체인 나주시는 이런 사실을 1년 뒤에야 인지하고도, 저류지 시설의 원상회복에 대해선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되자, 원상회복을 포함한 모든 안을 검토해 보겠다며 급히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조윤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나주 해피니스 골프장 안에 조성 중인 저류지입니다.
관할 지자체인 나주시로부터 허가받은 것보다 깊이도, 담을 수 있는 물의 양도 세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또 새로 증설된 코스와 카트 도로 역시 형태나 위치가 바뀌었고, 연습 홀도 처음 허가와 달리 추가 설치됐습니다.
나주시가 이 같은 사실을 처음 인지한 건 공사 시작 1년 2개월여 만인 지난 5월 말.
허가만 내줬을 뿐 관리 감독이 전혀 없었기 때문인데, 지난달 실시된 첫 현장 점검 역시 주민들의 민원으로 시작됐습니다.
그 사이 저류지는 거의 완성됐고, 전체 증설 사업의 공정률 역시 80%를 넘어섰습니다.
▶ 인터뷰 : 노세영 / 나주시 도시과장
- "행정 관청이 관리 감독을 하게 하는 규정은 다 들어있습니다. 모든 법 자체가요. 그런데 행정이 민간 시설에 대한 영역의 디테일 한 부분까지 다 커버하기에는 너무 광범위하고 버거운 부분이 있습니다."
나주시는 지난주 부랴부랴 해당 골프장을 경찰에 고발했지만, 원상회복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합니다.
현행법은 허가 없이 개발 행위를 할 경우 관할 지자체장이 해당 토지에 대한 원상회복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취재가 시작되자 나주시는, 절차상 위법이 있었던 건 맞지만 저류지 시설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 원상회복은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 인터뷰(☎) : 나주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세 배 늘어난 저류지에 대해) 재해영향평가가 이미 완료가 되어 있어요. 문제가 없다고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관련 법에 저촉이 없고 원상회복에 대한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면 변경 허가를 해줍니다."
하지만 무능한 행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불과 사흘 만에 급히 입장을 선회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와 관련 판례 등을 검토해 원상회복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겁니다.
▶ 인터뷰 : 노세영 / 나주시 도시과장
- "현재로서는 해주겠다 안 해주겠다 말하는 것은 조금 성급한 시점인 것 같습니다. 연계해서 종합적으로 분석을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류지 위치로 인한 농업용수 문제 역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해당 저류지의 바로 아래에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농업용수로 사용 중인 저수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수지로 흘러 들어가야 할 물이 저류지에 먼저 모이면서, 주민들은 농업용수를 사용할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강재용 / 마을 주민
- "지금 물이 한 60% 정도 있는데, 이거 며칠이면 고갈입니다."
여기에 이미 해피니스 골프장은 지난해 기준 하루에 2천 톤 가까운 물을 나주호에서 끌어다 써 온 상황.
극심한 가뭄 탓에 지난해 말부터 용수 공급이 중단되긴 했지만, 이번에는 저류지 불법 증축으로 저수지 길목을 막았다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습니다.
뒤늦게 저수지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와 골프장 측이 업무 협약을 맺긴 했지만, 골프장 저류지의 저수율이 40% 이하일 경우 용수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습니다.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에 양측은 농업용수를 최우선으로 하겠다며 한발 물러났지만, 말뿐인 약속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 인터뷰 : 농어촌공사 관계자(음성변조)
- "물을 전부 다 주라 이렇게 주장한 거였거든요. 그런데 해피니스 측에서는 자기들도 돈이 들어가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발을 해서 40%로 됐습니다.) 해피니스 측과 인허가권자인 나주시 쪽에 더 강하게 이런 부분을 요구할 계획입니다. "
환경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골프장 잔디를 가꾸는데 많은 양의 농약과 비료가 투입되는데, 이 물은 농업용수로 쓰일 수 없다는 게 환경단체 입장입니다.
▶ 인터뷰 : 나성운 / 나주환경시민연대 수석부위원장
- "일단 잔디 관리라든가, 수목 관리를 위해 농약을 사용하고, 그것이 장기간 침체된 침전물이 중금속에 오염된 것을 그대로 물량이 부족하다 해서 방류시키면 그걸 농업용수로 쓸 수 있냐,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농어촌공사와 영산강유역환경청 역시 농약 등으로 인한 환경 문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음성변조)
- "저류지도 같이 저희가 수질 검사나 이런 건 할 건데, 말씀하신 것처럼 우려되는 부분은 충분히 있을 것 같긴 해요."
행정절차를 무시한 개발 사업자와, 농민들을 고려하지 않는 나주시의 졸속 행정을 둘러싼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기우식 / 참여자치21 사무처장
- "허가의 범위를 넘어서서 불법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했다면 행정이 마땅히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평가하고, 오히려 그런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원상회복 같은 강력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봅니다."
KBC 조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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