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의 문제점을 살펴보는 기획보도, 오늘은 산단 유해물질로 인한 노동자들의 질환을 살펴봅니다.
여수산단에서 오랫동안 일해온 노동자들 가운데 뇌 혈관과 심 혈관 질환을 앓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또 암과 같은 중증 질환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만 산재 인정률은 매우 낮습니다.
화학물질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서 건강 이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특별취재팀 이형길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여수산단에서 20여년간 원료 저장탱크와 파이프 관리 일을 해 온 김철주씨.
지난 6월 출근을 앞두고 심한 구토와 함께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습니다.
진단 결과는 뇌경색, 계약직이었던 김씨는 후유증으로 결국 일을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김 씨는 작업 중 흡입한 화학물질을 원인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김철주 / 전 여수국가산단 비정규직
- "저희들이 볼팅 작업을 하려고 오픈을 하잖아요 그러면 그 안에 조금씩 남아있는 미세한 냄새들을 흡입하게 돼있죠"
프리랜서로 산단에서 30년간 화학물질 저장 탱크와 파이프 등을 용접하는 일을 해오던 박 모 씨.
심한 어지러움증을 겪다 올 3월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여러 현장을 오가는 작업 특성상 산재 신청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 인터뷰 : 박 모 씨 / 용접노동자
- "현장 특성상 저희들이 오랜 기간 작업을 할 수가 없고 들어가서 한 업체에 가면 한 달, 두 달 길어봐야 3개월이면 공사 끝나고 나와요"
이처럼 여수산단 노동자들 가운데 급성 뇌*심 혈관 질환을 비롯해 직업성 중증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학물질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이 문제로 추정됩니다.
▶ 인터뷰 : 윤간우 / 작업환경의학과 전문의
- "화학물 관리를 그래도 잘해서 줄어들고 있지만 일부 화학물질들은 여전히 심장 혈관 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요 "
하지만 작업자 대부분은 어떤 화학물질에 노출되는지 알지 못한 채 일하고 있습니다.
동료 사이에서 각종 암과 희귀병이 빈번히 발병하면서 산단 노동자들은 불안해 하고 있습니다.
▶ 싱크 : 포스코 현장노동자
- "폐암이 제일 많고 백혈병이나 그런 것도 많은데 저는 루게릭을 많이 봤어요 미세먼지 이런 거 먹으면서 뇌 신경계 쪽에까지 이제"
하지만 여태까지 노동자의 건강 이상과 화학물질의 관계를 밝히는 제대로 된 조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직업성 질환으로 산업재해를 인정받기는 하늘에 별따기입니다.
CG
직업성 암만 보더라도 인구가 비슷한 영국이나 이탈리아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산재 인정률은 50분에 1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 인터뷰 : 이유형 / 노무사
- "한해 암 환자가 24만 명 정도 되니까 9천6백 명 정도가 직업성 암으로 인정받아야 되는 거죠 그런데 실제는 고작 2백 명 정도밖에 인정이 안되는 상황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심각한 질환을 키우는 유해화학물질.
여수산단과 광양제철소 노동자들은 정확히 어떤 물질에 노출되는지도 모른 채 그 피해를 고스란히 본인의 몫으로 감당하고 있습니다.
kbc 이형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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