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중견 한국화가 최진우 작가는 수묵정신을 살려 우리 땅의 기세와 미감을 품어온 작가입니다.
특히 지난 30여 년 동안 줄기차게 '무등산'을 화폭에 담아 남도인의 전통정신과 서정을 전달해 온 민중미술가입니다.
그동안 선보인 세 번의 개인전에서 주로 '무등산'을 테마로 해 '무등산 화가'란 별칭을 얻을 정도로 호남의 진산 무등산에 끊임없이 시선을 보내온 작가입니다.
전통 수묵 산수화를 고집하면서도 화폭에 담는 형상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사회적 메시지를 품어내며 실경산수의 전통 또한 지켜왔습니다.
최 작가는 화가이자 교육자이며 예술운동가로 진보적 성향의 문화예술계 활동을 통해 개성 강한 수묵의 예술세계를 넓혀온 중견 작가답게 독창적인 화업을 일구어 왔습니다.
다음 달 3~30일까지 광주광역시 동구 오월미술관에서 네 번째 개인전 '염(染)-무등에 물들다'를 준비 중인 최진우 작가에게 신작발표와 함께 예술철학을 들어 봅니다.
◇ 민중미술의 시각으로 품어낸 무등산 실경
- 이번 전시회 소개
"'염(染)-무등에 물들다'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개인전은 지금까지 선보여온 부감시로 그린 '무등산'도 있고 또 살짝 새롭게 하려고 한 작품 두 가지 종류로 진행될 것 같아요. 그동안 쭉 무등산을 많이 그렸거든요. 3회까지 거의 무등산을 주제로 했었고 이번에도 무등산과 남도 풍경을 주로 담았습니다."
- '무등산'을 그린 이유
"원래 고향이 순천이고 무등산을 대학 와서 보게 됐습니다. 무등산이 호남의 상징이고 저도 민중미술 쪽으로 시작하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림에 담았던 것 같습니다. 무등산을 전통적으로 봤을 때 항상 가까이 있는 산인데 그리는 작가들이 많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무등산을 우리 방식으로 조형을 만들어 보자는 시도를 했습니다. 또 마침 개인전 주제를 '무등산'으로 하다 보니까 주변에서도 '무등산 작가'라고 불러서 계속 더 그리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 이번 '무등산'의 다른 점
"조선후기 겸재 정선이 남긴 자연 대상을 향한 시점을 계승하면서도 점점 그 어떤 형상을 더 찾아가는 계기라고 봅니다. 그동안 계속 시도를 했거든요. 그동안 쭉 했던 무등산 작품 한번 보시면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 '부감시'로 본 풍경인지
"그렇죠. 그게 말씀하신대로 겸재가 금강산을 그려냈을 때 부감방식으로 그렸습니다. 또 약간 자기만의 어떤 감성으로 조합해서 강산을 표현하잖아요. 그런데 만약 겸재가 이 남도 땅 광주까지는 한 번도 내려와 본 적이 없으니까, 내가 겸재가 된 마음으로 해서 무등산을 부감시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죠."
◇ 작가의 독자적 시각 조형한 10폭 대작
- 대표작 '무등에 물들다'에 대해
"그동안 그려온 무등산을 어떻게 조합할 것인가 고민했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구도가 부감이기는 한데 드론으로 띄워 갖고는 이 형상이 안 나오거든요. 무등산이 가장 무등산답게 보일 수 있는 쪽으로 그렇게 조합해서 해 본 겁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10폭짜리로 좀 크게 한번 해봤습니다."
- 실제로 본 방향은
"새인봉으로 가는 등산로 쪽으로 쭉 따라 올라가서 전체를 다 조망한 거죠. 그런데 무등산은 보여 지는 게 약간씩 각이 다 틀려요. 실제로 그 각이 안 나오는데 가장 무등산처럼 보이는 각도로 제가 틀어서 한 화면에 담은 거죠."
- 겸재가 금강산을 펼쳐본 것과 같은지
"딱히 겸재를 완전히 빼닮은 건 아니지만 이것은 우리 땅 우리 강산을 바라봤던 겸재의 정신과 시각을 조금 현대화해서 들여다 본 것이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 수묵을 고수하는 이유
"수묵이 완전히 우리나라의 전통만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가 갖고 있는 정서 속에서 만들어진 이 수묵이라는 재료가 요즘에 점점 사라져 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심지어 한국화 전시회를 가도 수묵이 없고 거의 다 채색 위주로만 주로 해서 제가 하는 수묵에 집중하게 됩니다."
◇ 서양화 그리다 한국화 전공으로 바꿔
- 수묵은 언제
"저는 원래 서양화 작업을 했었다가 대학교 때 이태호 교수님의 조언에 따라 한국화로 바꿨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우리의 전통을 가능하면 찾아가고자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그 중심에 재료적인 것도 있다고 생각해서 수묵을 지금까지도 계속하고 있죠."
- 그려지지 않는 부분들은
"우리 수묵에서 하는 그런 여백, 즉 공간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공기 원근법의 형태로 그렇게 비워둠으로써 뭔가 공간감을 더 크게 주는 방식 중에 하나입니다."
- 무등산이 10폭 산 너을로 그려졌는데
"마치 아침 우시장의 소 등성이가 여러 개 겹쳐진 형상 같다고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혹자는 무등산 산세를 코끼리 등성이로 보기도 하고요. 이 무등산 등허리가 마치 코끼리의 등허리 능선처럼 라인을 해석하기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산세가 유연하고 부드럽다고만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굴곡이 쭉쭉 있는데 큰 부담이 없이 공감대가 생겼다는 평을 듣기도 했습니다."
- 무등산 형상을 구현하기까지
"제가 무등산을 직접 가서 스케치도 하면서 이 형상이 완전히 처음부터 바로 이렇게 나온 건 아닙니다. 그전에 쭉 형상을 찾아가는 과정 있었습니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보다가 지금 이 형상이 현재까지는 제일 무등산이 잘 담아진 것 같은 느낌이어 가지고 그렇게 표현해 본 것입니다."
- '무등산' 작품 개수
"6~7점 정도 될 겁니다. 대표작만 10폭 대작이고나머지는 중소작 정도 됩니다. 너무 시간이 많이 걸려서 자세히 보면 굉장히 세필로 다 한 거거든요. 겸재의 시각이나 정신을 전통으로 이어 받았고 기법 상으로 더 진화한 것이란 평가도 있었습니다. 그전에 필법을 약간 겸재식으로도 했는데 미점 찍어 가면서 하다가 현대 표현 방법은 또 나답게 해야 되지 않겠느냐 좀 이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 이 기사는 2편에 계속됩니다.
댓글
(1) 로그아웃2편으로 이어지는 기사도 기대만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