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신상 올려 극단 선택 몬 가해자..역으로 신상 털려
항의성 민원에 시달리다 온라인 카페에서 신상정보까지 공개된 공무원이 숨진 가운데 이번엔 가해자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7일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김포시 9급 공무원 A(39)씨가 숨지기 전 A씨의 신상 정보를 온라인 카페에 공개한 B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게시자들은 B씨의 실명뿐 아니라 SNS 계정, 소속 직장, 사진 등을 올리면서 "공무원 신상 공개하더니 인과응보"라거나 "어떤 기분일지 똑같이 느껴봐야 한다"고 썼습니다.
B씨가 실제로 A씨의 신상을 유포한 당사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B씨는 본인의 SNS 계정을 폐쇄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온라인에서는 B씨의 신상정보가 공개된 것에 동조하는 누리꾼들도 있지만 "같은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누리꾼은 "실제 가해자인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이렇게 올려서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자제를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신상 공개로 빚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다시 같은 일을 반복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가해자가 잘못됐다면 비슷한 행동을 자제해야 하는데 마치 응징하는 듯이 신상 공개를 하는 것은 비슷한 일이 되풀이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는 누군가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문제가 되는 행동을 책임질 수 있게 하는 법령과 집행 기구가 있다"며 "이런 것들이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데 질서를 넘어서는 과잉 행동이 있다고 역으로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자중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A씨의 동료 공무원들은 이번 일을 계기로 유사한 일을 막는 근본적인 재발방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A씨와 같은 부서 소속인 직원은 이번 사건으로 충격을 받아 사직 의사를 표명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유세연 김포시청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익명의 누리꾼들이 인터넷상에서 고인의 신상을 뒤지는 일이 애초에 없었으면 이번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노조 차원에서도 민원 응대 공무원에 대한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김포시 관계자도 "A씨가 공무상 재해로 사망한 점을 인정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공무원 민원 대응 매뉴얼을 보강하고 종합대책 마련을 중앙정부 건의할 방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A씨는 지난 5일 오후 3시 40분쯤 인천시 서구 도로에 주차된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A씨는 발견 당시 호흡과 맥박이 없는 상태였으며 차 안에서는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A씨는 지난달 29일 김포 도로에서 진행된 포트홀(도로 파임) 보수 공사와 관련해 차량 정체가 빚어지자 항의성 민원을 접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일 온라인 카페에서는 공사를 승인한 주무관이 A씨라며 그의 실명과 소속 부서, 직통 전화번호가 공개됐고 이후 A씨를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습니다.
누리꾼들은 "차량 정체에도 집에서 쉬고 있을 것"이라며 A씨를 공격했으나 김포시는 "고인은 새벽까지 공사 현장에 머물렀다"고 밝혔습니다.
A씨는 일반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퇴직한 뒤 2022년 9월 공직에 입문해 약 1년 6개월간 공무원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건사고 #신상털기 #공무원 #가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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