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도로변에 설치된 투명 방음벽에 새들이 부딪혀 죽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한 때, 매, 독수리 등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를 붙이는 대책이 주목받았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대책은 없는지, 조윤정 기자가 살펴봤습니다.
【 기자 】
아파트 화단 사이에 작은 새 한 마리가 쓰러져 있습니다.
인근에 설치된 투명한 방음벽을 허공으로 인식해 그대로 부딪히면서 봉변을 당했습니다.
30분 동안 이 일대에서 발견된 조류 사체만 11마리.
1년 통계를 살펴보니, 지난해 광주에서만 2천 6백마리가 넘는 새들이 구조물에 부딪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인터뷰 : 희복 /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 활동가
- "광주ㆍ전남으로 총집계하면, 법정 보호종으로만 9종 69마리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는데, 작년 피해량으로만 따지면 전국에서 광주가 1위를 차지했고, 전남의 경우 3위를.."
관련 대책으로 맹금류 모양의 스티커를 벽에 붙이는 방법이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피해를 키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 인터뷰 : 희복 / 동물권 단체 '성난비건' 활동가
- "(맹금류 스티커가 부착된 벽이) 완전 투명한 방음벽에 비해 충돌량이 조금 더 높게 집계됐는데요. 오히려 맹금류 스티커가 있기 때문에 저기를 갈 수 있다고 인지하게 오해를 만드는 것 같아요."
전문가들이 추가 연구 끝에 제시한 대책은 이른바 '5X10 규칙'.
높이 5㎝, 폭 10㎝ 간격으로 점이나 선을 그리는 건데, 작은 틈새를 피하는 새의 본능을 이용한 방법입니다.
문제는 필름 제작과 설치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고, 환경부가 조류 충돌을 막기 위해 마련한 방음벽 설계 기준 역시 강제성이 없다는 겁니다.
오는 6월부터 충돌을 일으킬 수 있는 구조물을 관리하도록 하는 야생생물법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적용 대상이 공공기관으로 제한됐습니다.
▶ 인터뷰 : 진세림 / 국립생태원 동물복지부 계장
- "(법적으로) 민간 건물까지 되어 있지는 않죠. 결국 민간까지 확대되기 위해서는 근거 자료가 더 마련되어야 하고 시민들의 인식 확산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야생 조류와 공존하는 건강한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시민 사회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땝니다. KBC 조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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