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만 기다렸는데.." 폭설에 꺾인 농심

    작성 : 2022-12-28 21:24:34 수정 : 2022-12-28 21:25:31
    【 앵커멘트 】
    지난주 광주·전남을 뒤덮은 기록적인 폭설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바로 농가입니다.

    시설 하우스와 축사 곳곳이 무너져내리면서 1년 농사를 망쳐버린 건데, 빠른 복구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조윤정 기자가 피해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 기자 】
    딸기 재배가 한창인 비닐하우스가 폭삭 가라앉았습니다.

    천장에 매달려있던 환풍기는 떨어져 나갔고, 찢어진 비닐에서는 물이 쉴 새 없이 새어 나옵니다.

    이곳에서 6년 넘게 딸기를 재배해 온 왕태공씨는 올해 첫 수확을 눈앞에 두고 쏟아진 폭설에 망연자실입니다.

    ▶ 인터뷰 : 왕태공 / 딸기 재배 농민
    - "수확을 하면서 다시 1년 치 농사를 짓는 건데, 시작도 하기 전에 이 상황이면 저희는 귀농을 해서 힘든 상황인 거죠.""

    ▶ 스탠딩 : 조윤정
    - "질 좋은 딸기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햇빛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천막 위로 눈이 쌓이면서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못하고 있고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비닐하우스 안에 물까지 새면서 농민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습니다. "

    인근에 위치한 레드향 농가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하우스 한가운데에 쌓인 눈을 하루빨리 치워야 하는데, 혹시 추가로 무너질 가능성도 커 접근도 쉽지 않습니다.

    ▶ 인터뷰 : 박장열 / 레드향 재배 농민
    - "저녁 내 잠을 못 자고 하우스를 왔다 갔다 해보니까 벌써 하우스가 삐걱삐걱 소리가 나는 거죠. 쓰러지려고."

    이번에 폭설 피해가 가장 컸던 담양군은 상황이 더욱 심각합니다.

    20년 된 포도나무는 눈보라에 꺾여버렸고, 비를 막아주는 하우스도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망가졌습니다.

    군부대까지 동원돼 피해 복구 작업에 나섰지만 꺾여버린 농심을 끌어안기에는 역부족입니다.

    ▶ 인터뷰 : 김동운 / 포도 재배 농민
    - "포도를 수십 년 해온 우리 매뉴얼대로 하더라도 밑에 이렇게 부러진 것을 금방 크게 만들 수는 없는 것이죠. 그런 법칙은 없죠."

    전남도에 접수된 이번 폭설 관련 피해 신고 건수는 시설 하우스 277동, 축사 42동, 양식장 9동입니다.

    피해 금액 역시 20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전라남도는 다음 달 3일까지 피해 조사를 모두 마치고,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복구 작업에 한 해결실을 손꼽아 기다리던 농민들의 마음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KBC조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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