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민선 자치시대 이후 전남 시군들이 문화 기반을 늘린다며 각종 박물관과 기념관을 짓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실한 컨텐츠와 운영으로 사람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수십억 원을 들여 지어만 놓고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탐사리포트, 뉴스- in' , 일선 시군 공립 박물관의 실태와 문제점을 양세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기자 】
나주시 다시면의 백호문학관.
지난 2013년 나주시가 조선 후기 시인이자 문인인 백호 임제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33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한시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는데, 정작 임제 선생의 유품이나 작품 중 진품은 단 한 점도 없이 모두 모조품입니다.
▶ 스탠딩 : 양세열
- "백호 선생의 글씨나 유품 등 직접적으로 연관된 유물이 없다보니 보시는 것처럼 이렇게 관람객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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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나주배박물관의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나주배의 우수성을 알린다며 지난 1992년 세워진 전국 유일의 배 박물관입니다.
하지만 볼 만한 전시물도, 지난 20여년 간 새로운 프로그램도 없다보니 찾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합니다.
▶ 인터뷰 : 김천석 / 나주시 금천면
- "가까이 있어도 잘 안 보네요. 한번 보면 볼 것이 없으니깐"
시설들은 수 개월 동안 고장난 채 방치되고 있습니다.
▶ 싱크 : 나주배박물관 직원
- "정지된 건 몇 개월 됐죠. 제가 4월말에 왔는데 안되더라고요. 영상실도 밑에 있는데 10분짜리 방영되는 건데. 전혀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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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99년 작고한 저항시인 조태일을 기념하기 위해 2003년 지어진 곡성의 문학관.
읍에서 차로 40여 분이나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데다, 인지도에 비해 홍보도 제대로 안돼 하루 평균 방문객은 20여 명에 불과합니다.
이례적으로 시인이 작고한 지 불과 4년만에 지자체가 나서 기념관을 지은 점에 대한 의혹도 있습니다.
▶ 싱크 : 곡성군청 관계자
- "조태일이란 사람이 전 군수님 친구잖아요. 군수님 친구였고 도지사 친구였고,(그 때) 문학관이 생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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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1+2>
전남의 시군이 운영 중인 공립박물관은 모두 29곳, 이 가운데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민선 시장*군수 때 만들어졌습니다. //
연간 운영비가 대부분 1억 원이 넘는데, 세 곳 중 한 곳은 하루 관람객이 100명이 안됩니다.
(c/g 끝)
만들어만 놓고 전시 프로그램을 개발이나 운영에는 손을 놓고 있기 때문입니다.
▶ 싱크 : 나주시청 관계자
- "쉽게 이야기해서 허송세월했다고 보면 될 거 같아요. 시설물 관리만 했지 활성화에 대한 의도는 없었거든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매년 정부에 보고하는 관람객 수를 실제보다 부풀리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 싱크 : 공립박물관 관계자
- "(한달에 얼마나 와요?)50명도 안됩니다. 40명 그런데 근무일지 같은 걸 작성할 때는 솔직히 관람객들 많이 안 온다고 적으면 좀 그렇잖아요. 그런 것도 약간 좀 생각해서 (늘려서 보고하죠.)"
민선시대 이후, 각 시군이 보여주기식 문화시설 건립에 나서면서, 부작용도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 스탠딩 : 양세열
- "전남의 일부 공립박물관들이 부실한 콘텐츠와 관리로 인해 관람객들에게 외면받고 있습니다. kbc양세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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