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산단1] 여수산단서 중대재해 잇따라.."예견된 인재"

    작성 : 2024-09-21 20:47:54


    【 앵커멘트 】
    최근 여수국가산단에서 중대재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일용직과 하청업체 등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졌는데, 안전관리 소홀이 원인으로 드러났습니다.

    이처럼 '예견된 인재'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사회적 감시와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임경섭 기자가 보도합니다.


    【 기자 】
    폭염이 들끓던 지난달 초, 여수산단 한 공장에서 60대 일용직 노동자 이 모씨가 지쳐 보이는 몸으로 휴게실에 들어갑니다.

    체감 온도가 50도를 오르내리는 고된 작업현장에서 하루 12시간씩 닷새 동안 야간 근무를 이어왔기 때문입니다.

    이 씨는 다음 날 새벽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 이씨 동료(음성변조)
    - "젊은 사람도 못 버틸 정도로 더운 작업장이거든요. 그분(이씨) 돌아가시기 전에 하루 전에도 일하시는 (다른)분이 쓰러졌거든요."

    숨진 이씨가 취급한 물질은 타이어 원료인 카본으로, 심근경색을 야기할 수 있는 독성물질입니다.

    유족은 보냉 장비는 물론 작업복과 장갑, 마스크 등 보호 장비 없이 열악한 환경으로 고인을 내몰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사업장은 안전조치 위반으로 적발된 적이 있었는데, 또 안전·보건 관리자를 현장에 배치하지 않았다며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습니다.

    ▶ 이씨 유족
    - "끝나고 나면 샤워를 40분에서 1시간 정도 그걸 닦아내나봐.. 애기 보고 카본이 있으니까 그 좀 짜줘라. 검정을 좀 짜주라 이러고.. 그런 열악한 (작업) 환경인지 몰랐거든요. 억울함이 없어야 되잖아요."

    여수산단에서는 최근 2달 동안 일용직 건설 노동자와 하청 업체 직원 등 2명이 안전 장비 없이 일하다 숨졌습니다.

    최근 4년간 여수산단에서 산업재해 5건을 포함해 13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습니다.

    대부분 일용직과 하청 노동자들이 희생된 것으로 보입니다.

    원청이 위험하고 힘든 일을 떠넘겨놓고, 마땅히 해야 할 안전 관리에는 소홀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 최관식 / 민주노총 여수시지부장
    -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모든 사람들은 대부분 다 하청 노동자들이거나 일용직 노동자들이거나 그래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를 해야지, 책임을 벗어나기 위한 면책 또는 일회성 조치만으로는 이걸 막을 수 없어요."

    원청의 외면과 하청업체의 무관심으로 안전 사각지대에 내몰린 여수산단의 일용직과 하청 노동자들은 하루하루 '예고된 인재'와 싸우고 있습니다.

    KBC 임경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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