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ING]버려진 것도 다시 보자! 우리 동네 숨은 '금손'들

    작성 : 2023-12-22 16:43:22

    청소기, 선풍기, 자전거에서 예초기까지.

    웬만한 전자 제품점 못지않게 다양한 물품이 전시된 이곳은 광주의 한 아파트 지하입니다.

    이곳에는 특별한 수리점이 있는데요.

    바로 아파트 주민들이 버린 물건들에 새 삶을 불어넣는 '두레 공작소'입니다.

    - 사라진 전파사 대신 '두레 공작소'

    8~90년대만 해도 동네마다 전자 제품을 고쳐주는 전파사 한 곳쯤은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물건이 고장 나면 '새로 하나 사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요즘, 전파사를 찾아보기도 힘듭니다.

    그만큼 버려지는 전자 제품도 눈에 띄게 늘었는데요.

    조금만 고치면 되는 물건이 버려지는 걸 안타깝게 여긴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아파트 지하에 고장 난 물건들을 고치고 나누는 장소를 마련했습니다.

    ▲  고장난 물건을 고치는 나산 두레 공작소


    아파트 주민 대표회의 회장 진귀수 씨는 “공작소를 만들어 잔손을 봐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는데 직원들이 흔쾌히 함께 하겠다고 했다"며 수리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농촌에서 농사일을 서로 돕기 위해 만들어진 '두레'처럼 아파트 주민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담아 '두레 공작소'라고 이름 지었는데요.

    이곳에서 다리미, 전자레인지 같은 가전제품부터 시계, CCTV까지 다양한 물건들이 새롭게 태어나고 있습니다.

    새롭게 태어난 물건은 아파트 주민이라면 누구나 가져가 써도 되는 공유 물품으로 변신합니다.

    특히 공고 기간 내에 처분되지 않은 폐자전거를 모아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한 공유 자전거는 아이들에게 인기 만점이라고 합니다.

    - "직원들이 전부 맥가이버여. 나 놀라버렸어"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모두 간단한 수리를 할 수 있는 능력자들입니다.

    각자 특화된 수리 분야가 있다고 하는데요.

    선풍기, 청소기 같은 가전제품은 대표회장, 예초기 같은 공구는 설비과장, 전기와 관련된 일은 전기과장이 나섭니다.

    수리된 물품을 판매해 돈을 버는 것도, 수리 비용을 받는 것도 아니지만 직원들은 버려진 물품이 다시 쓰이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껴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 공유 물품이 놓여져 있는 공간


    주민 이선순 씨는 “관리실에 가보면 직원들이 안 보인다. 항상 밖에서 일을 하고 있다”며 “직원들이 전부 맥가이버 같다. 모든 것을 손수 다 고치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습니다.

    직원들은 일과가 끝난 다음에도 각 세대를 돌면서 전등, 환풍기 등을 교체해 주고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일을 해결해 주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노인회장 강만복 씨는 “노인만 있는 집안에 전기가 고장 나면 귀찮은 일인데도 손봐준다”고 직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 유행보다는 취향, '슬로우 패션'을 선택한 대학생

    능숙하게 재봉틀을 다루는 한 사람. 새내기 대학생 김연우 씨입니다.

    연우 씨는 패션 산업이 탄소배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새 옷을 사 입는 대신, 고쳐 입기를 생활화하고 있는데요.

    ▲ 재봉틀을 다루는 전남대학교 응용생물학과 1학년 김연우 씨


    연우 씨는 “옷을 살 때마다 죄책감을 느껴 옷을 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새로운 옷도 입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며 “조금만 고쳐 입으면 예쁘게 입을 수 있는 헌 옷이 많았고 수선할 줄 알면 더 예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수선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 할머니 옷장은 나만의 영감 창고!

    새로운 옷을 찾기 위해 열어본 할머니 옷장이 연우 씨의 영감 창고입니다.

    연우 씨는 “엄마, 이모가 과거에 입던 옷들을 할머니 옷장 속에서 발견하고 쓸 수 있는 게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엄마의 청바지는 주머니 가방으로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청바지 뒷주머니를 덧대 가방으로 만들고 바지 고무줄을 연결해 가방끈으로 만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선물 받은 바지는 무릎 위까지 잘라 반바지로 만들고 남은 원단으로는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 청바지로 업사이클링한 가방을 메고 있는 김연우 씨


    최근에는 친구에게 워싱이 예쁜 청바지를 잘라 카드지갑을 만들어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옷을 직접 업사이클링하다보니 옷을 보는 관점도 달라졌다고 합니다.

    연우 씨는 “옛날에는 옷을 볼 때 ‘예쁘다’, ‘사고 싶다’ 이런 단순한 생각만 했는데 이제는 저 옷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옷을 보는 세계가 넓어지는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 친환경자원순환센터 수리·수선 달인들

    앞서 소개한 이들은 친환경자원순환센터에서 선정한 수리·수선 달인들입니다.

    버려지는 자원을 줄이고 재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진행된 이 공모전에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고쳐주는 아버지, 어린 손주의 자전거와 집안의 각종 전자제품을 고치는 할아버지 등이 선정됐습니다.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멋스러운 것임을 알고 실천하는 이들입니다.

    여러분도 옷장과 창고를 열고 잊었던 물건들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까요?

    #인턴ING #수리 #수선 #업사이클링 #친환경자원순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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