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칠게 부서지고 오래된 흔적이 묻어있는 나무판자, 그 위로 선명한 빛이 놓여있습니다.
광주·전남의 추상예술을 대표하는 우제길 화백의
이처럼 캔버스가 아닌 나무판자에 작업한 작품들이 가득한데요.
1980년대 외국에서 물건을 보낼 때 사용했던 나무 상자의 조각들이라고 합니다.
그 당시 개천 가에서 어렵게 살던 사람들이 삶의 거처를 위해 사용하기도 했던 판자인데요.
화백이 30년전에 그 판자들을 모아 작업했던 작품들이 새롭게 모였습니다.
▶ 인터뷰 : 우제길 / 화백
- "사람들이 쓰다가 버린 것들 무가치한 것들 광주의 심정을 모아서 여기에서 판넬과 몸 싸움을 한 거죠 거기에 빛을 올려서 새로운 작업과 작품을 만들어 낸겁니다"
화백은 수많은 사람의 손을 거친 판자와 판자에 적혀 있는 물건을 보내고 받는 사람 이름에서 사연의 흔적을 찾았습니다.
그 흔적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나무판자의 질감을 활용해 특유의 '빛' 작업을 더 했는데요.
강렬한 빛의 직선과 그을려진 나무의 음영이 잘 어우러지는 듯합니다.
어두운 색채 속에 간간이 엿보이는 또 다른 빛을 찾아낼 수도 있는데요.
어둠을 걷고 나올 듯한 화백의 '빛'은 그 당시 사람들의 애환을 위로합니다.
무슨 자국들일까요?
엮여있는 판자 위로 불규칙한 간격으로 칼집이 나있습니다.
시대의 상처와 당시 화백의 불안했던 내면이 만난 건데요.
작업을 하며 1980년 광주의 상황과 소외된 사람들의 마음을 떠올렸다고 하네요.
▶ 인터뷰 : 김희언 / 광주시 남구
- "기존의 캔버스가 아닌 대형 나무 판넬을 이용해서 붓이 아닌 칼집을 내서 웅장하게 작품을 해주셔서 너무 멋있고 참신합니다"
오랜 세월을 버티며 붙어있는 철판 조각과 지워지지 않은 낙서들은 화백의 손길을 거쳐 또 다른 메시지를 품기도 합니다.
종전 선언 메시지 위로 화려한 빛이 축하의 폭죽처럼 터지고 있는 듯한데요.
'DMZ'가 적힌 이 작품 또한 1980년 당시 화백이 바랐던 평화에 대한 소망이 담겨있습니다.
30년 전의 작품이지만 요즘 사회 분위기와 어울리는 작품이라 화백 자신도 새롭게 느껴진다고 하는데요.
우제길 화백의 '흔적' 시리즈 가운데 첫 번째 전시인 '판넬 위 빛을 올리다'는 우제길 미술관에서 6월 30일까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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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볼만한 공연·전시 소식입니다.
1. 5.18을 소재로 한 연극 <오! 금남식당>은 음식에 담긴 맛의 의미와 밥상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하는데요. 오는 26일까지 민들레 소극장에서 진행됩니다.
2. 마임극 <우스꽝스러운 테니스 커플>은 혼합복식에 출전한 남녀 한 쌍의 갈등과 화해를 말대신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보여주는데요. 이번 주말동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어린이극장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3. 연극 <그때 그놈>은 87년 6월 민주항쟁의 소용돌이 속에 살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다루고 있는데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이뤄집니다.
4. 지역작가 22명이 담은 꽃들은 어떤 모습일까요? 국윤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주제기획전 <송이송이>가 오늘부터 6월 22일까지 국윤미술관에서 진행됩니다.
지금까지 행복한 문화산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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