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슬픈 역사는 되풀이되는가? 오늘 같은 혼돈의 시기에 다시 한번 묻고 싶다."
향토적이면서 사회성 짙은 주제를 주로 다뤄온 김지연 사진작가의 외침이 다시 한번 우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출신으로 전북 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지연 사진작가가 2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한국전쟁 전후 발생한 양민 학살을 다룬 《매몰》 사진전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여순사건과 한국전쟁 등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지리산 일대에서 자행된 양민 학살 현장과 희생자 유가족들의 눈물겨운 명예 회복 노력을 담은 사진 19점이 전시됩니다.

김지연 작가는 "2012년 우연히 전북 순창에서 전남 담양으로 넘어가는 길목 도로변에 내걸린 '한국전쟁 전후 양민 학살 매몰 지역'이라는 현수막을 보고 카메라 앵글을 맞추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옥양목 천에 프린트한 《매몰》 사진들은 양민 학살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현장들과 현수막 등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김 작가는 "당시에 유가족 대표를 수소문해서 만났는데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는 그는 두터운 서류를 만들어 법원을 드나들며 희생자 명예 회복을 위해 긴 시간과 사투를 하고 있었다"며 "내 힘으로는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어서 잊고 지다가 13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그 사건이 생각나서 전시를 하게 됐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과연 희생자의 명예는 회복되었는가? 참된 화해는 이루어졌는가?"라고 묻고, "정쟁보다 국민 행복을, 당파보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되기를 어느 때보다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습니다.
김지연 작가와의 대화는 오는 26일 오후 3시에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로 16-17, 서학동사진미술관 전시실에서 열립니다.
한편, 김지연 사진작가는 전북 진안의 공동체 박물관 계남정미소와 전주 서학동사진미술관의 관장으로서 활동하며 우리 사회의 곳곳에 시선을 집중하게 하는 다양한 기획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간 출간한 작품집으로 <정미소>(아카이브북스), <나는 이발소에 간다> (아카이브북스), <근대화상회>(아카이브북스), <정미소와 작은 유산들>(눈빛), <삼천원의 식사>(눈빛), <자영업자>(사월의 눈), <영산강>(류가헌), <99명의 포옹>(류가헌)등 17권의 사진집이 있습니다.
그리고 <감자꽃>(열화당), <전라선>(열화당), <따뜻한 그늘>(눈빛) 세 권의 사진 산문집을 냈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