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도예가 이용철.."순백의 달항아리에 현대적 미감 불어 넣는다"(1편)

    작성 : 2024-10-05 09:00:01
    조선시대 '백자대호' 현대화 작업 전념
    화가이자 도예가였던 부친의 영향 받아
    동양화 전공 후 대학원 가서 도예 입문
    "평면과 입체 차이일 뿐 미적 표현 같아"
    [예·탐·인]도예가 이용철.."순백의 달항아리에 현대적 미감 불어 넣는다"(1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광주광역시 신창동에 '도예공방 이도헌' 열어
    ▲도예가 이용철 작가는 최근 조선시대 '백자대호 달항아리'를 현대화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사진은 물레에 앉은 이용철 도예가

    도예가 이용철 작가는 원래 동양화를 전공한 화가였지만 어려서부터 만져온 흙의 촉감에 끌려서 다시 도예를 공부해 진로를 변경한 독특한 예술가입니다.

    서양화가였던 부친이 도예작업을 병행한 것을 곁에서 지켜보고 시중을 들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집안의 내력이자 대물림인 것입니다.

    이러한 예술가의 끼를 타고난 이 작가는 올해 도예공방을 담양에서 광주로 이전하면서 자신의 작업에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도예가 이용철 작가가 도예공방 이도헌의 작업실 물레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신창동에 '도예공방 이도헌'을 열고 그동안 해 온 다기 등 소품작업을 물리고 '백자대호' 작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것입니다.

    백자대호는 고려시대 청자와 분청사기의 맥을 이어 민족의 정서와 감정을 담아낸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백자 도자기로 전통도자기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오늘날엔 흔히 '달항아리'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작가는 순백의 백자 위에 자신만의 감각과 미의식을 드러내는 금박과 은박, 칠을 더해 현대적 미감이 살아나는 독창적인 달항아리의 재탄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도예공방 이도헌을 찾아 달항아리 매력에 푹 바진 도예가 이용철의 예술철학과 작품세계를 들어 봅니다.
    ◇ 선의 아름다움을 잡는 달항아리 작업
    ▲도예가 이용철 작가가 달항아리에 금박을 입힌 후 삼벌 소성하여 최근 완성한 '금박 달항아리' 작품

    - 요즘 주로 하는 작업은?

    "얼마 전까지 차 도구 작업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항아리 작업을 하고 있어요. 백자 항아리인데 보통 '달항아리'라고 부릅니다. 제가 하는 것은 백자대호로 큰 달항아리가 아니고 조그마한 달항아리들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 달항아리 작업 이유?

    "그 항아리의 선 작업 때문입니다. 사실 작업을 안 하고 손을 놓은 지 오래 돼 잘 안 되지만 백자 항아리 작업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항아리의 선을 좀 잡아보고 싶어서 그 백자 항아리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도예가 이용철 작가는 순백색 백자 위에 옻칠이나 카슈를 칠해 포인트를 주는 새로운 달항아리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이 작가의 달항아리 작품

    - '선을 잡는다'는 것은?

    "항아리 자체의 매력이라는 것은 우리가 더 할 것도 없고 더 뺄 것도 없는 그런 기물의 형태가 항아리라고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항아리를 이렇게 보다 보면 대체적으로 제일 크게 보이는 게 항아리를 365도 돌렸을 때 그 항아리 양쪽의 옆선들을 어떻게 표현을 하나에 있다고 봅니다."

    - 어떤 느낌이 있나?

    "긴장감이 있는지, 풍만한지, 그 다음에 불안한지 등을 선의 형태를 가지고 보는 것이죠. 보는 관객들이 편안하다, 보름달처럼 좋다, 아니면 긴장감이 든다, 조금 불안정하다 등의 느낌들을 줄 수 있는 것이 그 항아리의 선이 가지고 있는 그런 뜻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그 항아리의 선을 찾고 싶어서 지금 작업을 하고 있죠."
    ◇ "백자는 하얀 화선지와 같은 느낌 줘"
    ▲이용철 도예가의 도예공방 이도헌에 전시된 달항아리 소품의 모습

    - 하얀 색깔에도 매력이 있지 않나?

    "저는 원래 동양화를 전공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백자는 그냥 하얀 화선지 같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무언가를 거기에다가 더 입히고 더 칠하고 하지 않아도 충분히 그 하얀 화선지 같은 백자의 색깔로만으로도 저는 만족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다가 특별한 포인트를 주는 색상이나 이런 걸 넣지 않았습니다."

    - 요즘 작업은 달라졌나?

    "요즘에 하고 있는 작업이 옻칠이나 식물에서 정제한 카슈를 이용해서 합니다. 금박 장식을 하는 건 아니고 하나의 터치를 그 백자 항아리에 집어넣는데 그게 금박이 될 수도 있고 은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은의 색깔이 될 수도 있고 금의 색깔이 될 수도 있고 해서 이 터치를 올리는 작업을 시험 삼아서 몇 개씩 작업을 하고 있어요."

    ▲이용철 도예가의 도예공방 이도헌에 전시된 달항아리 작품과 소품의 모습

    - 백자 달항아리 제작 과정은?

    "일반적으로 도자기를 성형을 하고 소성을 하는 과정이 똑같습니다. 일단 흙 반죽을 해서 태토 반죽을 하여 성형을 합니다. 흙을 물레에 얹어 어떠한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을 성형이라고 하는데 이 성형을 한 다음에 2~3일의 건조 과정을 거치죠. 건조 과정을 거친 다음에 굽을 깎습니다. 이렇게 살을 덜어내면서 그 굽의 형태를 만들어내서 자연 건조를 시키죠."

    - 굽는 과정은?

    "가마에 굽는 과정을 소성이라고 합니다. 성형된 기물을 약 800~900도의 온도로 초벌 소성을 하게 되죠. 이 1차 소성은 800도 전후의 온도에서 어느 정도 강도를 주는 거예요. 유약을 입히기 위해서 그냥 흙 상태로 유약을 입혀버리면 유약에도 물 성분이 있기 때문에 주저 앉아버립니다."
    ◇ 세 번 구워내는 삼벌 소성 과정 거쳐 완성
    ▲이용철 도예가의 도예공방 이도헌에 전시된 달항아리 작품과 소품의 모습

    - 2차 소성은 어떻게?

    "유약을 버텨낼 수 있는 강도를 주기 위해서 초벌 소송을 하고 그 이후에 이제 유약을 입혀서 재벌 소성, 즉 두 번째 2차 소성을 하는데 보통 1,250도에서 1,300도 사이의 온도로 두 번째로 구워내는 거죠."

    - 가마에서 불 때는 시간은?

    "초벌 소성은 보통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가 걸리고요. 2차 유약을 입힌 다음에 2차 재벌 소성 같은 경우는 12시간에서 15시간 정도 걸리죠. 그래서 어떤 기물들이 들어갔느냐, 어떤 유약이 들어갔느냐, 이게 녹는 온도나 버티는 그런 결정력이 틀리기 때문에 소성 시간이 약간씩 차이는 있어요. 이렇게 두 번 구우면 도자기가 완성이 되는 것입니다."

    ▲도예가 이용철 작가가 서양화를 전공한 아내 김정민씨와 도예공방 이도헌 작업실에서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앞으로 하려는 작업은?

    "앞으로 할 작업들은 완성된 작품에 옻칠을 하거나 대용으로 쓰던 카슈를 발라서 그 위에 금분이나 금박을 포인트를 줘서 다시 한 번 불을 때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화를 시켜서 불을 때는데 이걸 삼벌이라 그러죠."

    - 카슈는 무슨 재료인가?

    "일본에서 사용이 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옻칠을 얻기 전에는 이제 그 옻칠 대용으로 쓰는 카슈라는 그런 식물이 있어요. 거기서 정제해서 약간의 화학 성분과 합해서 만들어 놓은 게 카슈입니다. 옛날에 우리나라 전통 단청을 복원할 때도 이 자연 옻칠이 나오기 전까지는 카슈를 대용품으로 사용을 했었죠."

    ※ 이 기사는 2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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