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민중미술가 허달용 "개구리 울음소리마다 뜻이 있다"(2편)

    작성 : 2024-07-29 12:30:01
    어지러운 시대 민중미술 열정에 회의감
    한겨울 꽃 피우는 매화가 '민중의 마음'
    "이순에 내 그림엔 어떤 소리 날까" 고민
    상형문자 '모멘토 모리' 그리며 자문자답
    [예·탐·인]민중미술가 허달용 "개구리 울음소리마다 뜻이 있다"(2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세상에 갇힌 인간의 모습 매화에 투영
    ▲허달용 작가가 작업실에서 새로운 민중미술 방향에 대해 설명하며 작품을 응시하고 있다

    - 나무 소재 그림 중 '매화'가 대표작인지.

    "'매화'는 사실 즐겨 그리고 좋아하는 그림 소재입니다. 저하고도 잘 맞고 민중의 가슴과 마음을 그리는 심정으로 그렸거든요. 민중미술이라 해서 세상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를 사실적으로,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 저는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차가운 한기 속에 하얀 꽃을 피우는 매화를 민중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매화 그림을 그렸습니다."

    ▲허달용 작 '매화', 한지에 수묵. 2024

    - '발광하는 매화'란 무슨 의미인지.

    "한 때 경남 하동의 악양마을에 그림을 가르치러 다닌 적이 있습니다. 악양마을로 가는 밤길에서 보았던 매화의 정취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섬진강을 지나가며 차의 라이트를 비추었을 때 만난 '매화의 발광하는 모습'에 흠뻑 취하고 말았습니다. 그 후로 달빛을 받아 발광하는 매화 시리즈를 그리게 되었습니다."

    ▲허달용 작 '와글와글-매화', 한지에 수묵, 2024

    - '창문 밖 매화'의 배경에 대해.

    "5·18광주항쟁 당시 감옥에 간 사람들이 유리창 밖으로 핀 매화를 보면서 가고 싶어도 다가갈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 그런 꽉 막힌 느낌을 그렸습니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내가 세상에 갇혀 있는 것, 내 의식이 관념에 갇혀 있는 것, 실제 이 공간에 갇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강조한 작품입니다. 알고 보면 인간은 세상에 갇혀 있는데 안 갇혀 있는 것처럼 느끼고 사는 것은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죠."

    - 소나무 작품 '세한송백(歲寒松柏)'의 의미에 대해.

    "'소나무'는 '세한송백(歲寒松柏)'을 주제로 하였습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야 소나무와 잣나무의 푸르름을 안다'는 의미입니다. 보수정권이 들어서고 그 시절을 지나다 보니까 다시 노무현이 그리워지는 시대의 안타까운 심정을 담은 것입니다."
    ◇ '세한송백' 통해 진보적 미래 세상 기대
    ▲양림미술관 1층 전시장에 전시된 허달용 작 '세한송백-창문 밖 풍경' 연작, 한지에 수묵, 아크릴, 2024

    - 이번 전시 주제 '와글와글'에 대해.

    "'와글와글'은 소나무 다음에 이것저것 그려보다가 가장 최근에 그리고 있습니다. 개구리 울음에 대한 '부'라고 하는 것을 지난해 1월1일 조선시대 시인 이옥의 책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 깨달은 개념입니다. '개구리의 울음소리 소리마다 내용과 뜻이 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된 것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길로 바로 붓을 들고 그렸지요."

    - '와글와글'을 이미지로 설명한다면.

    "와글와글은 고양이 겉모습의 '버글버글'한 것도 연상이 되어 같은 이미지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매화보다는 벚꽃이 만발한 것을 보면 이 와글와글에 대한 느낌이 있고요, 마치 온천에 거품이 바글바글 막 올라오는 것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허달용 작 '묘정', 한지에 수묵, 2024

    - 민중미술에 대한 현실적 고민이 있다면.

    "지금까지 말한 것처럼 다양한 소재의 작업을 반복하였던 이유는 민중미술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왜? 민중미술은 세상이 어지러울 시기에 그림이 잘 나와야 되는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 것입니다."

    - 고민의 이유.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 민중미술이 강렬하고 활발했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와 같은 그런 사회를 없애자고 진보적 미술운동을 한 것인데 세상이 어지러워야 만이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나오는 것에 대한 회의감이 든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꿔야 되겠다는 변화와 전환의 심정으로 일상 속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그렸습니다."

    ▲허달용 작 '와글와글-벚꽃', 한지에 수묵, 2024

    - 근작에서 갖는 화두.

    "이순을 지난 나의 그림에서는 어떤 소리나 날까?, 내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분노하고 눈물 흘리며 쓴 글이 몇 개나 될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상형문자 그림도 같은 맥락인지.

    "그렇습니다. 문자를 형상화한 그림에 다소 의외라는 관람객 반응도 예상됩니다. 마주한 벽을 깨고 나가려는 변화의 시도를 회갑이 넘어서도 새롭게 시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그려본 모든 시도를 최근 화면에 우려내는 것이 상형문자 그림 '모멘토 모리(moneto mori)'라고 하겠습니다."

    ▲허달용 작가가 '더 겸손하게 살자'는 화두를 표현하기 위해 '모멘토 모리' 조형문자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다

    - 이 작업의 긍극적 의도에 대해.

    "화면에 꽉 차게 한글로 쓴 이 글자를 조형적으로 구성하여 표현함으로써 알을 깨고 나오듯 새로운 세상으로의 탈피를 하려는 것입니다. 모멘토 모리를 되새기며 항상 겸손하게 살자라는 말을 잊지 않고 '이순을 지나 나의 그림에서 어떤 소리가 날까?'를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 수묵화가 허달용

    - 전남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졸업
    - 개인전 '이순-창문 밖 풍경, 창문 안의 삶', 2023
    - 개인전 '묘정(猫情)', 예술공간 집, 2020
    - 개인전 '노무현 서거 9주년 산이된 바보 전', 2018
    - 오월전 30회 기념 특별전, 금호갤러리, 2018
    - 사단법인 광주민족예술단체총연합회이사장 역임
    - 現 광주민족미술인협회 회원, 연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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