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섬유예술가 박영희 "한민족의 오방색, 자연에서 되찾아"(1편)

    작성 : 2024-03-02 09:00:01 수정 : 2024-03-02 10:33:58
    '자연주의 삶' 꿈꾸는 천연염색 예술가
    전남 화순서 염색 작업실·갤러리 운영
    일상에 스며드는 친숙한 섬유예술 현대화
    2025년까지 개인전·아트페어에 연속 참가
    "공예의 인식 벗어나 새로운 회화 접근"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섬유예술가 박영희 작가가 작업실에서 쪽과 감물을 들인 염색천을 활용해 입체적 회화작업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새 순 돋는 봄 어귀에 들어서며 자연 속의 색을 뽑아 염색기법으로 새로운 개념의 회화영역을 넓혀가는 작가를 찾아갑니다.

    매화꽃 하얗게 눈 뜨는 뜨락에 햇살도 따스하게 내려앉은 전남 화순군 도곡면에 자리한 천연염색 전문 '풀빛갤러리'입니다.

    이곳은 남도의 자연색감을 되살린 입체적 회화작품을 선보여 미술계 안팎의 화제를 낳고 있는 섬유예술가 박영희 작가의 작업실과 전시장입니다.

    박영희 작가는 "한국의 현대미술 속의 섬유예술은 그 영역이 넓지 않음은 주지의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민중에게 가장 친숙했던 것은 섬유예술이었고, 그것은 예술이 곧 일상으로 스며들어 민중에 곁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작업관을 밝혔습니다.

    이어 "저의 최근 미술 활동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기존의 관념이나 형식을 단호히 배제하려 한다"고 창작 의지를 전했습니다.

    다음은 섬유공예를 미술 회화로 거듭나게 하는 작업에 열정을 쏟고 있는 박영희 작가와의 일문일답입니다.

    ◇ 섬유미술의 지평 확대하는 '아트페어' 참가

    ▲박영희 작가가 직접 자연에서 채취한 천연염료로 염색하여 뽑아낸 천으로 만든 작품들이 아름다운 색감을 뿜어낸다.

    - 최근 활동 소개하자면.

    "매년 그렇지만 2022년과 2023년은 너무 바쁘게 보냈습니다. 서울과 부산 그리고 광주에서 단독부스로 아트페어에 참가했고 서울 인사동구구갤러리 초대전을 포함해서 3회의 개인전도 가졌습니다. 특히 아트페어에서 다양한 작가들과의 교류는 섬유미술의 지평을 확대하는데 의미 있는 기회가 됐습니다.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설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별화된 작품세계를 위해서 분주했던 최근은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만큼 섬유예술은 할 일이 많습니다."

    ▲박영희 작가가 30년 동안 염색 작업을 하여 모은 염색천 꾸러미들이 작업실 한편에 켜켜이 쌓여있다.

    - 섬유예술로 얻을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면.

    "예술은 궁극적으로 사람들과 내적 감성을 교감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적 감각이 미적가치를 표현하고 그 가치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섬유미술의 세계는 섬유 소재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질감으로 다양한 예술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인간생활에 가장 밀접한 재료인 섬유를 변형해 그 속에 일정한 주제의식을 담아내는 것은 작가의 의식세계가 투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품 속 주제의식이 있다면.

    "그런 의미에서 자연 속에서 관찰되고 만나지는 순리는 내 작품 속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주제의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이 시간을 당겨서 급하게 진행되는 듯 하는 우리 삶의 속도전쟁에서 나는 항상 적정한 때가 되어야 이루어지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작품은 천연섬유와 천연염색이 작품의 주된 오브제가 되고 그 질감과 색감은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말해지고 소통되는 메시지가 됩니다."

    ◇ 천연섬유의 질감과 색감으로 메시지 공유

    ▲결(80cm x 80cm) 왼쪽, 비우고 채우다(71cm x 58cm) 오른쪽

    - 천연섬유와 천연염색의 장점이 있다면.

    "아시다시피 천연섬유는 동물·식물·광물로부터 직접 얻을 수 있는 섬유를 말합니다. 셀룰로오스로 구성된 식물성 섬유로는 면·모시·삼베와 같은 주요섬유가 있으며, 성분이 단백질인 동물성 섬유로는 울·실크 등이 있습니다. 광물성 섬유로는 석면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면화를 생산하여 무명을 짜고, 누에를 길러 비단의 직조를 활발히 했었습니다. 그러나 석유화학공업의 발달에 의한 인조섬유의 개발을 중심으로 한 산업화의 물결은 노동집약적인 천연섬유의 정체기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 다시 천연염색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천연염색도 6·25 이전까지는 우리 삶에서 일상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천연염색 또한 화학염료의 활발한 보급으로 인하여 급속하게 사라지게 됐습니다. 그 명맥만을 유지해오다가 친환경, 지속가능한 삶 등 자연보호의 중요한 인식이 새롭게 대두되면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천연염색은 천연섬유로만 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합성섬유와 화학염료처럼 인위적인 생산물이 아니라 그야말로 자연의 생명이 담겨 있어야 색의 발현이 이루어집니다. 모든 식물은 저마다 그 생명에 맞는 색을 가지고 있으며 그 생명의 색은 인간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색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자연의 색인 것이죠."

    ▲풀빛갤러리에 상설 전시된 박영희 작가의 비구상 평면 회화작품.

    - 자연에서 체취하는 염색재료를 소개한다면.

    "천연염색의 모든 재료는 자연 속의 생명체에 깃들어 있습니다. 풀 한포기, 하다못해 길가에 구르는 돌맹이 하나에도 색은 살아있습니다.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색은 역시 오방색 계열이다. 다시 말해서 청, 적,황, 백, 흑 등입니다. 청색은 주로 쪽에서 추출하고 적색은 소목이나 꼭두서니를 이용합니다. 황색은 양파껍질이나 괴화를 이용하고 흑색은 오배자나 먹을 씁니다. 자연의 품안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색을 가진 천연염료가 무궁무진합니다."

    - 작품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한다면.

    "일상의 삶과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의 세계가 따로 있지 않습니다. 일상의 삶과 예술이 마치 숨을 쉬는 생명체의 호흡과 같다는 동질성을 획득하는 일은, 창작이란 과연 무엇일까 하는 오래된 질문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업은 주로 천연염료로 천연염색한 섬유를 오브제로 사용합니다. 때로는 섬유의 가장자리를 일일이 불에 그을러서 선을 만들고 섬유를 콜라쥬 기법으로 중첩하여 조형을 완성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형상을 밖으로 드러나게 합니다. 평면적인 회화를 떠나 입체에 주목함으로써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 변화의 과정을 구체적인 형상으로 가시화하는데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이 기사는 2편에 계속 됩니다.

    #박영희 #천연염색 #섬유예술가 #섬유회화 #공예 #아트페어 #꼴라주기법 #천연염료 #풀빛갤러리 #예탐인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