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시그림 작가 황신애.."장애는 힘들어도 인생은 빛이 나야지요"(2편)

    작성 : 2024-09-29 09:00:01
    입에 연필을 물고 시를 쓰고 그림 그려
    헬렌켈러·에리히프롬·테레사 수녀 등 작업
    방송대 문학상에 시 '섬진강'이 가작 당선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운문부 대상 수상도
    [예·탐·인]시그림 작가 황신애.."장애는 힘들어도 인생은 빛이 나야지요"(2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 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갑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 병상에서 쓴 시화집 '모로' 출간
    ▲황신애 작가는 시와 스케치를 모아 2015년 6월 시화집 '모로'를 출간했다. 사진은 작업 중인 황 작가의 밝은 모습

    '사흘만 볼 수 있다면, 사흘만 걸을 수 있다면(헬렌 켈러)', '인간은 매주 자주 슬픔에 빠지지 않고는 세계에 깊은 대답을 들을 수 없다(에리히 프롬)', '슬픔도 삶의 목적의 도구임을 알라. 하지만 자신을 지배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닉 부이치치)' 등의 책을 읽고 그들의 얼굴을 그렸습니다.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터질 것 같은 이내 마음을-사랑하는 두 딸', '동백꽃-내 어머니', '소주 한 병과 술잔-우리 아부지 황규상 전상서' 등을 그렸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와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환우들을 위한 봉성체를 올려주는 신부님들과 수녀님들도 그렸습니다.

    ▲미사에 참석하지 못한 환우들을 위한 봉성체의 날 찍은 사진. 가운데가 황신애 시인

    2002년 가을 방송대학교 국어국문학과 2학년으로 방송대 문학상에 응모한 시 '섬진강'이 가작으로 당선됐는데, 몸이 자유로울 때 쓴 마지막 시였습니다.

    발병 이후 쓴 시와 스케치를 모아 2015년 6월 시화집 '모로'를 출간했습니다. 표지도 직접 그렸습니다.

    위쪽으로 넘기는 '가로매기' 방식의 책입니다. '모로' 누워있는 바닷속의 자신의 모습을 표지로 그렸습니다.

    '책상의 한'으로 2017년 1월 제26회 대한민국 장애인 문학상 운문부 대상을 받았습니다.
    ◇ 광주복지재단 '달팽이지기' 활동에 참가
    ▲광주복지재단 '달팽이지기' 활동에 참가하면서 쓴 시와 그림을 엮은 '파란 달팽이' 표지

    2017년 두 번째 나온 책은 광주복지재단 장애인 복지 사업인 '달팽이지기' 활동에 참가하게 되면서 쓴 시와 그림을 엮은 '파란 달팽이'였습니다.

    달팽이(장애인)가 달 속에 있을지도 모르는 화석(희망)을 찾아 항해하는 모습을 표지로 그렸습니다.

    2018년 10월 제27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산문부 우수상, 2020년 제15회 '좋은 생각' 생활문예에 수필로 동상을 차지했습니다.

    ▲2022년 장애인 예술지를 발행할 때의 사진. 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가 황신애 시인

    2022년 6월에는 제5회 곽정숙 인권상을 받았습니다. 장애인활동법이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을 이끌어내 전국의 같은 처지의 3만여 명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장애는 힘들어도 생은 빛나야 하지 않습니까? 안개 속 희망이 보이지 않더라도 함께 맞서 싸워야죠." 그렇게 시상식에서 발표했습니다.

    광주인권동행 변호 모임, 광주장애인 인권가들의 도움과 말없이 응원해 준 장애인들을 위해 황신애 시인은 다시 펜을 들어 시를 쓰고 있습니다.
    ◇ 내년 봄 시화 작품전 준비로 분주
    ▲2022년 제5회 곽정숙인권상 시상식에서. 앞줄 왼쪽에서 두번째가 황신애 작가

    자신이 이제껏 도움을 받은 가족, 친지, 지인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색연필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내년 봄엔 그녀의 새로운 시화 작품전이 열리게 됩니다. 남은 힘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발성경화증이 언제 그의 남은 왼손의 기능을 앗아갈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더라도 그녀는 미소를 지을 것입니다.

    ▲3만 번 정도의 줄을 그어야 그림 한 점이 완성되는 작업을 하는 황신애 작가

    입에 연 필을 물고 시를 쓰고 그림을 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홍수가 발생한 후 제일 먼저 마른 땅을 발견한 노아의 방주 비둘기처럼…. 그때 그녀의 시그림은 올리브나무 잎사귀일 것입니다.

    "내 가족들 내 친구들 내 인연들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걱정하지 말아요. 저와 우리는 숨 쉬는 심장의 소명으로 미지를 멈추지 않을 테니까요. 아프고 힘든 분들께 달팽이의 기도를 바치겠습니다. 우리 모두 사랑하고 행복하시길 빕니다."(황신애 '파란 달팽이' 작가 후기 중에서)

    □ 황신애 작가는?
    ▲황신애 작가

    △1963년 전남 완도군 완도읍 장좌리 출생
    △1970년 완도 청해초등학교 졸업
    △1981년 완도여고 졸업
    △2002년 방송대 문학상 시 '섬진강'으로 가작
    △2003년 다발성경화증 발병
    △2004년 다발성경화증 확진
    △2012년 6월 7번째 재발 이후 병원 치료 중단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건 이후 여름부터 스케치를 시작
    △2015년 시화집 '모로' 출간(시, 스케치)
    △2017년 제26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운문부 대상
    △2017년 시화집 '파란 달팽이' 출간(광주복지재단 장애인 복지사업)
    △2018년 제27회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 산문부 우수상
    △2020년 제15회 '좋은생각' 생활문예대상 동상(수필)
    △2022년 제5회 곽정숙 인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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