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항공 안전 전문가들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조류 충돌이라는 단일 원인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며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30일 BBC방송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참사 당시 영상을 살펴본 해외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설 외에도 다양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먼저 기체가 동체 착륙을 하는 모습이 단순한 조류 충돌의 결과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영상 속 사고 기체가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는 주요 브레이크 시스템인 랜딩기어(착륙 바퀴), 플랩(고양력장치), 엔진 역추진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입니다.
여객기는 무안공항 활주로에 내린 뒤에도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방위각 시설·콘크리트 둔덕과 충돌, 참사로 이어졌습니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파일럿이자 항공 안전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조류 충돌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랜딩기어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고, 이미 랜딩기어가 내려온 상태에서 조류 충돌이 일어났다면 다시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고 봤습니다.
그는 "랜딩기어는 독립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대체 시스템도 있기 때문에, 이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매우 드물고 특이한 상황"이라며 "조사를 통해 더 자세한 전후 상황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호주의 항공 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도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내려가지 않는 상황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이탈리아 공군사관학교 교관 출신 항공 전문가인 그레고리 알레지는 "현재는 여전히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이 훨씬 많다"며 "어째서 사고 기체의 속도가 그렇게 빨랐을까. 어째서 플랩은 작동하지 않았을까. 어째서 랜딩기어는 내려오지 않았을까"라고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물론 조류 충돌은 여전히 가능한 사고 원인 중의 하나로 유력하게 지목되고 있습니다.
호주 CQ대학 더그 드루리 교수는 지난 6월 뉴스 분석 매체 더컨버세이션에 기고한 글에서 보잉 항공기의 터보팬 엔진이 조류 충돌로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고 분석한 바 있습니다.
다만, 조류 충돌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입니다.
그레고리 알레지는 "물론 조류 충돌이 있었을 수는 있다"며 "하지만 조류 충돌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엔 너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됐다)"라고 말했습니다.
호주 전문가인 제프리 델 역시 기체의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즉시 엔진이 멈추는 것이 아니므로 조종사들에게 대응할 여유는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습니다.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충돌 경고를 받은 지 1분 만에 조난 신호인 '메이데이' 선언을 하고, 이후 불과 4분 만에 사고가 난 급박한 상황을 두고도 전문가들은 당혹스러움을 표했습니다.
영국 버킹엄셔 뉴 대학교 항공운항과 교수인 마코 챈은 "상당히 늦게 착륙 방향을 반대로 바꾼 것이 (조종사의) 업무에 부하를 준 면도 있어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상당한 수수께끼"라고 말했습니다.
호주의 항공 컨설턴트 트레버 젠슨은 당시 무안국제공항에서 동체 착륙에 대비한 소방·구조대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며 "갑작스럽게 이뤄진 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에어라인 뉴스 편집장인 항공 전문가 제프리 토머스는 "한국의 항공사들은 업계 내에서 최고 수준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사고 기체와 항공사 모두 훌륭한 안전 기록을 보유했다"며 "이번 비극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이 많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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