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은행들이 시장금리 하락을 반영해 예금 금리를 낮췄지만, 가계대출 억제를 위해 대출 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5일부터 상당수 예금 상품 금리를 최대 0.2%p 인하합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국내외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따른 은행채 등 시장금리 하락 폭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예금 금리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 2일부터 수신 상품의 기본금리(가산금리 등 제외)를 최대 0.20%p 일제히 낮췄습니다.
하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더 오르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2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는 연 3.030∼5.204% 수준입니다.
약 열흘 전인 지난달 19일(연 2.840∼5.294%)과 비교하면 하단이 0.190%p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6월 중순 신한은행 주택담보대출 상품(신한주택대출)의 5년 고정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아파트·주택구입) 하단이 2.980%를 기록하며 약 3년 만에 도래한 '2%대 금리 시대'도 한달 보름여 만에 막을 내렸습니다.
변동금리(신규코픽스 기준·연 4.030∼6.548%) 하단도 0.070%p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물 금리가 3.345%에서 3.204%로 0.141%p 떨어지고, 변동금리의 지표인 코픽스(COFIX)가 3.520%로 유지된 사실을 고려하면 금리 상승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압박이 이어지면서 최근 한 달 간 은행들이 앞다퉈 대출 금리를 인위적으로 올린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이같은 금리 인상에도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기준 715조 7,383억 원으로, 6월 말(708조 5,723억 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7조 1,660억 원이나 더 늘었습니다.
2021년 4월(9조 2,266억 원 증가) 이후 3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월간 증가 폭입니다.
예금과 대출금리가 거꾸로 가면서 은행의 예대마진은 당분간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경기 둔화 이슈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 얘기까지 나오는 만큼, 앞으로 미국 국고채 금리 등은 더 떨어지고 국내 은행채 등 시장금리도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은행들은 시장금리를 반영해 예금금리를 낮추겠지만, 대출금리의 경우 가계대출 급증을 고려할 때 쉽게 낮추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예대마진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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