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23명 시골 중학교의 기적..소년체전 카누 전 종목 금메달 휩쓸어

    작성 : 2025-06-07 08:29:46 수정 : 2025-06-07 10:30:15
    ▲ 전국소년체전 카누 금메달 싹쓸이한 근덕중 김동민(왼쪽)·권율 [연합뉴스]

    전교생이 23명뿐인 강원도 삼척의 한 작은 중학교가 전국소년체육대회 카누 경기에서 전 종목 금메달을 석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습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삼척 근덕중학교 3학년 권율·김동민(15) 군입니다.

    두 학생은 지난달 25일 경남 김해에서 열린 제54회 전국소년체전 15세 이하부 카누 1인승 500m, 2인승 500m 두 종목에서 모두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대회에서 치러진 두 종목 모두를 휩쓴 셈입니다.

    두 학생이 다니는 근덕중은 1학년 5명, 2학년 10명, 3학년 5명으로 구성된 전교생 23명의 소규모 학교이며, 3학년 남학생은 권 군과 김 군 단 두 명뿐입니다.

    근덕중 카누부는 2013년 창단했으며, 초창기에는 장비 부족으로 낡은 배를 빌려 쓰는 형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카누의 전설로 불리는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이승우 코치가 지도자로 영입되면서 팀의 기량이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2018년 전국소년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따낸 이후, 2022년 전국 선수권 대회에서는 금 8개, 은 1개를 따내며 종합우승을 거두는 등 전국 강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1인승에 출전한 권 군은 2위와 12초 차로 여유롭게 우승했고, 2인승에서는 1.5초 차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명승부를 연출했습니다.

    권 군은 최우수선수상도 수상했습니다.

    이승우 코치는 두 학생의 장점으로 "힘든 훈련도 밝은 표정으로 해낸다"며 "훈련량의 100%를 기대하지 않아도 늘 80% 이상 충실히 소화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처럼만 지도하면 더 이상 흰머리가 늘지 않을 것 같다"고 웃음을 보였습니다.

    권 군은 앞으로도 카누 선수로서 국가대표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군은 "중학교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서도 "중학교 재학 중엔 금메달을 최대한 많이 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근덕중의 성장 뒤에는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습니다.

    삼척시는 1척에 약 1천만 원에 달하는 카누 장비를 학교에 지원했고, 교육청은 전지훈련비와 함께 약 9억 원을 들여 교내 실내 훈련장을 건립해 날씨에 구애받지 않는 훈련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시골 학교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해마다 카누 선수 확보에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학교 측은 통학버스를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와 원덕고까지 확대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청과 협의 중입니다.

    한연희 교장은 "카누부의 성과는 학부모, 지역사회, 교육청의 지원 덕분"이라며 "통학버스가 확보되지 않으면 우수한 학생 선수를 다른 지역으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만큼 행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댓글

    (0)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