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별·이]문봄 시인 "불혹이 넘은 어느 날 동시가 저를 불렀어요"(1편)

    작성 : 2024-11-09 08:30:01 수정 : 2024-11-11 09:15:49
    늦깎이 문학 공부 5년 만 등단
    첫 동시집으로 '창원아동문학상' 수상 기쁨
    "제가 쓴 동시가 어린이 가슴에 오래 남길"
    [남·별·이]문봄 시인 "불혹이 넘은 어느 날 동시가 저를 불렀어요"(1편)

    '남도인 별난 이야기(남·별·이)'는 남도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소박하지만 향기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여기에는 남다른 끼와 열정으로, 이웃과 사회에 선한 기운을 불어넣는 광주·전남 사람들의 황톳빛 이야기가 채워질 것입니다. <편집자 주>

    ▲문봄 시인

    문학동네에서 전해져오는 묵은 격언이 있습니다.

    '10년은 써야 작가가 된다'는 말.

    광주광역시 출신 아동문학가 문봄 시인이 그런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동시와 눈을 마주한 지 10년 만에 올해 10월 꽤 큰 상을 받은 것입니다.

    문봄 시인은 첫 동시집 '폰드로메다 별에서 오는 텔레파시'로 2024년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창작지원금 1,000만 원과 상패를 받았습니다.

    ▲2024년 창원아동문학상 시상식(왼쪽)

    김태호 심사위원장은 심사 총평에서 "문봄 작가는 비존재로 여겨지던 사물, 기계 등 인위적 산물에 존재의 지위를 부여하고 그들과 인간의 접속을 통해 포노 사피엔스 어린이의 삶을 표현했다"며 "심사위원 다수가 이 동시집이 동시 문단을 한 걸음 내딛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 극적인 순간에 찾아온 수상 소식
    문 시인에게 이번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선물입니다.

    그만큼 이번 수상이 극적인 순간에 찾아왔고, 돌이켜 보면 지난 10년이 녹록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문 시인은 대학에서 독일어교육학을 전공했습니다.

    고등학생 때 독일어가 재미있었고, 1990년 독일이 통일되자 독일어 열풍이 불어서 선택하게 됐습니다.

    ▲문봄 시인의 동시 <딱지와 포도시> 《블랙》제97호

    하지만 제2외국어가 필수교과에서 선택교과가 되고 교사 정원이 나오지 않아 임용고시를 볼 수가 없었습니다.

    졸업 후 기간제 교사와 회사원으로 근무하다가 결혼해서 아이를 갖게 돼 프리랜서로 일했습니다.

    불혹이 넘어 시에 빠졌습니다.

    좋은 시를 만나면 울다 웃다 범벅이 되는데, 난해한 현대시는 부담스러웠습니다.

    시를 읽다 보니 불현듯 동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 날 인터넷 카페 이벤트로 동시집 한 권을 받았어요. 동시로 듣는 이야기에 가슴이 설레더라고요."
    ◇ 처음으로 참가한 백일장에서 대상
    동시에 관심을 갖게 된 문 시인은 2014년 봄 '안도현의 발견'이라는 신문 기사에서 <동시마중>이라는 잡지를 알게 됐습니다.

    '브랜드 커피 한 잔 값이면 두 달에 한 번 좋은 동시 잡지 한 권을 집에 앉아 받아볼 수 있다'는 문구에 꽂혀 구독 신청을 했습니다.

    그해 가을 처음으로 참가한 광주시민백일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라는 동시로 일반부 대상을 받았습니다.

    이 때 윤삼현 심사위원으로부터 광주문예대학(문순태 소설가가 세운 '생오지 문예창작촌'이 2015년에 광주로 옮김) 글쓰기종합반을 소개받아 문학공부를 시작했습니다.

    ▲2014 광주시민백일장에서 대상 수상 장면

    봄 학기에는 아동문학창작론을, 가을 학기에는 수필과 시조였습니다.

    이듬해 시 쓰기 반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그만두었습니다.

    <동시마중>을 구독하다 <어린이와 문학>이라는 잡지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매월 동시를 응모하면 심사평을 받아 볼 수 있고, 3회 추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 2019년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
    2017년 봄에 처음으로 응모한 동시 '백제의 미소'가 오인태 시인으로부터 추천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쓰기보다 읽기 내공을 쌓는 기간이 필요했던지, 그 뒤로는 더 이상 추천을 받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동시집 백 권을 사서 읽으라고 권하길래, 투덜거리며 백 권을 읽었지만 잡히는 게 없었습니다. 그 뒤로 2백 권을 넘어 3백 권을 읽으며 기초를 다졌습니다.

    ▲교회 어린이성경학교 봉사활동 장면

    마침내 2019년 <어린이와 문학>에서 등단 패를 받았습니다.

    결국 2017년에 작품 활동을 시작했지만, 2019년에 정식 등단한 것입니다.

    2020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에도 올랐습니다.

    신문 지면에서 만난 이름이 신기했습니다.

    이듬해 기대에 부풀어 응모한 신춘문예에는 아쉽게도 낙방했습니다.

    하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응모한 작품이 통과되어 2021년 아르코 창작기금을 받았습니다.
    ◇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받아
    신춘문예와 함께 열심히 응모한 곳이 <창비어린이>이었습니다.

    해마다 9월이면 응모하고 11월에 결과가 나오는데 그동안 대여섯 번이나 떨어졌습니다.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은 응모 자격은 '첫 동시집을 내지 않은 신인'이어야 합니다.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받아서 2023년 2월까지 내야 했기에, 책 내기 전해인 2022년이 마지막 응모 기회였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염원을 모아 응모한 덕분인지 '초록달' 외 4편으로 당선됐습니다.

    꿈같은 일이었습니다.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 수상 소감 장면

    시상식에서 문 시인은 "마이너로서 동시에 빠져서 쓰고 있지만, 언젠가 메이저의 자리에서 동시를 쓰며 좋아할 날이 올 수 있을까요? 그런 날이 오도록 재밌고 알찬 동시, K동시를 써보겠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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