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먹는 것까지 줄인다"..음식료품·외식 소비 동시 감소

    작성 : 2025-05-05 07:00:03 수정 : 2025-05-06 00:13:56
    ▲마트 식품코너 [연합뉴스]

    마트·시장 등에서 식재료 구매와 식당에서 외식이 동시에 줄어드는 전례 없는 현상이 2년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채소·과일에 이어 가공식품까지 고물가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건설업 등 경기 부진으로 가계 살림이 팍팍해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음식료품 소매판매지수와 음식점업 생산지수는 2023년부터 내리 감소세입니다.

    음식료품과 외식 소비는 한 쪽이 줄면 다른 쪽이 늘어나는 등 보완적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의식주 중 '식'에 해당하는 먹거리는 소득 등 외부 요인이 변해도 반드시 소비해야 하는 필수재입니다.

    조리된 음식을 사 먹거나 식자재를 사서 요리해 먹거나 둘 중 한쪽을 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회적 거리두기로 음식점 소비가 크게 줄었던 2020년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당시 음식점 생산은 16.0% 급감했지만 집밥 수요가 늘면서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13년 만에 최대폭(4.6%)으로 급증했습니다.

    지금처럼 음식료품 소비와 외식 소비가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특이하다는 것이 정부 측 설명입니다.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 있는 현상입니다.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2021년까지 매년 증가했지만 2022년 2.5% 줄어든 뒤 3년째 줄었습니다.

    처음엔 배달 음식 수요가 늘어난 점이 일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배달 매출을 포함한 전체 음식점업 생산이 감소세입니다.

    음식점업 생산은 코로나19 때 급감했다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반등에 성공했지만 2023년 0.7%, 2024년 1.9% 잇따라 줄었고 감소 폭도 커졌습니다.

    전방위적인 먹거리 소비 감소세는 올해 1분기에도 계속됐습니다.

    올해 1분기 음식료품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3% 줄었습니다.

    음식점업 생산은 3.4% 줄며 2023년 4분기(-4.7%)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식품 물가 고공행진이 이런 추세를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보입니다.

    채소·과일 등 농산물 물가는 2023년 이후 이상기온 등 영향으로 폭등세를 보이며 소비자물가를 견인해 왔습니다.

    농산물 물가는 최근 안정세를 보이지만 이번에는 작년 말 고환율 기조가 시차를 두고 수입 원재료 가격 등에 반영되면서 가공식품·외식 물가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가공식품 물가는 4.1% 올라 2023년 12월(4.2%)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외식물가도 3.2% 오르며 작년 3월(3.4%) 이후 13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는 "음식료품 소비가 줄어든 데는 고물가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비슷하지만 가격이 싼 품목을 구매하는 것으로 소비 패턴을 바꾼 것도 일부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경기 부진으로 가계 구매력이 약해진 점도 먹거리 소비 위축의 주된 요인으로 꼽힙니다.

    국내총생산(GDP)의 약 15%를 차지하는 건설업 생산은 최근 4개 분기 연속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올해 1분기에는 20.7% 줄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24.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습니다.

    작년 4분기 중산층으로 분류되는 소득 상위 40∼60% 가구의 여윳돈은 3분기 연속 줄면서 5년 만에 다시 70만 원을 밑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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