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보리밥, 개산책..5·18과 주먹밥, 큰 돼지를 처단하다, 봉시장사(封豕長蛇)[유재광의 여의대로 108]

    작성 : 2025-05-17 13:26:20 수정 : 2025-05-17 13:51:04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대로 108. KBC 광주방송 서울광역방송센터가 위치한 '파크원'의 도로명 주소입니다. 정치권 돌아가는 얘기, 세상 돌아가는 얘기, 이에 대한 느낌과 단상을 진솔하고 가감 없이 전하고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편집자 주>
    ◇전두환, 45년 전 오늘 비상계엄 전국 확대..전권 장악, 권력 찬탈
    내일 5월 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5주년입니다. 1980년 5월 광주. 제45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

    이보다 하루 앞선 1980년 5월 17일.

    전두환 신군부 세력은 이날 자정을 기해 박정희 피격 사망 이후 실시된 10.27 비상계엄에서 제외돼 왔던 제주도를 포함해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실시합니다.

    ▲1980년 5월 17일 국내 전체로 비상계엄령을 확대한 전두환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이게 단순히 제주도를 비상계엄 지역에 추가해 넣고 말고 정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분 지역계엄 상황에서 명목상으로나마 국방부 장관 통제와 지휘를 받던 계엄사령관이 국방부 장관을 제끼고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 겁니다.

    셀프 진급을 해서 육군 중장이 된 전두환 보안사령관은 김재규가 체포되면서 공석이 된 중앙정부부장(서리)를 겸직하며 육군참모총장인 이희성 계엄사령관을 허수아비로 세워놓고 전권을 완전히 장악합니다.

    계엄 포고령 10호를 발표해 모든 정치활동을 중지하고 정치목적 시위와 집회를 일체 금합니다.

    언론, 출판, 보도, 방송은 전부 사전검열을 받도록 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막습니다.

    계엄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각 대학들은 전부 휴교시킵니다. 직장인들의 직장 이탈, 태업, 파업 행위도 일체 금합니다.

    김대중을 잡아가 감옥에 가두고 김영삼은 가택연금 시킵니다. 한 사람은 감옥에, 한 사람은 집에 둠으로써 야권 분열을 유도한 겁니다.
    ◇저항하면 '처단'..전두환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尹 12.3 비상계엄, 쌍둥이
    전두환 세력은 그러면서 유언비어 날조와 유포를 금하고 유언비어가 아닐지라도 전현직 국가원수 모독 및 일체의 선동적 발언, 질서 문란 행위를 불허해 온 국민의 입도 다 막아 버립니다.

    그래 놓고는 본 포고를 위반한 자는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수색하며 엄중 처단한다고 아무 말도 못 하게, 아무 행동도 못 하게 으름장을 놓습니다.

    작년 12월 3일 뜬금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처단' 운운하며 TV에 나와 뭐라고 뭐라고 사뭇 비장하게 '척결'을 외치던 어떤 사람이 떠오릅니다.

    아무튼 45년 전 오늘. 전두환은 오로지 본인의 권력 찬탈을 위해 민주주의도, 헌정질서도, 국민도 다 짓밟고 무시하고 무력으로 군림했습니다.

    온 나라가 전두환의 서슬 퍼런 광기와 권력욕에 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던 그때. 광주 시민들은 저항합니다. '5·18'의 시작입니다.
    ◇전두환, 5·18 광주 무자비한 진압..고립된 광주, 헌혈과 주먹밥 연대
    ▲1980년 5월 공수부대의 무자비한 진압

    그러나. 어떤 저항도 봐줄 생각이 없던 전두환 신군부는 총, 칼, 진압봉으로 무장한 공수부대를 보내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찌르고 죽이고 끌고 갑니다.

    꽃잎처럼 금남로에 뿌려진 너의 붉은 피/ 두부처럼 잘리워진 어여쁜 너의 젖가슴/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딜 갔지..

    작사 미상 '오월의 노래2'는 그렇게 나왔습니다.

    5·18 항쟁은 시민군이 지키던 전남도청을 5월 27일 새벽 완전무장한 정예 계엄군이 공격해 접수함으로써 '공식적으로' 끝납니다.

    그 열흘간의 항쟁엔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내 동생, 내 자식, 우리 엄마 아빠, 광주의 평범한 시민들이 같이했습니다.

    탱크와 헬기까지 동원한 계엄군 앞에, 대한민국 최정예 공수부대 앞에, 바리케이드 뒤의 시민군들이 얼마나 외로웠고 두려웠을지 저로선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두려움과 공포. 이때 외롭고 고립된 광주 사람들의 마음을 이심전심 이어주고 두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준 게 있습니다.

    '헌혈'과 '주먹밥'입니다.
    ◇"자기 집 쌀 가져와 길가에 솥 내걸고 밥 지어..주먹밥, 든든"
    "당시 계엄군이 외곽을 차단해 고립된 광주는 갈수록 생필품이 부족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쌀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기 집 쌀을 가져와 길가에 솥을 내걸고 시민군을 위해 밥을 지었습니다. 이때 만든 주먹밥은 시민군의 든든한 식사였고, 공동체를 지키자는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광주시교육청과 5·18기념재단이 2021년 펴낸 '5·18민주화운동 교과서'에 실린 5·18 당시 대학생이었던 강주원씨의 증언입니다.

    계엄군의 광주 봉쇄로 외로운 섬이 되어 먹을 것마저 떨어져 가던 5월 광주. 대인시장, 양동시장, 남광주 시장 등 시장 상인들과 '엄마'들이 나섰습니다.

    십시일반 오백원 천원씩 내서 돈을 모아 쌀을 샀고, 어떤 이는 집에 있는 쌀을 가져 나왔습니다.

    방앗간은 분주해졌고, 길거리엔 커다란 가마솥이 걸렸습니다.

    흰 쌀밥에 소금 간. 이심전심 심심상인. 말하지 않아도 어떤 마음인지 다 알고 통했습니다.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만든 주먹밥들은 그렇게 자식 같고 동생 같은 시위대에 전해졌고, 시위대는 그 주먹밥들을 '꾸역꾸역' 먹었을 것입니다.

    그해 5월 광주. 먹을 것이 떨어지니 사람들은 이심전심 십시일반 주먹밥을 만들어서 댔고, 다친 사람들이 너무 많아 피가 모자라니 자기 피를 내놨습니다.

    헌혈과 주먹밥. 1980년 그해 5월 광주. 이런 마음이었다고 합니다.
    ◇"총 맞아 죽을 각오,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주먹밥과 물만 맥여서 미안했지"
    "전두환이가 그라고 광주 시내에서 난리를 쳐부렀잖아요. 저는 그런 줄도 모르고 장사하고 있었어요. (1980년 5월) 19일부터는 포도시(겨우) 장사를 헌 둥 만 둥 했고요. 시민들은 다 시위하러 나갔어요. 다 집회에 가려고 트럭 타고 댕겼고, 우리도 그 분노하는 마음에 동의해서 주먹밥을 만들었죠.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주 쪼들려요. 그때는 시위 참여한 사람들한테 어른, 애기로 구분하지 않고 다 주먹밥을 나눠줬어요. 물도 주고. 무조건 해서 막 맥이는 거여. 주먹밥은 밥을 동그랗게 뭉쳐서 소금 뿌린 게 전부였어요. 그때 김이 어서 나겄어요. 넣을만한 게 없었지. 그렇게 만든 주먹밥을 구루마 안에다 싣고 들고 다님서 나눠주고 그랬어요.""

    "그때 광주에 학생들이 트럭을 타고 다니면서 빨간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를 떠돌았어요. 그러면서 '시민들이 다 죽어가고 있습니다. 좀 도와주십시오'라고 말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도 남의 자식이 아니라 내 자식이라는 생각으로 주먹밥을 만들었죠. 쌀을 구하려고 상인들이 500원, 1000원씩 걷었는디 그 당시에는 그것도 겁나 큰돈이었요. 그때 양동방앗간에 세 들어 살던 염길순이라는 어머니가 있었는데, 그곳 사장님한테 염씨 아줌마가 사정사정 애원해 갖고 밥을 쪄왔지. 우리 때는 주먹밥을 숨어서 만들었어요. 모르는 사람들이 5·18을 폭동이라 비난하고, '만에 하나 주먹밥 만든 게 알려지면 우리도 총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으니까요. 그래도 용케 숨어서 잘 버텨서 만들었죠."

    5·18 당시 주먹밥을 만들어 나눠줬던 박금옥·오옥순씨가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조치 이후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한 말입니다.

    "주먹밥과 물만 맥여서 미안했지."

    "총 맞아 죽을 수도 있어서 숨어서 잘 버텨서 주먹밥을 만들어 구루마 안에 싣고 다님서 주먹밥을 막 맥인" 박금옥·오옥순씨의 말입니다.
    ◇5·18 주먹밥, 한겨울 윤석열 파면 집회 '선결제'로..고마움과 미안함, 이심전심
    ▲12.3 비상계엄 선포하는 윤석열 전 대통령

    그로부터 44년, 45년이 흘렀습니다. 전두환의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와 포고령 10호 판박이인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과 포고령 1호.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처단하긴 뭘 처단한다는 건지.

    전두한과 윤석열이 처단하려 했던 건 이 나라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 그리고 그런 비상계엄에 저항하는 시민들 아니었나 합니다.

    그래서 지난겨울.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왔습니다. 12.3 비상계엄 해제와 윤석열 탄핵, 파면 집회와 시위.

    거리는 형형색색 응원봉의 빛으로 일렁이며 물들었고 은빛을 두른 키세스 시위대는 엄동설한 찬바람을 무색케 했습니다.

    사람들은 한겨울 거리의 시위대를 위해 핫팩을 대량으로 선주문해놓고 커피와 차, 빵을 선결제하며 지지와 응원, 참여하지 못하는 미안함을 전했습니다.

    5·18 주먹밥과 2025년 선결제. 같은 마음 아닐까 합니다. 미안함과 고마움. 거창하게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애정.

    그런데 또 다른 면에서는 지독하게 안 변하는 것들도 더 있습니다.

    쿠데타와 내란을 저지른 자들의 뻔뻔함과 도무지 뉘우치고 반성할 줄 모르는 태도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재판 尹, 평화로운 일상 영위..김건희, 아직도 뭐 되는 줄 알아
    전두환이 어떻게 살다 갔는지는 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내란 우두머리' 재판을 받고 있는 윤석열은 '계몽령' 변호인들을 집 근처로 불러 같이 밥을 먹는가 하면, 수도권 어디 '보리밥집'에서도 목격되고, 한강시민공원에서 여유롭게 '개산책'을 시키는 장면까지 자꾸 목격되고 있습니다.

    아주 평화롭고 일상적인 생활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본인 페이스북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자유를 사랑하는 동지 여러분, 그리고 해외 동포 여러분"이라며 저는 비록 임기를 다하지 못하고 물러났지만 제 마음은 여전히 국가와 당과 국민에게 있습니다. 저는 끝까지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길에 여러분과 함께할 것"이라는 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하며 쓴 글 [윤석열 SNS 캡처]

    본인의 비상계엄이 정당했고, 아직도 본인이 뭐라도 되는 걸로 생각하는 인식에서 한치도 바뀌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부인되는 김건희씨는 공천개입 의혹 검찰 소환 통보에 "내가 검찰 나가면 조기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여기도 아직도 본인이 뭐라도 되는 줄 단단히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봉시장사, 탐욕스런 큰 돼지와 사악한 뱀.."영원히 그따위로 뻔뻔하게 살다가 뒤질랑가"
    "그래도 지금 상황은 너무너무 잘못됐지. 참말로 어떻게 해야 쓸란가 혼란스러워요. 책임자들은 영원히 그따위로 뻔뻔하게 살다가 뒤질랑가?"

    5·18 주먹밥 오옥순씨가 윤석열 12.3 비상계엄을 보면서 한 말입니다.

    영원히 그따위로 뻔뻔하게 살다가 뒤질랑가.

    '봉시장사'(封豕長蛇) 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고전 '춘추좌씨전'에 나오는 말인데 직역하면 큰 돼지와 긴 뱀이라는 뜻입니다.

    '봉시'는 '봉희'(封希)라고도 하는데 이빨이 길고 발톱이 예리하고 힘이 소보다 센 큰 멧돼지를 지칭합니다.

    돼지처럼 음식을 탐하고 다른 생물을 통으로 삼키는 긴 구렁이처럼 음험하다는 뜻으로 탐욕스럽고 포악, 잔인한 사람을 가리킬 때 쓰는 말입니다. 봉시장사.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체제, 절체절명 갈림길"..尹, 국힘 탈당의 변마저 '뻔뻔'
    ▲국민의힘 탈당한 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

    전두환이 45년 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를 선포한 오늘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민의힘을 탈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러면서 페이스북에 "지금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존속될 것이냐, 붕괴되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있다. 제가 국민의힘을 떠나는 것은 자유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이번 선거는 전체주의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마지막 기회"라고 적었습니다.

    "지난 겨울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뜨거운 열정을 함께 나누고 확인한 국민 여러분, 청년 여러분, 국민의힘 김문수에게 힘을 모아 주시라. 반드시 투표에 참여해 주시라. 여러분의 한 표 한 표는 이 나라의 자유와 주권을 지키고 번영을 이루는 길이다. 저는 여러분과 늘 함께하겠다"는 것이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의 변입니다.

    무슨 국가를 좀먹는 좌익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겠다며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의 인식에서 단 일도 달라진 게 없어 보입니다. 반성이나 뉘우침은 단 일도 안 보입니다.
    ◇반성 없는 尹, 여전히 극우 세력 보스 행세..권선징악, 필히 실현돼야
    내란 우두머리 재판 피고인이 아닌 여전히 전직 대통령이자 뭐랄까 극우 세력의 보스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영원히 그따위로 뻔뻔하게 살다가 뒤질랑가. 어쩔 수 없이 5.18 주먹밥 오옥순씨의 말을 다시 돌려드리게 됩니다.

    권선징악(勸善懲惡). 선은 권하고 악은 징벌하라 했습니다.

    봉시장사. 세상에 해가 되는 탐욕스런 큰 돼지와 사악한 긴 뱀은, 세상을 위해 마땅히 제거하고 응분의 대가를 받도록 해야 합니다. 그게 정의입니다.

    계엄 쿠데타 내란 세력에 대한 저항과 심판, 처단.

    45년 전 광주에선 총칼에 찔리고 맞아 죽을 걸 각오하고, 주먹밥 하나 만드는데도 목숨을 걸어야 하는 마음으로 해야 했다면, 지금은 '축제'처럼 할 수 있습니다.
    ◇제45주년 5·18광주민주화운동..'축제'처럼 내란 세력 심판, 현실에서 정의 실현
    해야 할 것은 오직 6월 3일 투표장에 가서 투표용지에 꾹 도장을 찍고 나오기만 하면 됩니다. 주먹밥을 '꾹꾹' 눌러 만든 그 마음으로 '꾹~' 말입니다.

    그리고 역사와 현실의 법정에서 정의가 실현될 수 있도록, 실현된 정의가 흐려지거나 후퇴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지켜보는 것.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

    주먹밥과 선결제, 5·18과 빛의 혁명. 그렇게 5월 광주는 면면히 이어지고 있는 것 아닌가 합니다. 내일 2025년 5월 18일은 5·18광주민주화운동 제45주년입니다.

    네이버 다음카카오 포털 및 유튜브 검색창에 "유재광의 여의대로 108"을 치면 더 많은 콘텐츠를 볼 수 있습니다.

    댓글

    (1)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에 주세요.
    0 / 300
    최신순 과거순 공감순
    • 도윤 이
      도윤 이 2025-05-17 17:23:28
      아니 그래. 아무리 윤석열이 잘못했고 광주라고 해도 이렇게 기사에 '아직도 ~한것 같습니다'이런 주관적 표현을 써도 돼냐? 기자야?

    많이 본 기사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