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곡성 출신 정관호 시인이 꽃길을 주제로 90편의 시를 엮은 연작 시집 『화도』(시와사람刊)를 펴냈습니다.
그의 시집 『화도』(花道)는 고희를 넘긴 시인의 내적 성숙을 '꽃'이라는 대상을 통해 형상화하고 있다는 점은 다른 시인에게서는 볼 수 없는 연작 시집이라 하겠습니다.
꽃의 길은 '진창'으로 상징되는 세상에서 거짓과 음흉과 욕망에 상처를 입은 영혼이 다시 순수와 순백의 영혼을 찾는 시적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꽃과 말을 하고 꽃의 말을 경청하고 받아 적는 일은 성찰이자 성숙의 시간입니다.
그리고 순수와 순백을 향한 여정이자 궁극적으로 절대자인 '당신'에게 가는 길입니다.
시인이 시적 대상과 하나가 되는 지점에서 발아하는 시들은 사무사(思無邪)의 경지에 닿아 사심이 없고 깨끗합니다.
그리움과 연민을 드러내는 시편뿐만 아니라 때론 사랑의 뜨거움과 헤어짐의 슬픔을 담아냅니다.
나그네처럼 떠돌다 돌아온 시인이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고 영혼을 회복하는 일에 공을 들인 것이 시로 돋아났습니다.
정관호 시인에게 시는 담쟁이 같은 생명력으로 뜨거움을 안겨줍니다.
아버지 오신다
달빛을 등에 지고 오신다
저벅저벅, 파도처럼 밀려오신다
토방에 구두 벗으시고 한숨 내쉰다
한 세월 거친 비바람에
닳아버린 구두창
이제 와 생각하니,
어린 자식들 키우시느라 얼마나 허둥대셨을꼬
아버지 되어보니
그 파도 소리, 가슴 헤집는다
- 화도 58
시인이 기억하고 있는 아버지는 '구둣발 소리'입니다.
"저벅저벅/ 파도처럼 밀려오시"는 아버지의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구둣발 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한숨이 아버지의 기억을 완성합니다.
"닳아버린 구두창"을 보이며 어린 자식들을 위해 고생하시던 아버지.
"얼마나/ 허둥대셨을꼬"에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연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파도처럼 밀려오던 아버지의 기억이 먹먹하게 가슴을 헤집는 시간.
아버지의 사랑을 되새김합니다.
강대선 시인은 시 해설에서 "정관호 시인의 시를 읽으면 고해성사를 마치고 나온 듯 마음이 깨끗해진다. 그의 시가 언어의 기교를 부르지 않으면서도 진정성 있게 독자에게 다가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평했습니다.
한편, 성균관 대학교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정관호 시인은 순천시 문학회 금상을 수상했으며, '시향낭' 동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식회사 크레디트 월드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며, 현재 요식업 '조선옥'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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