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비아동 중앙로에 3~4기, 관리 안된 채 방치
무관심 속 잡초만 무성..일부 철거 후 폐기되기도
주민들 "지역 발전 공헌 인물, 제대로 보존해야"
무관심 속 잡초만 무성..일부 철거 후 폐기되기도
주민들 "지역 발전 공헌 인물, 제대로 보존해야"
지역 사회에 귀감이 된 인물을 추앙하기 위해 세운 공덕비가 도시화의 그늘에 가려져 제 빛을 잃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이들 공덕비는 보존해야 할 문화재도 아니어서 안내문도 없고 환경 정비도 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한 채 방치돼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특히 행정복지센터 등 관할 행정기관은 물론 후손들마저 돌보지 않고 있어, 시간이 흐르면서 훼손되거나 폐기돼 사라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산구 비아동 중앙로에는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에 활동했던 인물을 기리는 3~4기의 공덕비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일제강점기 또는 해방 전후에 세워진 비석들입니다.
먼저 가장 번화한 중앙로 비아농협 인근에는 한 평 남짓한 자리에 화강암으로 조성된 아담한 비각이 있습니다.
돌 담장으로 둘러쳐진 비각 안에는 참봉 박원삼의 공덕을 기리는 시혜불망비(공덕비)가 서 있습니다.
박원삼은 구한말 대지주로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호세(戶稅)를 대납해주고, 지금의 비아장터와 피난민촌 땅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통행이 빈번한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눈에 띄지만, 이 공덕비의 주인공에 대해 아는 주민은 거의 없습니다.
문이 굳게 잠긴 채 관리가 되지 않아 잡초가 무성히 자라 오히려 시야만 가리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인근의 한 아파트 입구 공터에 세워진 김경렬(1891~1947) 공덕비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광복 전후에 걸쳐 20여 년간 비아면장을 지낸 인물로 지역발전에 많은 공적을 남긴 것으로 전합니다.
특히 재임 중 가뭄 해소를 위해 저수지 7개소를 설치하는 등 수리시설 확충에 힘 썼습니다.
또한 해방 후 비아중학교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기금 전액을 조성하는 등 육영사업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여 주민의 추앙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김경렬 공덕비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해 땅 주인이 비석 이전을 요구하자 마땅히 세울 곳을 찾지 못한 후손들이 철거 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 번째는 일제강점기 비아면장을 지낸 손권주 공덕기념비가 장성에서 비아동으로 들어오는 도로 한 편에 세워져 있습니다.
비문이 희미해서 판독이 어려워 자세한 내력을 알 수 없으나 기묘년(1939년 추정)에 주민들이 세운 것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이 비석 역시 잡초가 뒤덮인 채 쓸쓸한 모습입니다.
비아동행정복지센터에 공덕비의 관리상황을 문의했더니 "행정기관에서 관여할 사항이 아니다"라며 "문중이나 후손들이 관리해야 할 사유재산"이라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주민들은 지역 발전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에 대한 공덕비가 본래의 취지가 퇴색된 채 돌덩이처럼 천덕꾸러기 신세가 된 데 대해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비아동주민자치회 박익성 사무국장은 "이 상태로 놔둘 경우 훼손·멸실되기 십상이므로 적당한 장소에 공덕비를 한데 모으고 안내판도 만들어 소중한 지역문화유산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조광철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또한 "이들 공덕비는 그 시대를 증거하는 동시에 지역의 정체성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비등록 문화재이더라도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비아장터 등 마땅한 곳에 공덕비를 모아 소공원을 조성해 지역의 브랜드 자산으로 계속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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