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의 한과 신명을 곡진한 가락으로 노래해 온 이대흠 시인의 시선집 『동그라미』가 '문학들 시집선 001'번으로 나왔습니다.
이 시리즈는 기존에 절판된 시집 가운데 주목할 만한 시집을 다시 펴내는 복간본 성격을 띤 것입니다.
이번 시집은 시인의 제2시집 『상처가 나를 살린다』(2001)와 제3시집 『물속의 불』(2007)에서 90여 편을 골라 엮었습니다.
◇전남 장흥 출신, 1994년 창비로 등단전남 장흥 출신인 이대흠은 1994년 『창작과비평』에 제암산을 본다 외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첫 시집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를 통해 우리 시단에서 보기 드문 남성적 톤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이후 전라도 입말의 특장, 남도만의 유장한 가락을 살린 빼어난 서정시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첫 시집의 제목 '눈물 속에는 고래가 산다'라는 구절은 양가적입니다.
여성성(눈물)과 남성성(고래)이 혼재합니다.
이번 시집은 첫 시집 이후 제 3시집에 이르는 그의 시적 경향을 살필 수 있게 해줍니다.
언어를 조탁하고 압축하여 노래에 이르게 하는 서정시의 묘미가 먼저 도드라집니다.
'ㄹ'을 활용하여 강물과 아버지와 전라도 곧 자연과 인간과 삶의 터전을 하나의 가락으로 노래한 남도, 북소리와 춤을 통해 흐름과 멈춤 곧 삶의 절정의 순간이나 지점을 노래한 춤꾼 이씨 등이 그렇습니다.
"강물이 리을리을 흘러가네/술 취한 아버지 걸음처럼/흥얼거리는 육자배기 그 가락처럼"(남도)
"아라리가 났네 하먼/아라리 뒤쫓지 말고/먼첨 아라리가 나부러사써//귀로 듣는 아라리에 몸 맞추지 말고/이녁 몸속 아라리가/막 터져 나오는 것이제"(춤꾼 이 씨)
◇ 신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오월'의 아픔 탐색다른 하나는 신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1980년 광주 '오월'의 아픔 곧 현실(역사)에 대한 시의 대응력을 탐색하는 시들입니다.
물속의 불 장시와 지나 공주 연작이 그것인데, 신화적 상상력과 어머니(누이)로 표현되는 모성(여성성)의 프리즘으로 현실 세계의 모순을 해석하려는 다소 실험적인 시도로 읽힙니다.
이번 시집의 표제작 동그라미는 그의 시 중 교과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시이기도 합니다.
"오느냐 가느냐라는 말이 어머니의 입을 거치면 옹가 강가가 되고 자느냐 사느냐라는 말은 장가 상가가 된다" "한사코 ㅇ이 다른 것들을 떠받들고 있다".
이대흠 시인은 육사시문학상, 현대시동인상, 애지문학상, 조태일문학상, 천상병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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