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존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카이 베그너 베를린 시장이 소녀상을 설립한 재독 시민단체 지원예산을 삭감하도록 압력을 넣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3일(현지시각) rbb방송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그너 시장이 문화교육 프로젝트 지원 여부를 심사하는 자문위원에게 전화를 걸어 일본 정부와 분쟁 가능성이 있다며 코리아협의회 인권교육 지원예산 삭감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코리아협의회가 신청한 지원예산 8만 7천 유로(약 1억 3천만 원)는 예술·교육계 심사위원단의 1차 심사를 통과했지만 지난 4월 베를린시 내·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에서 부결됐습니다.
2020년 베를린 소녀상 설립을 주도한 코리아협의회는 이듬해부터 '내(소녀상) 옆에 앉아봐'라는 이름으로 베를린 지역 청소년들에게 전시 성범죄를 비롯한 인권교육을 실시해왔습니다.
지금까지 교육한 인원만 300여 명에 이릅니다.
그러나 올해는 예산이 삭감돼 5월부터 프로젝트가 중단됐습니다.
rbb는 또 독일 주재 일본대사관이 베를린 시내 5성급 호텔에서 자문위원들에게 저녁을 대접하며 예산 지원에 반대하도록 로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일본대사관은 로비 여부에 대한 rbb 질의에 답하지 않았지만, 코리아협의회의 인권교육에 대해서는 "일방적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다. 아시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독일 젊은이들에게 반일 감정을 심어준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본 측은 2020년 9월 베를린에 소녀상이 설치되자 반발했고, 관할 미테구청이 철거를 명령습니다.
이에 코리아협의회는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철거 명령은 보류됐습니다.
베그너 시장은 지난 5월 일본 도쿄에서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을 만나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기념물은 찬성하지만 더 이상 일방적 표현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소녀상 철거를 시사했습니다.
소녀상 행정처분 권한이 있는 미테구청도 특별허가 기간이 2022년 9월 끝났다며 다음달 28일 이후에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해 한정화 코리아협의회 대표는 과태료를 계속 내더라도 소녀상을 자진 철거하지는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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