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탐·인]수묵 인물화가 김호석 화백(上)

    작성 : 2023-03-29 17:11:40 수정 : 2023-03-30 15:41:58
    재야인사 이강씨 인물화 통해 ‘5·18정신’ 재조명
    4월 6일부터 광주 5·18기록관에서 14개 작품 전시
    “독재와 불의, 외세에 저항은 ‘광주정신’의 기본”
    KBC는 기획시리즈로 [예·탐·인](예술을 탐한 인생)을 오늘부터 차례로 연재합니다. 이 특집기사는 동시대 예술가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과 삶, 세상의 이야기를 역사와 예술의 관점에서 따라 갑니다. 평생 예술을 탐닉하며 살아온 그들의 눈과 입, 손짓과 발짓으로 표현된 작품세계를 통해 세상과 인생을 들여다보는 창문을 열어드리게 될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과 소통을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김호석 화백(왼쪽)과 이강 선생이 전남 화순의 한옥에서 만나 전시회 관련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재야인사 인물화 통해 ‘5·18’ 재조명

    수묵 인물화의 거장 한국화가 김호석(66) 화백이 이번에는 재야인사의 인물화를 통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역사적·예술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선보입니다.

    5·18광주민중항쟁 43주년을 앞두고 광주지역 한 재야인사의 초상화와 인물화 작품을 통해 현재의 ‘5·18’의 의미와 가치를 재조명하는 것입니다.

    김 화백은 당대 최고의 인물화가로 평가받는 한국화가입니다. 그 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롯하여 성철 스님, 법정 스님, 김수환 추기경, 단종, 정약용, 김구, 안창호, 신채호 등 존경받는 역사인물들의 초상화를 그려 예술가의 사회·역사의식을 표현해온 작가입니다.

    ◇ 화폭으로 이어진 ‘김호석-이강’의 인연

    김 화백이 주목한 재야인사는 이강선생입니다. 주로 광주에서 활동해온 재야인사로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기품과 내공을 가진 민주인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이강선생은 젊은 시절부터 반유신, 반독재 투쟁에 앞장 선 인물입니다. 평생 민주화운동과 민중 저항시를 썼던 고 김남주 시인과는 투쟁동지였습니다. 이강과 김남주 두 사람은 1972년 12월 시월유신이 선포되고 전국이 얼어붙었던 엄혹한 시절에 전국 최초로 유신체제를 비판하고 고발하여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함성지 사건’의 주역이었습니다.

    ▲김호석 화백은 이강선생에 대해 “그에게서 다가오는 느낌은 거칠 것 없이 사는 대(大)자유인이었다”고 평합니다. 김호석 작 ‘자유인’, 142x72.5cm,종이에 수묵, 2023년
    1980년 5·18 항쟁 기간 중에 이강선생은 반유신과 민주화, 민족해방을 외쳤던 ‘남민전사건’ 관련자로 체포돼 서울구치소에 갇혀있었기에 광주 5·18투쟁현장에서 직접 싸울 수 는 없었습니다. 또한 누구 못지않게 DJ를 좋아하고 존경했지만 DJ에 대해서도 잘못된 점에 대해 당당히 비판 목소리를 냈던 강골이었습니다.

    이강선생은 1994년 2월 김남주 시인이 세상을 떠나자 평생의 벗이요 동지를 잃게 되고 본인도 그 해 7월 교통사고로 사경을 헤매다 살아났지만 왼눈을 실명하는 불운을 겪게 됩니다.

    김 화백과 이강 선생의 인연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 모두 별게 없다고 말합니다. 1988년경 당시 전남대 이태호 교수로부터 천연염색 장인인 한광석 선생을 소개받았는데 그를 만날 때면 꼭 이강 선생 얘기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한광석 선생이 민주화운동에 투신했던 이강 선생의 형제와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어 알게 되었지만 말로만 알 뿐 만나거나 교류는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2021년 이강 선생에 대한 책을 출간하면서 한광석 선생이 부탁한 이 책의 표지화를 기꺼이 그리면서 직접적인 인연이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단초가 되어 이번 이강 선생의 초상화를 그려 전시회까지 이어진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단순히 인물화 한 점을 그리는데 그치지 않고 이강의 삶과 표정, 행적을 화폭에 담아냄으로써 한국현대사의 민주화운동을 들여다보는 돋보기 역할로써 판이 커졌다고 합니다.

    ◇ 5·18기록관서 ‘이강, 세상을 품다’ 전시회 개최

    김 화백은 이강 선생만을 소재로 그린 작품 중 14점을 4월 6일부터 27일까지 광주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전시실에서 ‘이강, 세상을 품다’를 주제로 초대전시회를 엽니다.

    이 전시회에 대해 김 화백은 “이강 선생을 소재로 차용하여 광주 정신의 본질과 원형이 무엇이며 삶 속에서 어떻게 현실화 되고 있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하고자 했다”고 작가의 의도를 밝히고 있습니다.

    ▲김호석 화백의 ‘이강, 세상을 품다’ 초대전이 오는 4월 6일부터 27일까지 광주5·18민주화운동기록관 3층 전시실에서 열린다. 그림 왼쪽 : 광주가 진 빚, 142x72.5cm, 종이에 수묵, 2023년. 그림 가운데 : 떨어진 꽃의 향기, 143x74cm, 종이에 수묵, 2021년. 그림 오른쪽 : 새 길, 142x74cm, 종이에 수묵, 2021년.

    “인간의 이상 중 하나는 자기를 완성하여 대동 세상을 이루어 행복한 삶을 이루어 나가는데 있습니다. 그러나 독재와 불의 외세의 문제가 장애가 되면 그것은 자연 제거해야 하는 대상이 됩니다. 나는 그것을 선비정신이라고 배웠습니다. 나는 이강 선생의 정신 속에는 바로 이런 깨어 있는 지성과 배려와 존중의 미더움을 발견 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은 광주 정신의 기본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내 예술의 지속적 관심 대상입니다.”

    김 화백의 말입니다. 그림 속에서 이강을 어떤 인물로 이해하고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하려했는가를 설명해 줍니다.

    이강 선생을 가장 잘 아는 동생 이완씨는 이번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외모를 흠모해서 붓을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강 선생의 외모 안에 스며 있는 그의 삶의 궤적이나 내면세계에 대한 경외나 감동이 그를 화선지 앞으로 이끌었을 것이다....”

    이강 선생의 한 지인은 “내가 알지 못하는 이강을, 이강의 삶과 그 역사적 실존을 어쩌면 이 화가는 예술가 특유의 번쩍이는 통찰력으로 한눈에 간파해버린 것은 아닐까?”라고 김 화백의 시각을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김호석 작 대나무, 142x128cm, 종이에 수묵, 2022년
    김 화백은 작품에 대한 이들의 다양한 해석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고 그것이 다름에 대한 인정의 출발이기에 더 없이 좋다고 생각하는 평소의 소견을 밝히기도 합니다.


    김 화백이 ‘이강 인물화’ 작품에서 말하는 핵심은 이렇습니다.

    “간결 할수록 본질적입니다. 그리고 현대성을 획득합니다. 이강선생은 자신의 부족한 한계조차 내려놓으며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내 주는 삶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분에게서 다가오는 느낌은 거칠 것 없이 사는 대(大)자유인이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위해 더 이상 지울 수 없는 극단의 단순함만이 이강 선생의 정신과 의미에 부합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기사는 하(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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