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최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현장은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도로였는데요.
예산 240억 원을 들여 개통한 광주의 한 지하차도도 소방차가 드나들 수 없어 재난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개통 1년째, 행정기관은 겁에 질린 주민 아우성을 여전히 묵살하고 있습니다.
구영슬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 기자 】
지난해 개통한 광주 소촌건널목 지하차도입니다.
▶ 스탠딩 : 구영슬
- "이 지하차도의 높이는 2.8m. 일반 대형차는 물론,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차조차 진입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국토교통부 현행법에 따르면 소방차 진입을 위해 차도 높이는 4.5m을 넘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만 4.2m, 소형차 도로는 3m까지 낮출 수 있는데 모든 규정을 위반한 겁니다.
지하차도 일대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약 3천 세대, 재난상황이 발생할까 1년 넘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송경섭 / 주민
- "당장 우리는 불나면 죽는 수밖에 없어요. 여기서 바로 1분이면 (소방차) 들어올 거리를 지금 돌아서 들어오면 5분 이상 걸린다는 말이에요. 하루(매일) 아침 가슴이 철렁철렁해요."
소방서와 함께 재난상황을 가정해봤습니다.
지하차도가 위치한 신촌동 일대까지 소방차가 출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분.
지하차도를 드나들 수 없어 먼 길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종전 출동시간보다 2배나 더 소요되는 겁니다.
▶ 인터뷰(☎) : 소방당국 관계자
- "대략 저희는 (화재 시 출동시간이) 10분 좀 넘을 수도 있고 그 정도 걸릴 같아요. 돌아가지 않으면 5분 내죠. 관할은 저희(센터) 지만 월곡119 안전센터에서 먼저 도착할 것 같아요."
문제는 예산 240억 원을 들여 사업을 추진한 광주광역시청과 국토교통부 산하 국가철도공단이 이런 사실을 알면서도 12년째 안전관리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 인터뷰(☎) : 광주광역시청 종합건설본부 관계자
- "소방차가 지나다니기에 (지하차도가) 낮은 높이긴 해요. 현장 여건 상 도로랑 철로 사이 거리가 짧다 보니까 이 높이로 할 수밖에 없었고.."
문제해결을 위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있는 우회도로를 짓겠다며 구청이 나섰지만, 이마저도 시비 지원이 부족해 2년째 공사가 중단되면서 답보 상태에 놓여있습니다.
▶ 인터뷰 : 박영오 / 광산구청 건설과 도로계획팀장
- "시비를 받고 구비를 확보해서 (우회도로 건설)사업을 하고 있는데 올해도 구비 2억을 확보해서 계속 사업을 하고 있는데 나머지 11억 확보 대책이 좀 어려워서 빨리 공사를 완료할 필요가 있는데 예산 확보가 지금 어렵습니다."
혈세 240억 원을 쏟아붓고도 안전에는 예산을 아끼는 행정으로 인해 멀쩡했던 도로가 재난 취약지역으로 전락했습니다.
KBC 구영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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