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빠를까 정상주루가 빠를까?"
지난 9일,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 말 무사 2루, 1점 뒤지던 KIA의 절호의 공격 찬스에 김도영이 섰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침묵했던 터라 기회를 잡기 위해 비장한 각오였을 겁니다.
삼성 마무리 오승환의 커브를 받아쳤지만 공은 내야를 벗어나지 못한 채 유격수 앞으로 향했고, 출루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김도영은 끝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출루에 성공합니다.
부상 이후 첫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김도영은 출루에 성공한 덕분에 결승득점을 만들어 내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결과가 좋았기에 다행이지, 이를 지켜보는 팬들이나 구단 관계자들은 지난해 김도영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과정 중 불의의 부상을 당한 게 떠올라 마음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김도영의 부상 이후 구단은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금지령과 함께 벌금 1,000만 원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무리한 플레이 금지에 대한 구단의 의지를 보인 겁니다.
여러 상황을 참작하여 구단에서 김도영에게 벌금을 부과할 지는 지켜볼 일입니다.
이쯤 되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빠를까요, 정상 주루가 빠를까요.
이에 대한 미국 스포츠 전문 채널 ESPN의 실험결과가 흥미롭습니다.
여러 차례 실험 끝에, 놀랍게도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이 정상 주루에 비해 미세하게 느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1루 베이스 도착 10피트(3.05m) 지점에서 슬라이딩을 하면 뻗은 팔로 인해 베이스에 먼저 도착할 듯 보이지만 상체와 지면의 마찰로 인해 급감속이 되고 결국 정상 주루에 비해 느렸다는 설명입니다.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은 선수의 허슬플레이와 투지 면에서 팬들을 즐겁게 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팀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기도 합니다.
다만, 정상 주루에 비해 느릴 수 있고 혹시라도 상대 팀의 실책으로 공이 1루수 뒤로 빠지게 된다면 정상 주루는 2루까지 진루할 수 있지만, 슬라이딩은 후속 플레이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부상의 위험이 크다는 게 가장 큰 부담입니다.
이날 김도영의 헤드퍼스트 슬라이딩 이후 이범호 감독은 "가장 중요한 건 부상 방지다. 남은 경기에서 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몸 관리에 좀 더 신경 쓴다면, 또 안타 1개보다 내일 경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부상이 줄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습니다.
KIA에게 앞으로 남은 경기는 30여 경기 남짓.
2위와는 불과 4게임차.
선수들의 부상으로 인해 7년 만의 대권도전에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사령탑의 마지막 무게 있는 말이 선수들에게 닿았을지는 다음 경기를 지켜봐야 알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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